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장르, 진화를 접목하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5-07 03:00수정 2021-05-07 04:05
21일 공개 넷플릭스 ‘아미 오브…’
왕국 이룬 진화된 ‘알파좀비’ 등장
웹툰 ‘위아 더 좀비’ ‘사람의 조각’
선악구도 탈피, 인간과 공존 묘사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조직화됐어요.”
2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예고편에서 좀비들이 점령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잠입한 용병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에서 좀비는 계급을 나누고, 왕국을 이뤄 살아갈 정도로 진화한 존재다. 고도화된 지능과 신체 역량을 가진 ‘알파 좀비’들이 이보다 열등한 좀비들을 지배한다. 알파 좀비 중에서도 리더는 왕 제우스와 왕비 아테나다. 그들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따르는 좀비들은 살육 본능만 남아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이전의 유형들과 다르다.
기존 좀비물이 인간과 좀비들의 사투를 그렸다면 최근에는 진화한 좀비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숱한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좀비를 변주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이야기를 선사하려는 취지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선 지능이 있는 좀비들이 자신들의 규율을 어기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소통과 합의가 가능한 좀비의 탄생인 셈이다. 영화 연출과 더불어 각본도 맡은 잭 스나이더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좀비도 진화한다는 콘셉트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그들 안에도 위계질서가 있고, 조직을 이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좀비들을 다스리는 제우스와 아테나는 원시적이지만 소통 방식도 갖추고 있다.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웹툰에서도 인간과 좀비의 공존을 그린 서사가 나오고 있다. 올 2월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위아 더 좀비’가 대표적이다. 좀비가 가득한 초대형 서울타워에 갇힌 주인공 김인종은 구조되지 못해 이곳에서 1년간 갇혀 지낸다. 김인종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정에 의해 좀비들과 타워 안에서 살고 있다. 인류 문명이 멸망한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일반 좀비물과 달리 마트, 수족관 등 일상 공간에서 좀비와 인간이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려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은 선, 좀비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2월 공개된 네이버 웹툰 ‘사람의 조각’에서는 좀비와 인간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인간과 한 팀을 이루는 좀비들은 정신은 인간, 육체는 좀비인 ‘반인(半人) 반(半)좀비’다. 주인공인 군의관 백민철은 백신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간의 의식을 지녔지만 육체는 좀비가 된다. 그는 인간, 좀비들과 함께 자신의 딸 지호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김여정 네이버웹툰 한국웹툰 리더는 “좀비와의 공존을 그린 좀비물은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장르적 긴장감과 현실적 공감대를 살릴 수 있어 더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