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1

환경 문제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룬 6편의 영화를 들여다봤다. 

<숲속의새 주 : 넷플릭스에서는 돈 룩 업과 씨스피라시만 볼 수 있습니다.>

 

1 <동물, 원>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 동물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동물,원>. 동물원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함께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동물원 폐지론이 대두되는 시대에 사육사의 시선으로 본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그들과의 공존이란 무엇일까를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이제는 동물원을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된 야생 동물들과 그러한 동물들을 떠날 수 없는 사육사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전시된 동물들을 관람하는 시간들의 앞과 뒤, 과연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더 오래 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2 <돈 룩 업>
지구가 멸망하는 재난 영화는 무수히 많다. 외계인의 침략도 있고 거대한 전쟁도 있고 해일과 폭설, 지진에 의해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블럭버스터들도 매년 스크린을 찾아온다. <빅 쇼트>와 <바이스>를 통해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의 적임자임을 보여줬던 아담 맥케이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기막힌 시대의 우화를 만들어냈다. 전 지구적으로, 우주적인 상황을 모른 체하고 있던 지구인들은 닥쳐오는 비극을 실감하지 못한다. <돈 룩 업>은 현시대의 상황을 녹여낸 소동극이 영화 속을 가득 채우는 쌉쌀하고 매콤한 아담 맥케이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어쩌면 혜성 충돌보다 무서운 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폭발하는 지상 위의 인간들이라는 걸 말하는 <돈 룩 업>은 지금 우리가 어느 곳을 바라봐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다. 

3 <인생 후르츠>
90세 할아버지와 87세 할머니가 함께 50년 동안 한집에 머물며 50여 종의 과일과 70여 종의 채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일본의 명배우 고 키키 키린의 내레이션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이들의 삶은 천천히 익어가는 과일의 빛깔처럼 달게 곱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라는 영화의 내레이션은 이들이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준다. 집이라는 공간을 삶의 보석상자로 삼고 자신이 뿌린 것을 거두는 삶은 자연이라는 위대한 해답을 닮아가는 성실한 모범답안으로 보인다. 

4 <고양이들의 아파트>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거대하다. 규격화된 공간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사는 공간, 그곳에 고양이들도 함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재건축 시기가 다가오고 떠날 곳이 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고양이들은 이곳을 떠날 이유도 다시 정착할 장소도 알지 못한다. 혹은 떠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어보고 싶어요. 계속 이곳에 살고 싶냐고”라는 영화 속 아파트 주민의 말처럼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이곳에서 함께 살던 고양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염려와 배려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말하는 건축가>의 정재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인간과 길 위의 동물들이 공존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로 묻는다. 

5 <씨스피라시>
바다에 관한 음모라…과연 무엇일까?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바다 생태계 오염의 주범인 해양 산업의 실태를 다루며, 인류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위협이 상업적 어업임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인류의 먹거리로 소비되는 해양 생물도 당연히 화수분일 리 없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후 인류의 숫자는 줄어든 적이 없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서라며 토양 환경을 파괴하고 슈퍼 돼지를 만들어내는 기이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인류는 바다에서도 최고의 파괴자이자 범죄자로 연명하고 있다는 다소 불편한 진실. 바다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거침없이 파헤치는 작품이다. 

6 <잡식가족의 딜레마>
무려 350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된 구제역 대란 이후, 카메라를 들고 한 번도 본 적 없던 돼지를 찾아 나선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별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돼지고기를 먹이던 평범한 잡식인이었던 영화의 감독 윤은 구제역으로 인해 살아 있는 상태로 구덩이에 묻히던 돼지들의 모습을 뉴스로 접한 후 충격과 의문에 빠진다. ‘나와 내 가족이 먹던 이 고기는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란 것일까.’ 영화는 한 가족의 의문에서 시작해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차분히 더듬는다. 선동적이거나 자극적인 방식이 아닌 가족영화 형태로 관객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