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 한국형 첩보 액션이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쿡리뷰]
/ 기사승인 : 2022-04-07 06:16:01
한지훈(박해수) 검사에겐 기회가 절실하다.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바로잡아 사회의 정의를 구현할 기회. 정의로운 결과엔 정의로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한지훈의 첫 번째 기회는 날아갔다. 직원의 실수로 과정이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 두 번째 기회에선 반드시 그의 방식대로 정의를 구현할 계획이다. 한지훈에게 주어진 기회는 엉뚱하게도 국정원 중국 선양 지부를 감찰하는 파견 근무다. 가만히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 낫지 싶어 떠나지만 그곳은 정의가 끼어 들 틈 없는 무법지대. 사람을 해치는 귀신인 ‘야차’라 불리는 국정원 선양 지부장 지강인(설경구)에게 정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서로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대치한다.
넷플릭스 영화 ‘야차’(감독 나현)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좌천된 검사 한지훈이 선양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전담팀을 감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지훈은 범법을 넘어 무법에 가까운 지강인의 방식을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곤란한 일들을 겪으며 한국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그 순간 선양에선 북한에서 한국으로 전향을 신청한 인물을 두고 한국과 북한, 일본 등 각국 공작원들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을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한 한지훈은 지강인과 함께 움직이며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첩보 액션 장르물이다. 국내에서 벗어나 낯선 이국에서 그곳의 규칙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이슨 본’ 시리즈, ‘007’ 시리즈처럼 국가 안보를 위해 어떤 일이든 벌이는 국가 소속 정보원이 한국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이 새롭다. 격투 액션이나 칼을 쓰는 대신 총기 액션이 주를 이루는 점도 독특하다. 극 중 배경인 선양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북한에서 가까운 도시 중 가장 큰 도시로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 영사관들이 주재하며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장소로 영화의 색깔을 잘 담아낸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림과 배경은 새롭지만, 내용은 새롭지 않다. 가장 반대되는 지점에 위치한 두 남자 주인공이 처음엔 대립하다가 점점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나중엔 함게 적을 물리치는 버디물의 공식을 따른다.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지만, 생각만큼 큰 고민 없이 전개된다. 평범하고 강직한 주인공 지훈은 이야기를 주도하기 보다 관객들에게 첩보 요원들의 세계를 안내하고 적응을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러 요소가 짜임새 있게 준비되어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잘 준비된 길이 훤히 보인다.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영화가 마련한 답에 맞춰 쉽게 변화하며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실제 이야기 같은 현실감을 느끼기도 어렵다.
2년 전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개봉을 미루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다. 최근 영화 ‘자산어보’, ‘킹메이커’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온 설경구와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 넷플릭스와 인연을 이어가는 박해수의 만남은 영화를 주목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제목인 ‘야차’는 인도 신화에서 등장하는 귀신으로 인간을 잡아먹는 잔혹한 존재다. 정작 영화에선 의외로 정 많고 따뜻한 인물로 그려진다. 모형이 아닌 실제 총 36정으로 촬영하며 보다 현실적인 총기 액션을 구현했다. 실제 촬영은 선양이 아닌 대만과 한국에서 했다.
오는 8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