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사생활’ 스틸컷
호기롭게 시작한 JTBC ‘사생활’이 시청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있다. 그럼에도 인기가 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넷플릭스에서만큼은 시청률과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사생활’은 시청률 답보 상태에 놓였다. 첫 방송에서 2.5%(닐슨코리아/전국 유료)로, 전작인 ‘우리, 사랑했을까’의 최고 시청률을 단숨에 뛰어넘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청률은 첫 방송 이후부터 계속 하락하더니 결국 1%대에 머무르게 됐다. 잠시 2%대로 오르는가 싶었지만 지난 4일 방송에서 1.6%로 떨어졌다.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방송을 시작한 것과 다르게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답답한 스토리 전개에 있다. 각 인물들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시점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됐다. 또 주인공인 이정환(고경표), 차주은(서현)이 풀어 나가야 할 이야기 또한 너무 느리게 전개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애청자들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사기꾼들의 공조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에 빠져든 시청자들이 많다. 그럼 이 시청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넷플릭스가 정답이다.
JTBC와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중인 ‘사생활’은 OTT 서비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일간 한국 인기 순위 1~3위를 다투고,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CJ ENM, 종편 등 콘텐츠를 서비스 중인 티빙(tving)에서도 인기 순위 상위권 안에 든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남건 감독이 “꼭 JTBC를 통해 보지 않으셔도 된다. 넷플릭스, 유튜브 짤로 보셔도 된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당시 남 감독의 발언이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TV 시청률 보다 그저 “많이 봐 달라”고 강조한 것이 현재 상황과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비단 ‘사생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TV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 주로 20~30대들은 TV가 아닌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접한다. 지난해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은 20~30대 사용자들이 넷플릭스 가입자 중 6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가 지난 달 20일 발표한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자는 신규 가입자의 46%나 차지했다. 특히 한국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는 지난 9월말 기준 330만명에 이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처럼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웨이브, 카카오TV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TV 시청률은 예전 같지 않아졌다. 시청률 감소 등의 여파로 지상파 3사가 내년 드라마 제작편수를 10편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해질 정도다. 반면 OTT는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를 늘리고 있다. 넷플릭스 또한 올 한해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제작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면서 자연히 시청자들도 편리하고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OTT로 향한다.
이제는 TV 시청자와 넷플릭스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생활’의 경우 지지부진한 전개로 인해 매회 본 방송 시간에 맞춰 보는 것에 지친 시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몰아보기’를 하거나,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볼 수 있도록 ‘스킵’을 할 수 있는 넷플릭스로 대거 이동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몰입도와 흡인력은 필수 요소다. 이제 절반까지 온 ‘사생활’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고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전개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