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콜레스테롤’의 배신… 코로나 감염 되레 돕는다니
궁금한 ‘코로나 과학’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더 많이 사망하는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콜레스테롤 분자에 편승해 쉽게 세포에 침투하기 때문이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에 있는 지방 성분의 생체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와 콜레스테롤의 결합을 차단하면 코로나에 걸린 당뇨, 심장 질환자 치료가 좀 더 쉬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의 후이 종 박사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콜레스테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해 인체 세포에 감염되는 것을 돕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체 세포로 데려가는 택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종 박사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그중 하나가 콜레스테롤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콜레스테롤 중 고밀도지질단백질(HDL)에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콜레스테롤 중 저밀도지질단백질(LDL)은 혈관에 쌓여 혈액 흐름을 막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지만 HDL 콜레스테롤은 LDL을 제거해 건강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평소에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감염을 돕는 악역을 맡은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붙은 HDL 콜레스테롤은 세포 표면의 수용체(SR-B1)와 결합한다. SR-B1 수용체 근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이 결합하는 ACE-2 수용체들이 있다. 결국 콜레스테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쉽게 결합하도록 위치를 잡아주는 셈이다. 연구진은 “콜레스테롤 수용체 단백질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ACE-2 수용체와의 결합을 촉진해 바이러스 부착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콜레스테롤과 SR-B1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SR-B1이 코로나 치료제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심장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들이 이런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4월 영국 건강보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의 29%는 심장 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당뇨병 환자는 19%를 차지했다. 앞서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주로 성인들이 걸리는 2형 당뇨병 환자는 코로나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두 배나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