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죽음이란 ‘종착지’ 앞에 선 인간의 모습 그렸다”

'지옥'의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인간이 그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상상하며 작품을 구상했죠.”

지난 19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시청 1위를 차지한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25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구상한 배경을 밝혔다. 연 감독은 영화 ‘부산행’ ‘반도’ 등 스릴러, 호러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다. ‘지옥’은 그가 최규석 작가와 함께 웹툰으로 먼저 연재한 작품이다.

‘지옥’의 흥행에 대해 연 감독은 예상 밖이란 반응이었다. 그는 “넷플릭스 측과 ‘지옥’을 처음 구상할 때 보편적으로 대중을 만족시킬 거란 생각보다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길 거라고 예상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지옥행’(죽음)을 ‘고지’받는 사람들의 공포와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혼란을 틈타 결성된 사이비종교 ‘새진리회’는 ‘고지’가 죄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는 의미를 임의로 부여한다. 새진리회의 교리에 반하는 이들은 광신도들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다.

사이비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연 감독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옥’을 ‘코스믹 호러’(우주적 공포) 장르라고 했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근원적 공포에 맞닥뜨린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종교였다.

사람들이 갑자기 죽음을 고지받게 되는 이유는 극이 끝날 때까지 규명되지 않는다. 연 감독은 “미스터리한 일을 설명하기보다 그걸 맞닥뜨린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전했다.

극 중에서 많은 사람은 새진리회의 교리에 동화된다. 이를 두고 ‘우매한 대중’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연 감독은 “나는 그들이 우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이데올로기(사상)를 만들어서라도 (거기에) 기대고 싶은 세상을 살고 있다”며 “사회인으로서 인간 존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 모습을 충실히 묘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벌써 시즌2에 대한 관심이 크다. 시즌1의 마지막 회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2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연 감독은 ‘지옥’의 후속 이야기를 웹툰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