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화양연화’가 올해 흥행 순위 2위라고?
‘화양연화’ 이어 ‘늑대와 춤을’ 등 TV로 보던 걸작, 스크린 재개봉
연말에 재개봉돼 올해 흥행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화양연화'. /엔케이컨텐츠
‘극장은 안방으로, 안방은 극장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6일 박스오피스에서 ‘화양연화’가 5위, ‘늑대와 춤을’이 7위를 달렸다. 둘 다 재개봉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 개봉한 ‘화양연화’는 올해 흥행순위 2위에 올라 있고 누적 관객 10만명(16일까지 8만5985명)을 바라보고 있다. 저녁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악조건을 뚫고 재개봉작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1위는 ’원더우먼 1984′다.
코로나 사태로 재개봉이 만연한 가운데 ‘승리호’(제작비 250억원) 등 상업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직행하면서 극장과 안방의 역할이 뒤바뀌고 있다. 극장은 신작 가뭄, 넷플릭스는 신작 홍수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안방은 극장에서 내려간 영화가 가는 2차 소비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라며 “오히려 극장은 20~30년 전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곳으로 역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장만옥·양조위가 주연한 ‘화양연화’는 2016년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위에 오른 작품이다. 원래 2000년 개봉했다. 영상과 음향을 보강한 리마스터링을 거쳐 20년 만에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전쟁 영웅(케빈 코스트너)이 인디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늑대와 춤을’은 아카데미상 7관왕을 차지한 1991년 작이다. 30년 만의 스크린 부활이다.
재개봉작은 단순한 추억 상품이 아니다. CGV에 따르면 ‘화양연화’ 관객은 30대가 35%로 가장 많고 20대(27%), 40대(20%) 순이다. 20~30대 영화팬은 과거 TV로만 봐야 했던 걸작들을 코로나 덕분(?)에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안방에선 ‘승리호’ ‘사냥의 시간’ ‘콜’ 등 극장 개봉을 포기한 넷플릭스 신작을 볼 수 있다.
최근 재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달리는 '화양연화'(위)와 '늑대와 춤을'. 젊은 영화팬은 TV로만 보던 20~30년 전 걸작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엔케이컨텐츠·영화특별시에스엠씨
지난해 3~5월 극장가를 견인한 영화들도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 재개봉작이었다.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찍은 ‘라라랜드’는 연말에 또다시 재개봉할 정도였다. 더홀릭컴퍼니 채연정 실장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화양연화’를 사랑과 이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걸작으로 홍보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며 “다음 달 초 ‘해피투게더’ 재개봉에 이어 ‘중경삼림’도 4K 리마스터링(원본 필름 화질을 디지털 800만 화소급으로 높인 것) 버전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비포 미드나잇’ ‘캐롤’ ‘키드‘ 등도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작들이 극장가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자 CGV와 롯데시네마는 재개봉 전용관이나 기획전을 만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현정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 자료에서 “코로나로 극장 매출은 2019년 1조9140억원에서 2020년 5103억원(추정)으로 축소됐다”며 “상업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는 사이에 재개봉작은 2018년 75편에서 지난해 250편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디지털 온라인(OTT) 시장 규모는 2019년 6345억원에서 지난해 7801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박돈규 기자
30년 만에 재개봉된 영화 '늑대와 춤을'. /영화특별시에스엠씨30년 만에 재개봉된 영화 '늑대와 춤을'. /영화특별시에스엠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