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뷰]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업동이가 살.렸.다!

240억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재미와 스케일 갖춰

입력 2021-02-06 17:23

영화 ‘승리호’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들.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의 러브콜도 머지 않아 보인다.(사진제공=넷플릭스)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할리우드에 ‘스타워즈’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승리호’가 생겼다. 넷플릭스행을 선택한 영화 ‘승리호’가 5일 베일을 벗었다. 한국 최초의 SF로 주목받았던 ‘무게’는 ‘재미’로 상쇄되는 완성도를 갖췄다. 호불호가 갈릴 소재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반전 엔딩이 주는 감동은 꽤 오래갈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노트북이나 집안의 TV가 아닌, 극장에서 봤다면 1000여명의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들이 투입된 광활한 우주의 재미가 남달랐을 거라는 사실이다. 거대한 우주선과 폐차(?)직전의 승리호 내부, 생생한 전투신이 보여주는 박진감은 역시나 극장의 스크린으로 봐야 제 맛일듯 싶다.

배경은 2092년 사막화가 진행된 지구오 앞으로 70년 후의 미래다.광화문와 각종 랜드마크는 이제 방독면이 아니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다.우주개발기업 UTS 회장 제임스 설리반은 병든 지구를 피해 우주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 UTS를 만들어 5%지구인을 이주시켰다.지옥이 되어버린 지상세계와 모든게 완벽한 우주의 빈부격차를 그린 멧 데이먼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이 연상되는 것도 잠시,‘승리호’는 재빨리 도로시라는 존재를 관객에게 오픈시킨다.

수소폭탄을 지닌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도로시는 우연히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승리호에 의해 발견된다. 장 선장(김태리)과 조종사 김태호(송중기), 타이거 박(진선규 ),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일을 할수록 빚이 늘어가는 상황에 파산 직전이다. 각자의 사연으로 돈이 필요한 이들은 곧 도로시를 넘기고 일확천금을 챙기기로 결정한다.

영화 ‘승리호’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는 ‘남매의 집’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의 조성희 감독 작품임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더 쉽다.

전작들에서 누군가에게 버려지거나 방치된 어린 아이를 자주 등장 시키며 비극과 동화적인 설정을 탁월하게 교차시키는 전공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도로시는 범죄자보다 더한 우주 청소부들 중,그들도 진절머리치는 최악의 ‘승리호’에 탑승해 또다시 어른들을 순화(?)시킨다.

아마도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들의 사연과 권선징악에 충실한 이야기 흐름일 것이다. 처음에는 돈과 맞바꿀 인질로만 여겼던 도로시와 승리호 선원들은 UTS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되고 모든 걸 맞바꿀 희생과 각오로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모션 캡쳐에 도전한 유해진의 캐릭터가 영화를 살린다. 업동이는 원래 전쟁과 파괴,암살에 특화된 로봇이었으나 ‘승리호’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화된 캐릭터. 돈을 모아 피부이식을 받아 인간형 로봇이 되는 게 꿈인데 그 결과물이 참으로 놀랍다. 유해진은 영화 ‘전우치’에서도 인간이길 원하는 개 역할로 나왔는데 이번에도 여성인 점만 밝혀두겠다.

‘승리호’는 환경파괴와 지구오염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부정부패에 대해 논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현실과 완장을 찬 기득권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계급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 심화될 것이 자명한 불편한 진실도 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가족이 되는 관계의 확장도 시대의 흐름에 꼭 맞는다.

성별과 나이, 인종의 구분 없이 결성되는 ‘승리호’의 인연은 영화 곳곳에 탁월하게 녹아있다. 게다가 태호가 보여주는 부성애는 SF영화에서 결코 흘릴 수 없는 눈물까지 자아낸다. 개봉일 조율로 마음고생을 했을 ‘승리호’가 넷플릭스로 공개된 건 결론적으로 신의 한수였다. 전세계 190여개 국에서 만날 이 영화를 보고 안 반할 사람은 없을테니까. 136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