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의 절반이 지났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올해 상반기에는 극장 개봉작은 적었을지언정, 배우들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우리를 울리고 웃겼으며, 지난한 팬데믹 가운데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해준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 TOP 7을 꼽아봤다.
엠마 스톤 in '크루엘라'
국내 145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크루엘라'의 성공 요인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9할은 달할 것이다. 엠마 스톤은 이번 '크루엘라'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해준 '라라랜드'에서와는 전혀 다른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연기 스타일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거의 둔갑을 했다. 1950년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오리지널로 둔 크루엘라 드빌 역에 이보다 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배우가 있을까. 엠마 스톤의 우아하면서도 건방진 목소리와 이글거리는 눈빛 연기는 영화관을 나와서도 결코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엠마 톰슨 in '크루엘라'
'크루엘라'를 썼는데 엠마 톰슨을 빼먹을 수가 있나.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 투 엠마의 신들린 연기는 '크루엘라'를 마치 한 편의 연기 경합처럼 만들었다. 패션계의 네로황제 바로네스(엠마 톰슨)가 크루엘라 드빌이라는 어마어마한 장악력을 지닌 캐릭터 앞에서도 결코 존재감이 뒤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연 엠마 톰슨의 내공 쌓인 연기력과 카리스마 때문일 것이다. 극중 휙휙 바뀌는 코스튬처럼, 카멜레온 같은 배우 엠마 톰슨의 진가를 '크루엘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리 in '승리호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호불호가 갈렸을지언정, 영화 속 김태리는 올해 선보여진 한국영화에서 단연코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 이름도 존재감 장난 없는 장선장, 늘 술에 절어 막말을 일삼는 승리호의 선장 역할이다. 화투 치다가 수 틀리자 남자들을 쥐어패는 상여자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영화를 계속 보고 있노라면 여러 전작들에서 보여준 김태리의 얼굴들은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다. 보잉 선글라스를 낀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모습으로 승리호를 조종하던 김태리를 영원히 기억 속에 아로새기고 싶다.

설경구 in '자산어보' (청일점♥)
백상예술대상 대상에 빛나는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는 설경구. 매 작품마다 대체할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지만 첫 사극 도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약전에 완전히 동화된 연기를 보여줬다. 흑산으로 유배된 정약전의 일생을 연기한 그는 천하제일의 인재로 불리던 명망 높은 학자의 진중한 모습과 얼굴에 먹물을 묻힌 채 바다 생물을 탐구하는 소탈한 모습을 넘나들며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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