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 스틸. |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를 통해 4월9일 공개된다.
16일 넷플릭스는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잇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낙원의 밤'을 끝으로 넷플릭스는 지난해 모든 권리를 구매한 한국영화를 전부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승리호' '낙원의 밤'의 모든 권리를 구매, 넷플릭스 영화로 전세계 190개국에 소개하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사냥의 시간', 타임슬립 스릴러 '콜', 실제인물이 주인공을 맡은 B급 코미디 '차인표', 한국 최초 우주SF영화 '승리호',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낙원의 밤'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국영화계로선 넷플릭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넷플릭스도 한국영화 구매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해외 판권을 구매한 '#살아있다'와 '승리호'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 넷플릭스에서 영화 스트리밍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낙원의 밤'을 끝으로 더이상 한국영화 모든 권리를 구매하지는 않고 있다.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등 해외 판권 구매는 계속하고 있지만, 모든 권리를 구매한 한국영화는 아직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못하고 있는 한국상업영화가 100여편에 달하는 만큼, 넷플릭스 문을 두드리는 영화사가 적지 않지만 모든 권리를 완전 구매하는 방식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원하는 영화와 넷플릭스에 팔고 싶은 영화가 차이가 있는 데다 넷플릭스 방침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NEW와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팀 인력이 넷플릭스로 이동하는 등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인력을 강화했다. '모럴센스'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킹덤' '스위트홈' '지옥' 등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계속 늘려가고 잇는 한편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
물론 물밑에서 모든 권리 구매 및 판매 협상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만큼 적극적이진 않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한몫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극장에서 개봉하려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적잖고, 넷플릭스는 그렇게 개봉하려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에 관심이 있다. 이런 동상이몽은, 코로나19 상황이 올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은 붕괴 직전이다. 상업영화 100 여편이 개봉을 못하고 있다는 건,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좋아져서 매월 개봉작이 쏟아져도 내년 상반기까지 밀려있다는 뜻이다. 지난해처럼 코로나19 상황이 널뛰기를 하면 내년 하반기까지도 개봉작이 밀려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인 만큼, 투자사들로선 신규 영화 투자를 결정할 여력도, 이유도 없는 위기에 몰려있다. 간간이 제작에 들어가는 영화들은, 거장의 작품이거나 세일즈 포인트가 명확한 영화들 뿐이다.
개봉을 못한 영화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제작사에 돌아오는 수입이 없다는 뜻이다. 신규 영화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니 돈이 돌지 않는다. 현장 스태프까지 도미노처럼 피해가 쌓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시간은 넷플릭스 편이다. 극장 개봉을 계속 추진하던 메리크리스마스가 견디지 못하고 '승리호'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에 넘긴 것처럼, 코로나19 상황이 올해도 지난해처럼 계속된다면, 극장 개봉을 추진하던 다른 텐트폴 영화들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넷플릭스로서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려가면서 기다리면 되는 셈이다.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TV 플러스 등 외국 OTT서비스업체, 티빙과 카카오TV 등 한국 OTT서비스업체들은 이미 완성된 한국영화 구매에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한국영화계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다.
한국영화계는 금융정책 등 정부의 뚜렷한 지원책도 없는 터라 그저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 소비가 폭발하리라 예측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버틸 여력은 별로 없다.
넷플릭스 등에 좋은 일 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한국영화 제작사에 직접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더 늦으면 버틸 여력이 없기에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업체의 제작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시간은 돈 많은 쪽에 더 느리게 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