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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고급 사기꾼’이 되고 싶으세요?- 넷플 '애나 만들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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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02.17 17:55 3,43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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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사기꾼’이 되고 싶으세요?

실제 사건 다룬 ‘애나 만들기’
2018년 뉴욕상류층 발칵 뒤집은 실제 사건 드라마로
독일인 상속녀에게 속은 미국, 왜?

1977년 7월 2일 서울 동대문 경찰서는 구자익(74. 주거부정)씨를 경범죄처벌법위반혐의로 즉심에 회부. 구씨는 1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아까시아맥주홀에 들어가 맥주 2병, 통닭 2마리 등 5천여원 어치를 시켜 먹은 뒤 “608만원짜리 자기앞수표 밖에 없는데 잔돈을 거슬러 주겠느냐”고 큰소리치다 경찰에 연행. 경남창원에서 2개월전 상경한 구씨는 그동안 무허가 하숙집을 전전하며, 음식점에서 식사한 후 거액수표를 갖고 있다고 속여 그동안 54회나 공짜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1977년 7월2일자)
2018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젊은 여성 사기꾼 애나 소르킨(왼쪽)을 그대로 재현하고 애쓴 미국 드라마 '애나 만들기' 속 애나. /피플, 넷플릭스
 
2018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젊은 여성 사기꾼 애나 소르킨(왼쪽)을 그대로 재현하고 애쓴 미국 드라마 '애나 만들기' 속 애나. /피플, 넷플릭스

 

고전 사기 수법이다. 당연히 미국에도 있었다. 2018년 뉴욕 매거진은 ‘애나 델비는 어떻게 뉴욕 파티 피플을 속여먹었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가 심층취재한 여러 편의 이야기는 ‘신탁계좌에 6000만달러가 있다’는 독일인 상속녀 애나 델비(본명 애나 소르킨)가 실제로는 독일로 이민한 러시아인이었으며, 현란한 사기술로 뉴욕 예술계 인사와 월스트리트 투자회사 포트리스까지 ‘거의 다’ 속였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사건에 ‘완전한 허구’를 더해 만든 드라마가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다. 애나의 수법은 1977년 창신동 구자익 씨의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내 신탁계좌에 6000만달러가 있어. 뉴욕에 최고 아트 사교 클럽 ‘애나 델비 파운데이션’을 만들려고 해. 내 독일 신탁 계좌는 25세가 되어야 인출 가능하니 일단 뉴욕에서 대출을 받아 재단을 설립할 예정이야. 어머, 아빠가 화났나봐. 카드가 막혔네. 친구, 미안한데 밥값 1600달러 좀 내줄래? 내 변호사가 바로 송금할 거야.

드라마는 ‘맨하탄’ 잡지에서 출발한다. 과거 ‘가짜 기사’ 사건에 휘말려 물먹은 여기자 비비안 켄트(애나 클럼스키)는 구속기소된 독일 상속녀 애나(줄리아 가너)에게 ‘뭔가’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사건에 달려든다. 부장, 국장은 “월스트리트 미투 사건이나 취재하라”고 하지만, 애나를 면회한 그녀는 그녀에게 매혹당한 듯 취재를 계속해간다.

이야기의 상당 비중은 애나의 사기 수법과 그걸 용인한 미국 상류층,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로 구성된다. ‘독일 상속녀’ 애나는 비싼 옷을 입고, 비싼 밥을 먹고, 비싼 호텔에 묵으며 유력자의 친구가 된다. 이유는 더 유력한 사람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다. 유력자 입에서 “애나 몰라?” 한마디면, 모두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뉴욕의 신분 상승 엘리베이터는 보안키가 허술했다.

애나가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 증언을 거부했다. “수치스러웠어요.” 수치 만으로 40만달러 피해에 입다문다고? “피해 본 돈은 신용카드공제조합에서 다 변제받았어요. 친구가 거기 대표거든요.” 인맥 때문에 사기 당했던 사람들은 다시 그 인맥을 업고 피해를 구제받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 / 넷플릭스

 

사기꾼을 다룬 드라마는 ‘사기꾼을 위한 교과서’다. 이런 모순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다.

1. “손님 카드 결제가 안됩니다” “시스템이 왜 이래?” “다른 카드를 주세요.” “내가 이깟 돈 4000만원을 떼어먹겠어?” “다른 카드 주시지 않으면 숙박이 안됩니다.” “아이구, 이것도 권력이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2. “2000만달러 융자를 받으려면, 델비씨의 독일 신탁자금 6000만 달러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네 제 신탁관리인 번호 드릴게요” 월스트리트 금융전문 변호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애나 델비 자신이다. 5달러짜리 음성변조앱을 깔고 ‘독일 신탁관리인’ 행세를 했다.

