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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팩스·도장·종이 집착하는 일본 왜 아날로그 시스템 고수하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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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9.04 12:46 11,70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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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21세기 일본엔 3가지 神器가 있다

팩스·도장·종이 집착하는 일본
왜 아날로그 시스템 고수하나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도 일본인들은 여전히 팩스를 애용한다. 지난해 총무성 조사 결과, 50~60대의 절반이 팩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DB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도 일본인들은 여전히 팩스를 애용한다. 지난해 총무성 조사 결과, 50~60대의 절반이 팩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DB

#1. 일본 인기 그룹 스마프(SMAP) 출신의 구사나기 쓰요시(46)가 지난해 말 일반인 여성과 결혼했다. 한국에서도 ‘초난강’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친한파 가수 겸 배우다. NHK는 “그의 소속사가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결혼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결혼 소식 자체보다 더 눈길을 끈 건 이를 ‘팩스로 알렸다’는 대목.

#2.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일본 드라마 ‘100만엔의 여인들’에도 팩스가 자주 등장한다. 동명(同名)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무명 소설가인 남자 주인공은 다섯 명의 여인들과 기묘한 동거를 한다. 남자를 괴롭히는 저주의 메시지가 매일같이 거실 팩스로 온다. 스마트폰 문자나 이메일이 아니라, 종이에 붓글씨로 쓴 ‘팩스 스토킹’이라니.

한국에서는 사라져 가는 팩스(FAX)가 일본에선 여전히 현역이다. 정부 부처, 기업 사무실은 물론 일반 가정집까지 팩스를 애용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지난해 인구 2000만명이 넘는 도쿄도가 팩스 2대를 이용해 코로나 신규 확진자를 집계하다가 확진자 통계가 엉망이 된 게 단적인 예다. 의사가 환자 정보를 적은 ‘발생 신고서’를 작성해 관할 보건소에 팩스로 보내면, 보건소는 이를 확인해 도쿄도로 팩스를 보내고, 도쿄도청 코로나 대책본부가 이를 취합해 발표하는 방식. 양성 판정부터 공표까지 무려 3일 걸리는데, 그마저도 감염자 숫자가 누락되거나 중복 집계했다는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팩스·도장·종이… 21세기 3종 신기

일본에는 ‘3종의 신기(神器)’라는 말이 있다. 원래 건국 신화에 나오는 거울·칼·곡옥(曲玉)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 왕실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나라의 보물을 뜻한다. 1950년대 말~1960년대에 이 말은 ‘필수 가전제품’이란 뜻이 됐다. 일본이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어느 가정이나 장만하는 품목이란 의미로 세탁기·냉장고·흑백TV가 ‘현대판 3종 신기’라 불렸다.

그런데 요즘은 팩스·도장·종이가 ‘21세기판 3종의 신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아직도 웬만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이 세 가지를 갖고 있다는 일본의 아날로그 상황을 비꼰 자조 섞인 말”이라고 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실시한 ‘정보통신 기기 보유 상황’ 조사 결과를 보면 40대는 4명 중 한 명(25.8%), 50~70대는 절반 가까이 팩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디지털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를 추진할 디지털청이 1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부터 반발이 거세다. 지난 6월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이 ‘부처 내 팩스 폐지’ 방침을 발표하자, 한 달 반 만에 각 부처에서 400건 넘는 반론이 제출됐다. “이메일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팩스를 선호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지만, 일본에선 그저 딴나라 얘기다. “계약 서류에 도장을 찍기 위해” “거래처에서 오는 팩스를 받아야 해서” 일단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메일보다 우편을 선호하는 문화도 재택근무의 벽(壁). 도쿄의 한 기업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모(35)씨는 “물건 주문서가 이메일 아닌 우편으로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 파나소닉의 팩스 광고.
 
일본 파나소닉의 팩스 광고.

◇아날로그 일본, 왜?

세계 경제 규모 3위인 선진 국가 일본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창민 교수는 “먼저 일본인들이 이런 상황이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 했던 게 문제”라고 했다.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디지털 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해왔지만, 상당수 국민은 왜 팩스를 쓰는 게 문제인지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 그는 “일본인들이 폐쇄적이고 내수시장에 안주하며 갈라파고스화돼 있다보니 전문가들이 지적을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선진국’이라는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전 세계가 QR코드로 인식하고 빠르게 재택근무 체제에 적응하는 걸 보며 비로소 세계와의 ‘디지털 격차’를 실감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고령화 사회의 경직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NHK는 지난달 4일 “첨단 기술이 발달한 일본이 왜 팩스에 집착하는가”라는 기사를 냈다. 가정용 팩스를 담당하는 파나소닉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분들이 손편지 대신 필요한 경우가 많아 팩스 판매를 중단할 수 없다”며 “손자에게서 온 팩스를 소중히 간직하며 몇 번이고 읽어본다는 어르신도 있다”고 말했다. 니시야마 마사키(71)씨는 이 기사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모임이나 행사 안내를 보낼 때 팩스가 편리하다”며 “나이 먹을수록 새로운 걸 쓰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의 가정용 팩스.
 
일본의 가정용 팩스.

◇“가장 큰 원인은 멈춰 있는 경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일본 경제가 정체돼 있다는 게 근본적 이유”라고 말한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거대한 터널이나 다리 건설 프로젝트에 돈을 썼고, 디지털 관련 인프라엔 신경 쓸 여력도 관심도 없었다”며 “일본 시장 자체가 새로운 회사의 진입이나 창의, 규제 혁파에 약하다. 인구 1억2000만 명인데 우리보다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이 훨씬 적다”고 했다.

이창민 교수도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낡고 오래된 시스템)이 워낙 강고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1980년대 말~90년대 초에 경제적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때 등장했던 ‘첨단 기기’가 팩스”라며 “문제는 기존 시스템을 뜯어내고 새로 인프라를 깔아야 계속 성장할 수 있는데 정점에서 적응된 상태로 시스템이 굳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팩스를 대체할 무엇으로 치고 들어오는 기업도 없고 혁신도 없이 문화 자체가 정체돼 있다는 얘기다. 미국 내 일본인 유학생 숫자가 지난해 국가별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똑똑한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일본 내에서 안주한다. 사회 전체가 경화된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9/04/RBEHJAEH5JH4XN6ZK23PXJLLI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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