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평론가 "일본은 왜 한국을 이길 수 없는가"
일본의 영화 평론가 마에다 유이치 칼럼 작성
"내수시장이 탄탄해 국내용 특화 콘텐츠에만 집중"
넷플릭스와 K-콘텐츠에 관해 일본인의 시각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내용을 OTT뉴스가 보도했다.
일본의 영화 평론가 마에다 유이치 씨가 지난 10일, 일본 영화는 왜 한국 영화에 이길 수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투고한 글을 인용 보도한다.
마에다 유이치 씨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국에 뒤쳐지는 근본적 원인을 '내수 시장의 탄탄함'과 '배급사' 및 '방송국'의 막강한 권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명성을 떨치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일본 영화계는 침체기에 빠진지 오래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영화 팬들과 관계자들은 "특정 배급사, 특정 인물, 특정 원작만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문제다. 해외에 나가서 어떤 아이돌, 배우라 호소해도 알 리가 없다"라고 지적한다.
'모험'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배급사 중심의 유연성 없는 업계가 지금의 재미없는 일본 영화를 만든 주범이라는 것이다.
하단부터는 칼럼의 번역 내용이다.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화제를 점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수익이 1,000억엔을 넘어선 뉴스는 영화인들에겐 충격일 것이다. 이들은 연간 2조 엔 이상의 콘텐츠 제작비를 무기로 잇달아 화제작을 발표 중이다.
다만 영화 혹은 방송이든 일본인으로서 분한 점은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이 최근엔 한국 작품뿐이라는 점이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이후 세계 엔터테인먼트 계의 존재감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거액'의 제작비 현지에 투자
한국이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5억 달러의 예산을 한국 작품에 투자하는 등 한국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에서 끌어 모을 수 있는 유료 구독자가 포화에 달한 지금, 아시아를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하려는 전략에 의한 것이지만 같은 입장인 일본 이상으로 한국은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넷플릭스가 거액의 제작비를 현지에 투자하는 것은 이들이 '현지화(로컬라이즈)'를 콘텐츠 제작의 주축으로 삼아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헐리우드의 화제작에 자막을 달아 세계에 판매하는 기존 방식의 '수출형 비즈니스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
렌탈 비디오 체인으로부터 시작한 넷플릭스는 자체 컨텐츠를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사의 권리물을 렌탈하거나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깨달으면서 스스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 키워드는 '현지화'
당시 넷플릭스는 영어권에 특화된 메이저 작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배우와 언어, 스토리까지 각 나라와 지역 기호에 맞추는 '현지화'에 힘을 썼다. 그에 더해 회수를 장담할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
그랬더니 무엇이 만들어졌는가? 헐리우드 영화 수준의 영상 기술과 예산을 들인 '일본 영화나 한국 영화, 각국 영화'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도 9회분에 약 25억 엔을 들였다. 이러한 노선이 소위 '대박'을 쳐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미국 이외의 나라 사람들은 극장에서 예산 100억 엔에 달하는 헐리우드 초대작과 저렴한 자국 영화에 같은 요금을 지불하며 모종의 인내를 느껴왔다. 그 욕구불만을 최초로 해소해 준 것이 바로 넷플릭스다.
자사 콘텐츠를 대량 보유한 워너브라더스나 디즈니라고 하는 메이저가 기존의 '수출형' 비즈니스를 고집해 OTT 서비스 출시가 늦어진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들도 현지화의 중요성을 깨달아 OTT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예를 들면 디즈니는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의 작품을 지금까지 거의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었지만 지금 신작 기획의 24%가 해외 제작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현지화에 늦은 또 하나의 나라가 일본이다. 원인은 일본은 시장 규모가 커서 내수 시장으로만 버틸 수 있었던 점이다. 게다가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적은 방송국과 배급사가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산업 구조의 특성 상 제작사도 일본 국내용 특화 콘텐츠밖에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넷플릭스에 의한 '현지화' 바람이 일본 국내에도 휘몰아쳐 만성적으로 부족한 제작진 등이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개런티로 의뢰를 수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넷플릭스는 얼마 전 콘텐츠의 내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일본 내 유료 구독자 수가 포화에 도달하면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제작비 투자의 대상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그러한 미래를 염려하는 일부의 제작 회사나 크리에이터는, 벌써 현지의 회사와 협력해, 자사 컨텐츠의 현지화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중이다.
지금은 독주 체제의 Netflix가 석권 하는 영상 업계이지만, 다양화야말로 번영이라고 믿는 일본 크리에이터의 활약과 그들에 의한 세계적인 히트작의 탄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