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라 여기면 안돼!!” 이게 넷플릭스의 성공 비법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공룡으로 성장한 비법 털어놔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이경남 옮김|RHK|468쪽|2만5000원
“직원들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 사람들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301쪽)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 말을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결국 “일 못하면 자르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영자 밑에서 일하고 싶은가? 솔직히 내키지 않지만, 넷플릭스의 연평균 자발적 이직률은 몇 년째 꾸준히 3~4%를 유지해 왔다. 미국 기업 연평균 자발적 이직률은 12%. 대신 비자발적 이직률은 8%로 평균(6%)에 비해 다소 높다. 전체 연간 이직률은 11~12%로 테크놀로지 분야(13%),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11%)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헤이스팅스는 리더십 전문가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1997년 DVD 우편 대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연간 수조원 수익을 창출하는 공룡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경영 비법’을 털어놓는다. 핵심은 “뛰어난 놈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것. 책에서는 “인재 밀도를 높이라”는 고상한 말로 표현한다. “인재 밀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대단한’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좋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헤이스팅스는 또 말한다. “이 같은 힘든 결정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들이 평소 직원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다’란 말을 습관처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재 밀도가 높은 직장의 직원들은 가족이 아니다.” 가족은 성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직장을 프로 스포츠팀이라 여긴다. 우승팀이 되려면 모든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올림픽에서 감독의 역할은 뛰어난 선수를 위대한 선수로 바꾸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관리자들에게 ‘키퍼 테스트’를 일상화하라고 주문한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2001년 봄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 헤이스팅스는 직원 3분의 1을 해고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뛰어난 사람은 남기면 됐다. 부진한 사람은 내보내면 됐다. 문제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성과로 버티는 사람들이 많았다. 헤이스팅스는 과감히 해고를 택했다. 해고 통고 날 회사는 나가는 직원들의 분노로 아수라장이 됐다. 남은 직원들의 반응이 불안했다. 그렇지만 회사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사무실은 열정과 에너지와 아이디어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 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인재 밀도’를 높인 후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도입했다. 하급자도 상급자의 잘못을 언제 어디서든 거리낌없이 지적할 수 있도록 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를 예로 들며 “임금님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단, 피드백엔 선의가 담겨야 한다. 제 잘난 맛에 트집을 일삼는 ‘똑똑한 왕재수’를 조직에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우선이다.
책을 읽다 보면 ‘역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한 해에 10주나 휴가를 쓰며 브라질 아마존으로 ‘인류학 탐사’ 여행을 다녀오는 세라는 주당 70~80시간씩 일한다. 휴가 규정을 없애고 자유롭게 휴가를 쓰도록 했지만 ‘범생이’만 모아 놓으니 일 안 하고 휴가만 탐내는 이는 극소수다.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 F&R)’이 넷플릭스 경영 모토다. “상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마음껏 결정하라”는 대신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도록 행동하라”고 말한다. 한껏 풀어주는 것 같으면서 평가에는 냉혹한 미국 엘리트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이다.
원제 No Rules 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