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노트] ‘지옥’ 현실속 지옥도 매혹포인트...연상호 세계관부터 김신록
- 기자명용원중 기자
- 입력 2021.11.21 13:26
- 수정 2021.11.21 14:19
용원중 기자
2021/11/21
넷플릭스 ‘지옥’(감독 연상호)이 지난 19일 론칭하자마자 전세계 시청자들을 강렬하게 매혹하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온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듣는 총 6개 에피소드 ‘지옥’의 매혹 포인트를 짚어봤다.
◆ ‘고지’와 ‘시연’
시꺼먼 고릴라처럼 생긴 지옥의 사자들이 느닷없이 현실세계로 들이닥친다. 단 한치도 주저함 없이 죽음을 ‘고지’받은 이들을 집요하게 조ㅊ아 무참히 살육한 뒤 불태워버리는 ‘시연’을 한다. 그리곤 순식간에 그들의 세계로 사라진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 이를 지켜볼 뿐이다. 심지어 인터넷, 유튜브 그리고 방송사에 의해 ‘시연’ 장면이 합법적으로 생중계된다.
◆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 VS 저항단체 ‘소도’
살인인지 천벌인지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신의 경고‘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두려움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죄와 벌‘ ’정의‘를 강조하는 이들은 새진리회란 신흥 종교단체를 결성, 전세계인 50%를 신자로 확보하며 맹렬히 세를 확장한다. 이들은 과격 행동단체 화살촉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군중의 공포심을 배가한다.
하지만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속속 등장한다. 불가해한 현상의 실체를 밝히려는 비밀저항단체 ’소도‘는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찾아내 그의 가족들이 마녀사냥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새진리회의 기만과 비도덕성을 폭로한다.
◆ 유아인부터 김신록, 새로운 얼굴 보여준 배우들
배우들은 파격적인 초현실 스토리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 정의롭지 않은 인간을 향한 신의 경고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듯한 인물을 ‘정신 나간듯’ 연기한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세상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소도’의 리더 민혜진 변호사 역 김현주는 차분한 가운데 단단한 모습으로 신념의 아이콘을 표현한다. 가족의 비극을 경험한 진경훈 형사 역 양익준과 가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 애쓰는 배영재 PD와 아내 송소현 역 박정민·원진아는 연상호 감독 작품에 늘 등장하는 ‘가족애’를 책임진다.
연기파 배우 김신록은 이 작품의 반전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극적인 변화를 절절한 감정과 표정연기로 소름돋게 전달한다. 이외 김도윤, 류경수, 이레 등이 가세해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 탐욕과 광기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특이하게 다른 드라마·영화와 달리 딱히 주인공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분량과 롤임에도 배우들은 주조연 캐릭터를 뛰어넘어 속도감 넘치는 호흡을 탑재한 채 ‘주역’으로 작품을 활보한다.
◆신과 인간의 영역, 지금 이순간
‘지옥’은 바로 지금, 이곳에 ‘지옥의 사자'들을 소환해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 인간다움과 정의에 대한 직설적인 물음을 던진다.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 앞에 놓인 이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맹렬히 충돌하며 현실 속 또 하나의 ‘지옥도’를 그려나간다.
‘지옥’에서 사회와 법체계는 계속해서 흔들린다. 정체조차 모호한 신의 정의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공고하다고 믿었던 사회질서는 빠르게 붕괴된다. 혼란을 이용하는 모사꾼이 판을 치고, 신의 고지를 믿는 이들 안에서도 계파가 나뉘며 광적인 믿음으로 폭력도 정당화시킨다.
신은 오직 심판할 뿐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신의 고지를 받은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고백할 것을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고지를 받지 않은 자신의 이같은 강요와 폭력적인 행동을 정의라고 믿는다. 결국 고지를 받은 이들은 지옥의 사자보다 자신의 가족이 겪을 고통과 혐오만 남은 인간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의 죄는 신에게 심판받아야 하는 것일까. 신이 인간의 영역에 간섭하는 것은 온당한 것일까. 인간은 지옥과 같은 재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지옥'은 수많은 철학적 질문을 팬데믹을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오징어게임’과 클래스 다른 공명이 유발되는 이유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