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가 있어서 먼저 봤거든요. 근데 한국인으로서 영화로 뒷통수 맞긴 처음이네요.
물론 원작 이야기 좋고, 시나리오 좋고, 연출 노련하고, 배우들 연기 끝내줍니다. 강제규 감독 20년 전 태극기휘날리며 절반 정도는 관객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로 대중적 매력이 넘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진짜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주 결정적인 그 이유로 저는 이 영화를 돈주고 다시 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참고로 전 직업상의 필요로 개봉하는 모든 상업 영화를 대체로 돈을 내고 챙겨봅니다. 한 영화를 열 번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절대 돈주고 다시 보지 않기로 한 이유를 이제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데요, 바로 마라톤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겁니다.
1936년 손기정 선수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고 우승시상대에서 월계수 화분으로 국기를 가렸습니다. 조선인으로서 일장기를 단 채 금메달을 받는 것이 수치스럽고 모욕스러웠기 때문이죠.
이에 일본은 손 선수에게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을 것을 각서를 통해 종용했고 이것은 손기정 선수의 팔다리를 자른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손 선수는 일제치하에서 수많은 고초를 겪었죠.
스포 있음) - 그러나 역사적 사실이므로 이미 오픈된 내용임
이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으로 전향한 손기정 선수는 서윤복 선수를 제자로 키워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시켰고, 서 선수는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쥐고 조선인으로서 태극기를 단 채 우승시상대에 올라가게 된 것인데요.
우승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리는 것은 손기정 선수에게는 지난 치욕과 한을 푸는 것이고, 서윤복 선수 뿐 아니라 당시 한국인이 그토록 소원하던 것이죠. 그리고 관객도 이 영화를 보며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또한 이 영화가 가는 최종 목적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이 중요한 장면에서 태극기를 없애버립니다. 그 중요한 시상식 장면이 한 1분 될까말까 하는데 그동안 태극기는 단 한 번도 노출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라톤 출발 전에 서윤복 포함 한국 선수들이 옷에 매단 태극기를 내밀며 자랑스러워하며 잘 보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말입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시상대 위에 서윤복 선수가 오르자마자 자랑스런 태극기가 클로즈업 되고 모두 기뻐서 함성을 터뜨리고 이런 장면이 나와야 할 텐데... 기가 막히게도 단 한 컷의 태극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서윤복 선수가 꽃다발로 옷의 태극기를 가린 채 나옵니다. 마치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서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린 것처럼요.
이 장면을 본 순간 저는 아찔했습니다. 이것들이 우리 한국인을 엿먹이는구나.
이것들이 누구냐, joTe 로 대표되는 일본인들. 교묘한 수작으로 2023년 한국인들을 엿먹이고 있구나.
이 영화는 joTe가 제작투자한 영화입니다. 일본 자본으로 만든 일제시대 이야깁니다. 참 재밌게도 joTe 는 일제시대를 다룬 한국 영화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그게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먹힌다는 걸 알거든요. 그 컨텐츠가 돈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투자를 합니다. 한국독립군 이야기로 일본이 돈을 버는 형국이죠. 저는 joTe나 일본의 수작에 화가 나는 것도 나는 것이지만 그 자본을 물리치지 못 하는 한국 영화 제작자들에게 더 많이 화가 납니다. 자본을 물리치지 못 하더라도 제작자로서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은 지켜야되는 게 아닌가요.
이 장면도 처음엔 이렇게 편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국인이 이런 식으로 자국민을 엿먹이겠습니까. 자본의 압력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2023년 자본주의 시대 일본 자본 치하에서 나온 결과물일 거라고.
저는 이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 시상식 장면에서 태극기가 휘날리지 않는다면, 서윤복 선수가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단 채 금메달을 받는 장면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내용을 알릴 것입니다.
시사회를 끝낸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재밌다고 또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이 한국인과 한국 역사를 또다시 엿먹이는 영화를 본 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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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