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첫사랑에 빠진 소년·소녀의 가슴 설레는 이야기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방우리 감독·김유정 인터뷰
“K청춘·학원물 만들고 싶었다”
20세기의 끝자락인 1999년에 만난 첫사랑. 과연 21세기에도 그를 만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세기말 첫사랑에 빠진 소년·소녀의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학창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24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톱 5를 차지했다.
주인공 보라(김유정)는 친구 연두(노윤서)의 부탁으로 학교 킹카 현진(박정우)을 관찰한다. 그러다 현진의 단짝인 운호(변우석)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하고,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방우리 감독은 학창 시절에 친구와 주고받던 교환 일기장에서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다. 일기에는 좋아하는 남학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 감독은 “눈길이 가는 것부터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보라는 현진을 관찰하다가 운호에게 시선이 향하고, 방송반인 운호는 캠코더를 통해 보라를 바라본다. 방 감독은 “한국에는 학원 청춘물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K청춘·학원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작품에는 세기말의 상징인 공중전화, 삐삐, 비디오 가게 등이 등장한다. 이런 감성을 ‘요즘 세대’인 10, 20대도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방 감독은 “‘우리 세대만 좋아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첫사랑의 설레는 감정은 모든 세대가 공유할 것 같았고,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보라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은 25일 “(보라의) 순수함과 풋풋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아역부터 시작했지만 학원 청춘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 자신의 학창시절을 많이 떠올리기도 했다. 그도 학교가 끝나고 해가 질 때까지 친구와 수다를 떨곤 했다. 그래서 극 중 친구인 연두와 싸우는 신에서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고 회상했다.
1999년생인 그가 99년도의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세기말 감성은 그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보라는 비디오 가게 딸이지만 김유정은 비디오테이프가 다소 생소했다. 그는 “당시에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나도 평소에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옛날 영화를 보며 간접 경험을 했던 것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해외 반응에는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감정의 결은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 생활을 해왔던 터라 실제로는 첫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유정은 “첫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20세기 소녀’가 딱 그런 작품이 됐다”며 “내겐 비디오테이프처럼 계속 꺼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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