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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와 고인 물 [아트총각의 신세계]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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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4.05.02 08:52 8,00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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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와 고인 물 [아트총각의 신세계]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2024.5.1

  • 기자명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  입력 2024.05.01  
  •  호수 593

 

‘어둠숲의 가설’ 닮은 삼체 결말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인 미술계
혁신하지 않으면 붕괴할 수도…

 

어둠숲의 가설.[이미지=created by DALL·E 3]
어둠숲의 가설.[이미지=created by DALL·E 3]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Three body problem)’. 중국 SF 소설가 류츠신劉慈欣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SF소설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2015년ㆍ73회) 작품이 원작이니, 드라마 삼체의 스토리 라인도 탄탄하기 그지없다. 

삼체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우주 생명체에게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하던 주인공 예원제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삼체 행성의 외계인이 그 신호를 받고 답을 해왔던 거다. 다만, 화답이 아니라 경고였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마라.”

지구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던 예원제는 외계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신호를 계속 전달한다. 공교롭게도 문제는 거기서 출발했다. 수십년 후 놀랄 만큼 진보한 문명과 과학기술을 가진 삼체 행성 외계인들이 공격을 시작하고, 지구는 멸망 위기에 놓인다.

사실 드라마 삼체의 원작은 3부작이다. 원작 3부의 마지막엔 인간은 물론, 삼체 행성의 외계인도 위기에 몰린다. 또 다른 강력한 외계 종족이 등장하면서다. 그러면서 원작은 이런 결말을 맺는다. 

“거대한 우주에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 그보다 더 강한 삼체 행성의 외계인마저 초라하게 만들 만큼 거대하고 압도적인 문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게 압도적인 그들조차 또 다른 존재에게 학살당하지 않기 위해서 숨죽이며 산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다.” 

어둠숲의 가설과 거대한 위험.[이미지=created by DALL·E 3]
어둠숲의 가설과 거대한 위험.[이미지=created by DALL·E 3]
박사학위 보유 작가와 학사학위 보유 작가의 대치.[이미지=created by DALL·E 3]
박사학위 보유 작가와 학사학위 보유 작가의 대치.[이미지=created by DALL·E 3]

문득 ‘어둠숲의 가설’을 떠오르게 만드는 결말이다. ‘어둠숲의 가설’은 강력한 존재들이 서로를 의식해 조용히 지내다 보니 ‘울창한 숲마저 한없이 고요해진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키다리 아트총각’이란 코너에 뜬금없이 삼체와 어둠숲의 가설을 꺼내든 건 국내 미술계가 꼭 그렇게 보여서다. 

국내에서 미술대를 졸업하면 학교란 울타리에서 배운 지식으로 미술세계를 인식하고 지배한다. 그만큼 관계망도 좁다. 최근엔 해외에서 석사나 박사 과정을 마쳤거나 이수 중인 이들이 적지 않지만, 국내 미술계는 여전히 ‘좁은 판’이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당연히 변화가 없다. 물이 고여서 더 이상 ‘새 물’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곳까지 있다. 마치 삼체처럼 ‘훨씬 더 아름답고 훨씬 더 진화한’ 미술시장이 존재하지만, 이를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예술인들도 숱하다. 

그렇다고 국내 미술계 사람들의 미학 수준이나 미학적 실력이 세계 시장을 압도할 만큼 탁월한 것도 아니다. SNS나 동영상 채널을 통해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금, 국내 미술계와 해외 미술계의 조류를 비교하면서 탄식하는 평론가들도 많다. 우리가 너무 뒤처져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삼체처럼 ‘더 뛰어난 존재들’이 국내 시장에 나타났을 때, 우리 미술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란 기술이 지금보다 더 확산했을 때, 변화를 외면한 채 고인 물이 돼버린 그들은 AI를 능가하는 ‘미학’을 구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상상이 안 된다. 

지구를 놓고 겨루는 글로벌 갤러리스트와 로컬 갤러리스트.[이미지=created by DALL·E 3]
지구를 놓고 겨루는 글로벌 갤러리스트와 로컬 갤러리스트.[이미지=created by DALL·E 3]

물론 미술계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변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혁신적인 활동을 꾀하려는 신진 작가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피가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만큼 우리 미술계는 고여있다. 필자는 학계와 현장에서 더 많은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삼체, 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존재를 만날지 모른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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