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초점] 누군가 K-드라마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슬의생’을 보게 하라
입력 : 2022.04.18 00:00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포스터. 사진 tvN
최근 드라마를 성황리에 마치고 매체 인터뷰에 임하는 많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다. 배우들은 지금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슬의생’ 배우들의 응원과 위로 등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한다. ‘슬의생’은 지난 2020년 첫 시즌이, 지난해 두 번째 시즌이 9월에 막을 내린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이 끝난 후 7개월, 대한민국의 많은 드라마들은 이 ‘슬의생’의 자장 안에 있다. 주연급 다섯 명의 배우들을 제하고도 많은 새로운 얼굴들이 많은 작품에 대거 수혈됐다. 이들이 거둔 성과도 만만치 않다. 한 시기의 드라마들이 이렇게 특정 작품의 영향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누군가 K-드라마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슬의생을 보게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슬의생’은 이른바 ‘99즈’로 불렸던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조정석, 전미도가 중심인 작품이었다. 우선 이중에서는 전미도가 새로운 얼굴이었다. 그 전까지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에서 무대 연기의 공력을 쌓던 전미도는 ‘슬의생’ 한 작품을 통해 단숨에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이후 출연한 작품 JTBC ‘서른, 아홉’에서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 윤찬영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각각 채송화, 장겨울, 추민하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왼쪽부터), 신현빈, 안은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스포츠경향DB
‘99즈’ 밑에는 ‘펠로우 5인방’이 있었다. 이들 중 신현빈과 안은진이 주목할 만한 얼굴로 올라섰다. 신현빈은 간담췌외과 펠로우 장겨울 역을 연기했다. 사랑스러운 ‘슬의생’의 역할 후에 바로 고현정과 호흡을 맞춘 JTBC ‘너를 닮은 사람’ 구해원 역으로 건조한 정서를 보였다. 곧바로 티빙 오리지널 ‘괴이’에 합류해 대세 행보 중이다. 산부인과 4년차 추민하 역의 안은진은 ‘슬의생’ 이후 주연급으로 올라서 JTBC ‘한 사람만’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후 죽어마땅한 이를 찾아 저승길에 함께 하려는 표인숙 역을 소화했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에도 캐스팅돼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
그 외 조단역 캐릭터들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주연급으로 도약했다. 이익준(조정석)의 동생 이익순 역을 맡은 곽선영은 곧바로 JTBC ‘구경이’에서 구경이(이영애)의 조력자 나제희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에서 황지희 역을 예고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펠로우로 등장한 강소예 역의 이세희는 바로 KBS2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 출연해 6개월짜리 주말극을 너끈히 이끄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턴 장윤복 역 조이현 역시 곧바로 이어진 KBS2 드라마 ‘학교 2021’에서 고교생 진지원 역으로 주연을 꿰찼다. 촬영시간은 앞섰으나 방송이 늦었던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반향은 더욱 컸다. 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좀비인 ‘절비(절반은 좀비)’ 최남라 역을 맡아 건조한 표현과 발성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각각 이익순, 강소예, 장윤복 역을 연기한 배우 곽선영(왼쪽부터), 이세희, 조이현. 사진 스포츠경향DB
‘슬의생’ 배우들의 대대적인 조명은 거슬러 올라가면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의 작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거슬러 간다. 방송가에 새로운 배우를 수급하기 위해 제작진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연극, 뮤지컬에서 각광받던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만났고 이들을 두 시즌을 통해 폭넓게 이용하며 극의 매끄러움을 더했다. 이는 OTT의 유행 등 새로운 배우수급에 절실했던 방송가의 필요와 딱 들어맞았다. 코로나19로 연기할 터전이 필요했던 배우들의 필요 역시 ‘슬의생’ 출신들의 활약 이유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