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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폐지, 그리고 남은 문제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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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4.02 09:05 2,36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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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폐지, 그리고 남은 문제들

매일신문 배포 2021-04-02 06:30:00 | 수정 2021-03-31 10:17:37 

 

 

‘조선구마사’ 사태의 의미와 향후 조심해야 할 것들

SBS에서 조기 종영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자료: SBS
SBS에서 조기 종영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자료: SBS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역사왜곡 논란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어째서 이번 '조선구마사'에서는 폐지까지 가는 결과로 이어졌을까. 그 사태 이면에 놓인 달라진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환경을 들여다보자.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드라마가 어떤 사건에 의해 중도에 흐지부지되며 조기종영된 사례는 없지 않다. 예를 들어 2006년 MBC에서 방영됐던 '늑대'는 촬영 도중 주인공이었던 에릭과 한지민이 스턴트 차량에 받히는 사고를 당해 3회 만에 조기 종영했고, 2004년 방영됐던 MBC '영웅시대'도 애초 100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특정 인물을 영웅화했다는 여론과 당시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에 결국 70부작으로 조기 종영했다. 이밖에도 시청률 난항으로 조기 종영한 드라마들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처럼 짧은 기간에 마무리조차 하지 못한 채 폐지를 선언한 사례는 없다.

문제의 발단은 드라마 첫 회 도입 부분에서부터 비롯됐다. 좀비에 악령까지 깃든 이른바 '생시'라는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 사극이지만 '조선구마사'는 굳이 역사 속 실존인물인 조선 초 태종, 양녕대군, 충녕대군을 등장시켰다. 이야기가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대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조선 땅에 창궐한 생시들을 막기 위해,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로부터 구마의식을 배워 생시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 구조 자체가 조선의 존폐를 좌지우지한 것이 바티칸 같은 외세의 힘이었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드라마 시작 전부터 나오던 터였다. 제작사 측은 그런 논란의 소지들을 모두 수정하거나 바꿨다고 했지만, 드라마 첫 회에 태종이 환시를 보며 양민을 학살하는 대목에서부터 시청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여기에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를 맞이하러간 충녕대군이 저자세로 술을 따르는 장면과 선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대사와 더불어 그 장소에 사용된 음식, 술병 같은 소품들이 중국음식이거나 중국풍이라는 비판으로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 소품 문제가 심각해진 건 최근 벌어지고 있던 중국의 '문화공정(전파공정)'이 대중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치도 비빔밥도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이었기에 드라마 속에 등장한 '중국음식'과 '중국풍' 소품들과 결합하며 중국 측 논리에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조선 초기 고증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풍 음식, 월병이 보인다. 드라마 '조선구마사' 장면 캡처
조선 초기 고증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풍 음식, 월병이 보인다. 드라마 '조선구마사' 장면 캡처

논란은 거센 대중들의 여론으로 일파만파 커졌고, 광고주들마저 압박했다. 이 작품에 제작비를 대거나 장소 제공 등으로 제작지원을 하고 광고 등을 한 업체들은 자칫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았고, 결국 손절을 선택했다. 거의 모든 광고와 협찬이 빠져나가고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SBS는 방송을 강행하는 것이 무리한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고 결국 2회 만에 폐지를 결정했다.

◆문화공정과 글로벌 콘텐츠 시장 사이

'조선구마사'는 빠르게 폐지되었지만, 이 사태는 현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먼저 지금 현재 글로벌 콘텐츠시장에서 우리네 K콘텐츠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그것은 일종의 콘텐츠 전쟁이면서 문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선제적으로 국내 콘텐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자신들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팬층까지 확보하게 만들었던 넷플릭스가 그 전쟁의 한 축이라면, 이에 맞서는 중국의 아이치이 같은 중국판 넷플릭스가 또 다른 축이고, K콘텐츠는 그 중간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펼쳐지는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고심하는 외교문제처럼, K콘텐츠가 어느 쪽과 손을 잡아야 더 유리한가를 판단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우리 대중들이 마음을 연 것은, 이들의 로컬 정책이 우리와 잘 맞아 떨어진 면이 있어서였다. 즉 로컬의 문화를 하나의 차별성으로 담아냄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우위를 잡으려는 넷플릭스의 방향성은, 로컬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는 우리의 방향성과 일치했던 것.

넷플릭스가 제작해 방영하고 있는 킹덤 시리즈 포스터. 자료: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제작해 방영하고 있는 킹덤 시리즈 포스터. 자료: 넷플릭스

'킹덤' 같은 조선좀비 장르의 탄생은 사극으로서의 로컬 문화와 좀비 장르라는 넷플릭스에 어울리는 보편성이 만나 큰 시너지를 만든 작품이었다. 이처럼 넷플릭스와 우리의 이해관계는 주로 '자본'으로 얽히는 것일 뿐, 문화적 충돌은 그리 생겨날 소지가 없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중국의 자본들과 아이치이 같은 플랫폼은 이야기가 다르다. 김치나 비빔밥 같은 음식은 물론이고 윤동주 시인마저 자국인이었다는 문화공정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네 콘텐츠에 침투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거대한 중국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그 플랫폼에 들어가려는 K콘텐츠라면 '중국향'의 요소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국향'이 저들의 '문화공정'과 만나면 보다 심각한 왜곡을 만들어낸다. '조선구마사'는 물론 제작비 320억원을 모두 순수 국내제작사가 투자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거기 등장한 중국음식이나 중국풍 의상이 보여주는 '중국향'은 저들에게 문화공정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안으로 비화되었다.

 

중국풍 의상이 보여주는 '중국향' 역시 '조선구마사'의 주된 비판 요소로 꼽혔다. 자료: SBS중국풍 의상이 보여주는 '중국향' 역시 '조선구마사'의 주된 비판 요소로 꼽혔다. 자료: SBS

◆K콘텐츠, 위상과 더불어 무거워진 어깨

물론 최근 K콘텐츠에서 중국의 문화공정과 맞물려 터진 논란들은 그만큼 우리네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tvN '빈센조'에 들어간 중국 비빔밥 PPL은 "비빔밥도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문화공정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파만파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것은 중국제품이(그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유통도 안 되는) PPL을 할 정도로 우리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K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은 넷플릭스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킹덤'이 글로벌한 인기와 화제를 일으켰고, 그 후에도 '인간수업'은 물론이고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그리고 '스위트홈'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되는 족족 여러 나라에서 넷플릭스의 많이 본 콘텐츠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과 더불어 국내에서만 서비스 가입자 수가 거의 배로 증가한 넷플릭스 입장에선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네 콘텐츠 제작과 비춰보면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커보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는 너무나 작은 수준이다. 투자비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효과는 너무나 좋다. 가성비도 최고지만 한국의 가입자 수까지 배로 늘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한령 이후 정상적인 방식의 중국 유통은 막혔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K콘텐츠는 꾸준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었다. 넷플릭스를 경쟁자로 보고 있는 중국의 아이치이는 그래서 한국드라마의 판권을 사서 아시아권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방영되진 못하지만, 아이치이는 꾸준히 한국드라마의 판권을 구입해 아시아권 서비스를 하며 플랫폼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약 50여 편의 판권을 사는가 하면, '간 떨어지는 동거'처럼 아예 아이치이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까지 만들고 있다.

K콘텐츠는 확실히 그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잘 만들고 잘 팔리는 것만큼, 그 영향력 또한 커졌다는 걸 인식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처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인접국들의 경우, 투자(자본)와 제작(콘텐츠)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들을 조심해야한다.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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