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시대의 반영인가… 사행성 예능·드라마 봇물
살아남는 자가 일확천금을 얻는다. 456억원이 걸린 생존 경쟁 드라마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최대 상금 3억원을 걸고 공개 모집한 참가자들이 맞붙는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MBC) 등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올 초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예능 ‘머니 게임’이 회당 평균 조회수가 800만을 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바이벌과 일확천금을 결합한 ‘승자 독식’ 설정의 콘텐츠가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선정적이며 사행성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MBC가 10월 방송하는 ‘피의 게임’은 10명의 참가자가 최대 상금 3억원을 두고 대결한다는 설정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독차지한다. ‘머니 게임’과 유사한 설정이다. MBC는 유튜브 예능 ‘머니 게임’을 기획·제작한 유튜버 진용진이 MBC와 함께 연출에 참여하고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사실상 ‘머니 게임’의 지상파 버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웹툰 원작자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지만 MBC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MBC는 지난 15일까지 참가자 공개 모집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다음 달 17일 공개하는 ‘오징어 게임’은 비슷한 콘셉트를 리얼리티 예능이 아닌 드라마로 풀어낸다.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뜬 456명의 신용불량자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내용이다.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의 게임 무대에서 탈락자가 목숨을 잃고 낙오하는 티저 영상이 강렬하다. 이겨서 떼돈을 벌거나 지고 목숨을 잃는 극단적인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 이정재·박해수 등이 출연하고 영화 ‘도가니’ ‘남한산성’을 감독한 황동혁 감독이 연출했다.
이런 승자 독식 예능은 유튜브에서도 이뤄진다. 유명 유튜버 ‘신사임당’은 지난달 보드 게임 ‘모노폴리’를 통해 참가자 6명 중 승자에게만 상금을 몰아주는 게임을 예능 콘텐츠로 풀어냈다. ‘더 스테이지’라는 제목의 이 콘텐츠에는 유튜버 ‘슈카’ ‘승우아빠’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 등이 참가해 대결을 벌였다. 땅을 사고 건물을 세워 임대료를 받는데 돈을 더 많이 번 사람이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극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돈과 생존을 위해 경쟁한다는 내용은 일본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 ‘배틀로얄’미국 영화 ‘헝거게임’ 등에서이미 자주 쓰였던 소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험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을 하면서 자란 젊은 세대들과 경쟁이 극심해진 미디어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맞물린 결과”라고 했다.
작금의 ‘K서바이벌 게임’ 장르는 여기에 사행성을 끼얹은 결과물이다. 한 지상파 PD는 “사행성이라고 비판하기는 쉽지만 ‘벼락 거지’ ‘가즈아’와 같은 한국 사회 시대정신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