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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희한하고 아름답다"…'성난 사람들' 만든 불쾌한 경험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2024.02.02 14:53

업데이트 2024.02.02 15:02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은 운전 중 붙은 사소한 시비가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사진은 주인공 대니 역을 맡은 배우 스티븐 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은 운전 중 붙은 사소한 시비가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사진은 주인공 대니 역을 맡은 배우 스티븐 연. 사진 넷플릭스

“아마도 일진이 안 좋았을 흰색 SUV 운전자, 그가 없었다면 ‘성난 사람들’도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 인생은 참 희한하고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성진 감독)

난폭 운전을 겪은 감독의 불쾌한 경험이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8관왕을 거머쥔 작품으로 태어났다.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 이야기다.

드라마는 지난달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작가상을 포함해 남우·여우주연상 등 미니시리즈·TV영화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선 각각 3관왕과 4관왕을 차지했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을 차지했다. 사진은 배우 스티븐 연(우)과 이성진 감독(좌). 사진 AP/Invision for the Television Academy.

‘성난 사람들’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을 차지했다. 사진은 배우 스티븐 연(우)과 이성진 감독(좌). 사진 AP/Invision for the Television Academy.

“마음 깊이 감춰진 어두움 조명하고 싶었다”

2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이성진 감독(43)과 주연 배우 스티븐 연(41)을 만나 작품 제작 과정과 그 뒷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작품의 발단이 된 난폭 운전 경험에 대해 이 감독은 “시작 지점은 난폭 운전이지만 마지막은 서로의 어두움을 의식해 유대감ㆍ연결을 느끼도록, 시작과 끝을 확실히 정해놨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내면의 어두움을 타인에게서 볼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다. 그는 “‘성난 사람들’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각 캐릭터 안에서 (시청자가) 자기 모습의 일부를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난 사람들' 촬영 현장에서 이성진 감독(좌)과 스티븐 연(우). 사진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촬영 현장에서 이성진 감독(좌)과 스티븐 연(우). 사진 넷플릭스

두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는 운전 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로 서로 해코지를 시작한다. “대체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어?”라는 극 중 대사처럼 이들은 끊임없이 복수를 주고받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과정에서 내면 깊숙이 자리한 서로의 어두움을 느끼지만, 불붙듯 퍼져나가는 분노와 우울감은 멈출 줄 모른다.

스티븐 연은 “대니는 우리 모두가 가진 ‘수치심’(shame)의 여러 모습을 집약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의 특징은 매우 무력하고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배우인 나조차도 통제력을 버리고 모두 내려놓고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촬영하면서 대니를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해받고, 사랑받고, 수용받는 것을 사실 모두가 원하지 않나. 대니를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을 통해 에미상·골든글로브·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사진 넷플릭스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을 통해 에미상·골든글로브·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계로 살아온 경험, 작품에 녹아들어”

‘성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은 모두 아시아계 이민자다. 특히 집 수리 일을 하는 대니는 극 중 한국계로 등장하는데, 가족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거나 한식당을 찾고 한인 교회를 다닌다. 이 감독은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작품 내러티브(서사) 안에 유기적으로 잘 녹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대해 늘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안에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스티븐 연 역시 “이민자의 현실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잘 아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난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얻은 건 이민자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립감ㆍ분노 등 현대인의 마음속에 감춰진 어둠을 들여다봤다. 이들이 “개인의 경험 이상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입을 모은 까닭이다. 스티븐 연은 “저, 감독님, 함께 연기한 앨리 웡 등 작품에 아시아계의 현실엔 참고할 만한 다양한 사람이 많았다”면서도 “흥미로웠던 건 각양각색의 삶 속에 결국 사람들의 행태는 다 똑같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 촬영 현장에서 이성진 감독(우)과 주인공 에이미 역을 맡은 앨리 웡(좌). 사진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촬영 현장에서 이성진 감독(우)과 주인공 에이미 역을 맡은 앨리 웡(좌). 사진 넷플릭스

에미상,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까지 주요 시상식의 주인공이 될 줄 예상이나 했을까. 이 감독은 “한쪽에는 항상 나를 괴롭히는 자기 의심이, 다른 한쪽에는 고삐 풀린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 있다. 그 중간의 교집합이 예술이라는 말이 있더라”며 “‘남들이 내 예술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다가도 ‘세상 모든 상을 다 탈 거야’라고도 생각하며 그 양쪽을 오간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세 시상식에서 모두 남우 주연상을 거머쥔 스티븐 연은 “(수상을) 예상하는 건 쉽지 않았다. 희망할 뿐. 이런 이야기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는 자체에 감사하다”면서 “과거의 저와 만날 수 있다면, ‘괜찮아(Relax), 마음 편하게 먹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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