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에 등장하는 징크스.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공식 예고편 캡쳐

"차세대 IP(지식재산권)는 게임에서 나올 것이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46일 연속이라는 사상 최장 1위 기록을 깨뜨린 애니메이션이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IP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이다.

아케인을 만든 주인공은 넷플릭스의 전직 부사장 출신 쇼나 스펜리 라이엇게임즈 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최고책임자다. 그는 지난 15년간 넷플릭스에 몸담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총괄 마케팅, 배급 등을 담당했던 '콘텐츠 전문가'다. 그가 지난해 말 느닷없이 게임사로 이직을 선언하자 화제가됐다. 게임 IP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있어서였다.

당시 스펜리는 "게임은 우리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전세계인들의 시간 소비 비율을 볼 때 게임 시간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담당하던 그가 라이엇게임즈로 옮긴 후 만들어낸 첫 결과물인 아케인은 현재 모든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제치고 TV부문 전세계 시청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케인은 어떤 내용? 15일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케인은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세계 52개국에서 시청수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일 아케인 1막(1, 2, 3회)를 공개한 직후 '오징어게임'을 제친 뒤, 지난 13일 2막(4, 5, 6회)이 나오자 또 다시 주말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진 것. 라이엇게임즈는 이어 오는 20일 3막(7, 8, 9회)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아케인은 라이엇게임즈 대표 게임 LoL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LOL 세계관에서 유토피아로 알려진 부유한 도시 '필트오버'와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의 갈등을 다룬다. 게임 캐릭터 '징크스'와 '바이' 두 자매의 탄생부터 이들이 갈라서게 되는 배경을 담은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그려진다. 특히 징크스의 '할리퀸' 같은 엽기적이면서도 통쾌한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호평이 잇달았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별도의 배경지식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공개된 3회분 중 1, 2회는 캐릭터와 배경 설명에 치중돼 있다. 아케인을 본 시청자들은 "스토리라인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작화와 3D 애니메이션 효과가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CG·캐릭터 이미 다 있는 게임사…"IP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LCK 아레나

라이엇게임즈의 목표는 자사가 구축한 게임 IP를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가상의 K팝 밴드 'K/DA'를 만들어 음반을 내는가 하면, 증강현실 콘서트도 열었다. 이번 아케인 역시 K/DA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프랑스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포티셰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

게임사는 콘텐츠 확장에 있어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미 CG팀, 캐릭터, 음악 등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스토리만 갖추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다. 라이엇게임즈는 아케인 제작 시에도 스토리 구성에 가장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케인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6년을 보냈는데, 중간에 스토리를 뒤엎어 한차례 제작이 번복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스펜리와 일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담당 임원 브라이트 라이트도 라이엇 게임즈로 옮기게 됐다. 넷플릭스에서 보장된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지난달 한달간 전세계 1억8000만명이 플레이한 게임 'LoL'의 이용자들과 2억1360만명의 넷플릭스 구독자를 연결하겠다는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게임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차세대 IP로 가치가 입증된 것이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월트 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영입하며 미국 할리우드에 넥슨 필름 & 텔레비전을 신설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를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로 만들어 지난 6월 선보였다.

굵직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넷플릭스도 2017년부터 자사 IP 확대를 위해 게임을 활용해왔다. 넷플릭스는 최근 플랫폼 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출시하며 자사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의 IP를 활용해 개발한 모바일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 역시 지난 4일 방한해 "저희는 22년 동안 사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해왔고 훌륭한 엔터테인먼트는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한국은 게임에 있어서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