3. 애나는 심지어 뉴욕-오마하 간 개인전용기를 돈 한푼 안내고 탔다. “카드 확인했어?” “신규발급 받고 있다잖아” “그럼 안돼” “사장님 친구한테 안된다고 말하라고?” 사장 인맥을 활용해 직원을 꼼짝 못하게 한다.

4. 호텔에서 팁으로 100달러를 마구 뿌린다. 그러면 컨시어지가 그녀의 이름을 뉴욕 식당, 옷집, 갤러리, 미술관의 VIP 리스트에 올려준다. ‘VIP: 웨이팅극혐’ ‘VVIP, 독일인상속녀’ 이런 코멘트를 달아서. 

5. 뭘 좀 안다는 사람의 콧대를 눌러라. 이를테면 도리스 살세도, 신디 셔면의 첫번째 자화상의 의미 같은 말을 쏟아내는 거다. 뭘 좀 아는 척하는 사람일수록, 바로 꿇는다.

6. 무조건 카피하라. 뉴욕 명문가 여성들이 말한다. ‘파크가 281번지 있잖아, 거기가 뉴욕 최초의 처치 미션 하우스였는데...” 며칠 후 애나는 발표한다. “뉴욕의 건축 자산, 파크가 281번지 건물을 매입해서 애나 델비 파운데이션(ADF)을 세우겠다.”

7. 이도 저도 안통하면 여자를 팔아라. “내가 양복입은 중년 남성이었어도 이렇게 의심할 건가요? 내가 스물다섯 금발 여성이라는 게 이렇게 무시당할 일인가요?”

사실에 바탕한 드라마인데도, 실명과 가명이 혼재되어 나온다. 이를테면 애나 사기극의 발판이었던 ‘12 조지 호텔’은 실제로는 ‘11 하워드 호텔’이다. 디자인이 좋기로 유명한 호텔로 드라마에서도 이 호텔의 로비, 식당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연했다.

미국드라마 시리즈 '애나 만들기'의 실제 인물 애나 소르킨의 얼굴이 실린 2018년 뉴욕매거진 인터넷판. /뉴욕매거진 캡쳐
 
미국드라마 시리즈 '애나 만들기'의 실제 인물 애나 소르킨의 얼굴이 실린 2018년 뉴욕매거진 인터넷판. /뉴욕매거진 캡쳐

 

일종의 키워드 사전이다. 제프 쿤스, 크리스토퍼, 자 룰, W호텔, 비크먼호텔, 메르디앙 호텔, 워렌 버핏의 오마하 디너 파티, 노부, 카본, 머서키친, 르 쿠쿠, 알라이아...소비욕과 과시욕을 자극하는 단어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트렌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애나의 변호사 토드, 기자 비비안의 심리를 쫒는 건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다. 변호사 토드는 흙수저 출신으로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 아내와 사는 토드는 ‘잘난 변호사들 자동차를 주차하는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비비안은 과거 ‘가짜 뉴스’ 트라우마에 맞서지 못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애나에게 투사하면서 때로 애나에게 휘둘린다.

이들이 애나의 ‘친구’가 된 듯 행동하는 건, 자기연민이라는 최면이 작용한 건 아닐까. 드라마는 이런 질문도 슬쩍 던진다. 이들의 직업 윤리를 어찌 봐야 하나.

드라마 '애나 만들기'는 화려한 의상과 볼거리로 보는 내내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는 화려한 의상과 볼거리로 보는 내내 눈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자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줄리아 가너의 연기력이 폭발한다. 러시아 억양이 섞인 영어로 사람을 쥐락펴락한다. 거만하게 군림하고, 소녀의 울음으로 동정을 산다.

회상(플래시백)기법 구성이 몰입을 때로 방해한다. 하지만 혹시 ‘애나가 혹시 무죄?’ ‘유죄라면 몇년형?’ 같은 궁금증으로 결국 결말까지 보게 된다.

넷플릭스는 ‘애나 델비’ 스토리를 다루는 조건으로 ‘애나 소로킨’에게 32만달러를 지불했다.미국 정부는 애나 사건의 피해자구제 명목으로 이중 14만달러를 동결했다.

개요 미국 l 드라마 l 2022 l 총 9회

등급 18세 이하 관람불가

평점 ⭐IMDB 6.8/10, 🍅로튼토마토지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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