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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음악보다 더 재미있는 ‘음악 다큐멘터리’ - WHAT HAPPENED, MISS SIMONE? 니나 시몬:영혼의 노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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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란서생] 음악보다 더 재미있는 ‘음악 다큐멘터리’
  •  배순탁 (음악평론가)
  •  호수 729
  •  승인 2021.09.12 06:40

  

[배순탁의 음란서생] 니나 시몬은 흑인의 부자유를 묵과할 수 없었다. 분연히 일어섰고,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몰락했다.
1985년 6월27일 니나 시몬이 뉴욕의 피셔 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AP Photo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있다. 부연하자면 ‘고를 게 너무 많아 못 고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넷플릭스 증후군’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정 볼 게 없다 싶으면 음악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면 되는 까닭이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에 음악 다큐는 산처럼 쌓여 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자연스레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음악 다큐를 봤다. 그중 내가 꼽는 최고를 이번 주에 소개한다. 바로 니나 시몬의 일대기를 그린 2015년 다큐 〈니나 시몬:영혼의 노래〉다.

기실 한국에서는 인지도 낮은 뮤지션이다. 알려진 곡이라고 해봐야 ‘필링 굿(Feeling Good)’과 ‘돈트 렛 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이렇게 2곡 정도다. 그나마 후자의 경우, 니나 시몬 원곡이 아닌 산타 에스메랄다의 커버로 인기를 모았다. 영화 〈킬 빌〉(2003)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삽입된 바로 그 버전이다.

해외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예를 들어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호지어는 ‘니나 크라이드 파워(Nina Cried Power)’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니나는 권리를 부르짖었지. 니나와 수많은 뮤지션을 통해 배웠어. 자유롭기 원한다면 권리를 외쳐야 하는 거라고.” 호지어가 강조한 것처럼 니나 시몬이 평생 갈망한 것은 자유였다. “자유란 두려움 없는 상태일 거예요. 한순간만이라도 알고 싶네요. 자유롭다는 게 대체 뭔지.”

니나 시몬의 인생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부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알앤비·재즈 뮤지션으로 방향타를 튼 그는 1959년부터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최고 뮤지션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그도 알았다, 노래로 바뀌지 않는 세상을

1960년대 중반부터 니나 시몬은 흑인 인권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흑인으로서 부자유한 상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 그는 음악으로 분연히 일어섰다. 그중 ‘미시시피 갓댐 (Mississippi Goddam)’이라는 곡이 던진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욕설을 제목과 노랫말에 담아냈던 까닭이다. 이 곡은 1964년 버밍엄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흑인 소녀 4명이 세상을 떠난 비극에 대한 분노를 응축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노래 하나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터이다. 그럼에도, 니나 시몬처럼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었)다. 목 놓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어중간하다고 비웃을 수는 없다. 이후 니나 시몬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서서히 몰락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썼듯이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대가였다. 바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의 내 감정이 ‘숭고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고개 역시 절로 숙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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