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OTT 다큐들, "셀럽 모시고, 시리즈화하고"

입력 2022.03.05 09:57 수정 2022.03.05 09:5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며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심층적으로 보여주거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고들어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다소 어렵고 진지한 주제들로 인해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있어 진입장벽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상업적 이윤이나 흥행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따라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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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지상파를 비롯해 다큐멘터리를 접근하는 방식이 한결 가벼워졌다. 특히 OTT는 화제성 높은 스타들이나 여행, 스포츠, 범죄, 동물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시리즈화해 부담 없이 클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OTT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무기로 삼고 있어, 오리지널 시리즈나 드라마 대비 적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면서 다양한 수요를 원하는 구독자의 입맛을 맞춘다.

다큐멘터리 제작사나 감독 역시 글로벌 OTT가 대규모 투자를 보장해 주기 때문에 퀄리티와 주제의 다양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가장 앞장서는 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90년대 황금기를 담은 '더 라스트 댄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미스 아메리카나', 파리 생제르맹 FC 네이마르의 '네이마르: 완벽한 혼돈', 카니예 웨스트의 '지-니어스: 카니예 3부작 파트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여자친구 조지나 로드리게스의 '아이 엠 조지나'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셀럽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런 다큐멘터리들은 단순히 셀럽이 아닌 각 분야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조명하며 스타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도 하고, 더욱 푹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화려한 스타들의 특별한 이야기 같지만 현미경을 가져다 놓으면 보통의 개인의 인생사로 귀결돼 공감을 자아내는 것 역시 구독자들이 셀럽의 다큐멘터리를 기꺼이 시청하는 이유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스타들의 다큐멘터리들이 흥미를 내세웠다면,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미국인 노동자 간의 불협화음을 그려낸 '아메리칸 팩토리', 시리아 반군 구호조직을 다룬 '화이트 헬맷: 시리아 민방위대', 국가 주도 차원 도핑을 폭로한 '이카로스', 인도 가난한 마을 여성들이 저렴한 생리대를 만들며 일어나는 변화를 찍은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로 상업적 흥행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와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살인자 만들기', '이블 지니어스: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천사들의 증언'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범죄 사건을 다시 한번 심층 취재해 정리해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연쇄살인마 유영철의 범죄를 기록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도 넷플릭스가 제작했다.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 데이비드 겔브 감독은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곳은 넷플릭스가 사실상 유일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들은 짧게는 3부작 길게는 8부작 등으로 시리즈화 돼 색을 더 강하게 입는다. OTT 입장에서는 구독 시간의 체류시간이 늘리는 것이 목표이므로, 드라마, 영화 등을 시리즈화해서 공개하고 있는데, 다큐멘터리도 이 문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표가 배경으로 있지만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2시간의 러닝타임의 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제작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방대한 양을 1~2시간으로 편집하려면 가성비는 물론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시리즈로 만들면서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더 많이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다.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제작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OTT 왓챠도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왓챠가 첫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로, 리빌딩 첫해를 맞이한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프론트와 선수단의 변화, 그리고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언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야구 경기의 특성상 모든 경기를 촬영하겠다는 목표로 촬영에 들어가, 2021년 진행된 한화 이글스의 전체 144경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또한 그라운드 밖의 모습까지 총 240회차, 3845시간 분량의 기록들을 모았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당분간 OTT 다큐멘터리 추세는 지금까지의 바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타 위주나, 자극적인 주제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통찰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균형있게 제작해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고수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