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삑. 9900원 결제가 완료됐습니다.”

지난 12일 또 하나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가 공개됐다. 일주일 앞선 지난 4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의 무료 체험 기간 일주일이 끝나면서 월 6500원이 함께 결제됐다. 둘을 합치면 이용료 1만6400원. 여기에 넷플릭스·왓챠·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까지, 어느덧 OTT 구독료 지출만 월 7만~8만원이 훌쩍 넘는다. 곳곳에서 허리 휘는 구독료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차피 다 볼 시간도 없다. 넘쳐나는 OTT의 시대, ‘구독료 다이어트’를 하려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오리지널인데, 볼 게 없네 ‘애플TV+’

애플TV+ 화면을 열고 가장 먼저 선택한 건 김지운 감독과 배우 이선균의 드라마 ‘닥터브레인’(총 6부작). 전편(全篇)을 공개하는 줄 알았더니, 일주일에 한 편씩 공개. TV와 다를 것도 없다. 아쉽게도 그다음 회가 간절하게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내년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윤여정의 차기작 드라마 ‘파친코’를 기다려야 할 듯 하다.

영화를 보려 했더니, ‘007 노타임 투다이’(구매 1만5000원, 대여 1만원) 같은 작품들은 모두 추가 부담이 있다. 애플에서만 볼 수 있는 애플TV+ 오리지널만 추가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현재 오리지널은 70여 편. 그중 눈길을 끄는 건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핀치’다. 원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미(美) 전역에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계속 연기되다 애플TV+가 구입해 지난 5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지구 종말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자신의 로봇을 개발해 강아지와 함께 먼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계속 겹친다. 러닝타임 143분에 이르는 톰 행크스의 힘든 여정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다른 작품을 찾아 나섰다. 중간 멈춤이야말로 OTT 이용자의 특권이니까.

이번에는 스포츠 코미디 ‘테드 라소’. 미국 미식축구 코치가 영국 축구팀 코치로 발탁되면서 겪는 에피소드에 미국인들이 빵빵 터졌다. 에미상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작. 하지만 손흥민에게 열광하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과연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애플TV+는 화면 정지 중 심해(深海) 등 전 세계 자연환경을 보여주는데, 이거 정말 볼만해요”라는 말까지 나온다.

◇디즈니팬 아니면 굳이?... 디즈니+

디즈니+는 무료 체험 기간이 없다. 넷플릭스는 한 달, 애플TV+는 일주일씩 제공하고 있다. 결제 고객에게만 허용된 파란 화면을 열어젖히면,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카테고리의 콘텐츠 우주가 펼쳐진다. ‘내가 혹시 디즈니 팬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한 라인업. 드라마 한 회까지 다 셈하면 1만6000회 분량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코로나로 그동안 영화관을 못 갔던 이들이라면 ‘블랙 위도우’ ‘크루엘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의 블록버스터들을 추가 결제 없이 볼 수 있다. 아이맥스 작품들은 아이맥스 비율(1.9:1) 그대로 지원한다. 초대형 TV 보유 가정이라면 새로운 시각적 쾌감을 누릴 수 있다.

드라마 라인업도 화려하다. 명성을 자랑하던 스타워즈 실사판 드라마 시리즈 ‘만달로리안’은 소문대로 웅장했다. 최근 영화 ‘듄’으로 감동받았던 시청자들이라면 즐겁게 시청할 수 있다. 영화 ‘어벤져스’의 파생작인 ‘완다비전’과 매력적인 악역 ‘로키’까지 마블 유니버스는 OTT에서 더욱 확장하고 있었다. 다른 OTT에서 이미 익숙한 ‘홈랜드’ 같은 시리즈와 ‘스카이 캐슬’ 같은 한국 드라마 등도 포함됐다.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인 흔적도 크다. 지난 12일 오후 8시를 기해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NOW를 통해 서울 코엑스·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대규모 론칭쇼를 개최했다. 각 작품은 한국어 더빙도 대부분 제공된다. “아이 있는 집은 무조건 구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디즈니와 마블 팬이 아니라면 볼 게 없다. 한국 첫 오리지널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런닝맨 유튜브 채널에서 팬들을 상대로 해야 할 것 같은 수준. 드라마 ‘설강화’ ‘그리드’ ‘무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방영 예정이다.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HBO 맥스’는 내년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파인 왓챠와 웨이브, 티빙과 더불어 이제는 말 그대로 OTT 춘추전국시대. 웬만한 재미로는 ‘구독료 다이어트’에 나선 시청자들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