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큰손 된 5060, 세탁 ‘구독’하고 배달앱 척척
작년 결제액의 51% 중장년층이 써
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송채원 씨(51)는 장을 볼 때가 되면 마트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쿠팡이나 마켓컬리에 접속한다. 재택수업을 하는 딸과 함께 하루 한 끼는 꼭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켜 먹는다. 송 씨는 “반려동물 사료도 모바일로 사고 영화도 넷플릭스(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본다”고 했다.
지난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가 처음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비대면 경제의 주축으로 올라선 것이다.
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에서 결제된 하나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금액에서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였다. 10∼30대의 결제 비중(49%)보다 많았다. 2019년엔 10∼30대의 결제 비중이 53%로 40대 이상(47%)보다 컸지만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박상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의 편리함에 눈뜬 중장년층이 온라인 시장의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30대 이하 연령층의 온라인 결제금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데 비해 40대 이상은 49%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온라인쇼핑 거래 규모는 46조8885억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분석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모 씨(63)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음식을 주문했다. 집에서 두 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도 배웠다. 김 씨는 “예전엔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는 게 미심쩍었지만 막상 써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덩치를 키운 온라인 시장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청소, 세탁서비스는 물론이고 속옷, 취미용품 등을 온라인으로 ‘정기구독’ 하는 중장년 소비자도 늘고 있다.
4일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9∼2020년 하나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내용의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카드 결제금액은 전년 대비 35% 늘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2월엔 55%의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10∼30대의 온라인 결제금액은 20% 안팎 늘어난 반면 40대는 42%, 50대는 50% 뛰었다. 60대 이상의 증가율은 55%나 됐다.
특히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던 배달 앱과 간편결제 시장에서 중장년층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배달 앱 결제금액 증가율은 40대(142%), 50대(163%), 60대 이상(142%)이 모두 100%를 웃돌았다. 간편결제 서비스도 40대(189%), 50대(255%), 60대 이상(350%)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소비를 명품, 패션 등에 쓰며 ‘보복 소비’에 나섰다. 지난해 온라인 명품 결제금액의 65%를 2030세대가 차지했다. 20, 30대의 명품 결제금액이 1년 새 각각 80%, 75% 급증한 결과다.
동시에 MZ세대는 중고거래를 통한 알뜰 소비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온라인 중고거래 결제의 61%가 20, 30대에서 이뤄졌다. 20대의 증가율이 68%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공연장 등이 문을 닫으면서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여가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해 OTT 결제금액은 10대(124%)부터 60대 이상(166%)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100% 이상 늘었다.
전기차를 비롯해 홈서비스, 정기구독 등에서도 온라인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0대와 40대의 온라인 결제금액 상위 10위 업종에 처음으로 전기차인 테슬라가 각각 6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30, 40대는 빨래, 청소 같은 집안일 대행 시장에서도 결제금액의 70%를 차지하며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구독료를 내면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정기구독 결제금액은 지난해 30% 늘었다. 속옷(665.7%) 취미용품(349.1%) 꽃(16.3%) 면도용품(32.5%) 등 정기구독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박상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야별로 전문 플랫폼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소비의 편리함을 경험한 만큼 코로나19가 끝나도 중장년층의 온라인 결제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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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