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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0.12.01 07:26 2,37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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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류의 구세주? 먹이사슬 포식자? 두 얼굴의 넷플릭스


등록 :2020-12-01 04:59수정 :2020-12-01 07:06
 


한국 영화·드라마 전세계로 전파
넷플릭스에 줄서는 국내 제작자들
한국 ‘콘텐츠 하청기지’ 전락 우려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내몰린 한국 영화 투자·제작자를 구원하고, 전세계에 케이(K)-콘텐츠를 전파하는 구세주?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콘텐츠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오티티)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두가지 상반된 시선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20일 제작비 240억원에 이르는 한국 최초 우주 에스에프(SF) 영화 <승리호>를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낙원의 밤> 등 넷플릭스가 독점 공개했거나 예정인 영화들이 줄을 잇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더 많은 작품을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초 <킹덤>을 시작으로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등 국내에서 방송된 직후 넷플릭스 독점으로 전세계에 공개된 드라마도 많다. 이런 작품들은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넷플릭스는 9월 말 기준으로 한국 유료 가입자가 330만명이라고 밝혔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 &lt;승리호&gt;. 넷플릭스 제공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 <승리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현재 중국, 북한, 시리아 등 극소수 국가를 뺀 세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21일 발표한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을 보면, 9월 말 기준 세계 유료 가입자 수는 1억9500만명이다. 넷플릭스는 “전 분기보다 늘어난 220만명의 46%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왔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시장 성장에는 한국 콘텐츠가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가 지역별로 발표하는 ‘오늘의 톱 10’을 기반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티브이(TV) 프로그램 100위권 내 한국 드라마는 17위 <사이코지만 괜찮아>, 28위 <더 킹: 영원의 군주>, 41위 <청춘기록>, 55위 <사랑의 불시착> 등 모두 10편이다. 특히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10위권 내 9편, 베트남은 8편, 필리핀은 7편, 타이와 홍콩은 6편, 일본은 5편이 한국 드라마다. <넥스트 넷플릭스>를 쓴 임석봉 <제이티비시>(JTBC) 방송정책팀장은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들어올 때 가입자를 모으는 시장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한국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게 주효했음을 수치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의 시장성을 높이 산 넷플릭스는 더 많은 작품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 투자에 3331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콘텐츠에 7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했으며, 한국 창작자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70여편이나 된다고 밝혔다. <킹덤>처럼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제작하는 경우와 <사이코지만 괜찮아>처럼 국외 유통을 독점하는 경우로 나뉜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몇년 전만 해도 1·2회차 대본이 나오면 <티브이엔>(tvN)이나 <제이티비시>에 먼저 보여줬지만, 요즘은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보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미루던 영화들도 넷플릭스 공개를 타진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콘텐츠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에 줄을 서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한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많이 주는데다 소재나 장면 구현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창작자들이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티브이 광고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도움 없이는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런 쏠림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콘텐츠 제작사 대표는 “예전에는 제작비를 중국과 일본 선판매로 해결했는데, 그 길이 막힌 요즘 이를 대신할 유일한 곳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를 늘리고 제작진은 제작비 부담을 줄이니 ‘윈윈’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투게더> 등을 만든 장혁재 컴퍼니상상 대표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지난 한해 국내 넷플릭스에서 많이 본 프로그램 10위 안에 들었다. 넷플릭스 같은 오티티에서 예능에 대한 갈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능 제작사 관계자도 “드라마보다 예능이 지상파에서 제약이 더 많다. 소재 면에서 자유로운 오티티라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예능에서 넷플릭스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 뒤에는 한국 콘텐츠 업계의 넷플릭스 종속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한 콘텐츠 유통업 관계자는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대박이 나도 제작사엔 처음 받은 돈 말고는 추가 수익이 없다. 제작사로서는 드라마가 많이 팔릴수록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그게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영화 제작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넷플릭스가 <킹덤> <승리호>처럼 큰 콘텐츠에는 돈을 아낌없이 쓰지만 작은 콘텐츠에는 돈을 안 쓰려 한다. 무소불위의 지배적 사업자가 돼 콘텐츠 단가를 자꾸 낮추려 든다는 제보들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한 영화 투자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찌감치 넷플릭스행을 택한 영화와 후발로 넷플릭스와 협상을 한 영화는 협상 조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제작비 회수를 위해 앞다퉈 넷플릭스에 줄을 서다 보니 ‘싫으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lt;사랑의 불시착&gt;. 티브이엔 제공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티브이엔 제공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글로벌 오티티의 한국 진출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는 이미 한국 콘텐츠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에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한국 콘텐츠를 공개하지 못해도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저녁 같이 드실래요> 등 30여편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킹덤>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내년에 선보이는 전지현·주지훈 주연 드라마 <지리산>의 글로벌(중국·한국 제외) 방영권을 250억원 넘게 주고 확보하기도 했다. 내년 이후 디즈니 플러스, 애플 티브이 플러스, 에이치비오(HBO) 맥스, 피콕 등 미국 대형 오티티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오티티 각축전이 한국 콘텐츠의 몸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럴수록 글로벌 오티티에 대한 종속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 오티티 시장 규모가 2014년(1926억원)부터 연평균 26.3%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78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갈수록 더 커지는 시장의 주도권을 글로벌 오티티에 내주면 한국은 콘텐츠 하청기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오티티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자본력과 영향력에서 넷플릭스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lt;사이코지만 괜찮아&gt;. 티브이엔 제공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티브이엔 제공


한국이 하청기지가 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 넷플릭스 쪽은 “한국 창작자들과 넷플릭스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신한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에 케이-콘텐츠만의 가치와 저력을 전함으로써 한국 창작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성공에 따른 이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익성에 대한 위험 부담을 넷플릭스가 안으면서 최대한 창작자 의도와 작품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함께 작업한 창작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임석봉 팀장은 “넷플릭스는 상황에 따라 아군일 수도, 적군일 수도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넷플릭스는 가장 손쉽게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커진 영향력을 넷플릭스가 마구 휘두를 가능성도 있다.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은 판매 계획을 전략적으로 수립하고, 국내 오티티 사업자도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어떻게 맺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민 남지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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