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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플레이오프 1차전을 본 감상+'야구는 구라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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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0.11.10 10:23 5,03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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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플레이오프 1차선 경기를 봤습니다. 


소형준과 플렉센, 모두 잘 던졌지만 플렉센이 좀더 나았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눈부신 투수전이었습니다.


마무리인 김재윤은 믿음직하지 못하고 이영하의 COMMAND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런데 승부를 가른 것은 2:2 동점인 9회초, 김태형 감독의 단호하고 독한 작전 때문이었습니다.

볼넷으로 나간 김재호를 이유찬으로 교체하고 바로 도루를 하게 한 그 결정이 경기를 이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이영하가 2:0으로 앞선 8회말 2아웃 만루에서 유한준을 상대하며 2스트라이크 노볼에서 정 가운데로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잘못된 실수였고 분위기를 KT로 넘겨주게 되었는데 그 분위기를 뒤집는 한 수였습니다.

물론, 도루가 실패했다면 아마 경기도 내어 주게 되었을 지도 모르며 시리즈 전체를 내 주게 될 수도 있는 수였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아실 겁니다.

이 나비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게 야구입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대량 득점으로 이어져 경기를 지게 되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어떤 하나의 작전 또는 실수가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도 봅니다.


어제 9회초의 도루 하나가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이번에도 보게될 수도 있습니다.


도전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는 말처럼, 무언 가를 얻고자 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걸 야구 경기를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백종인 

[야구는 구라다] 김태형의 독수(毒手), 9회 단독 도루

백종인 입력 2020.11.10. 05:31 수정 2020.11.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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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의 일이다.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일방적이었다. 양키스가 3연승으로 압도했다. 4차전도 마찬가지다. 4-3 리드를 지켰다. 남은 건 9회 말 뿐이다. 마운드에는 마리아노 리베라다. 상대할 타순은 7~9번이다. 펜웨이 파크는 절망에 신음했다. 

그 때였다. 희미한 움직임 하나가 포착됐다. 홈 팀 덕아웃이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누군가를 부른다. 데이브 로버츠였다. "한 명만 진루하면 대주자로 나갈테니 준비해." 부랴부랴, 몸풀기가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첫 타자 케빈 밀라가 볼넷을 얻었다. 프랑코나가 로버츠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 했다. 때가 온 것이다. "1루로 달려갔어요. 뱃 속에는 수백마리 나비가 우글거리는 느낌이었죠." (데이브 로버츠)

로버츠의 회고가 이어진다. "뛰라는 사인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럴 필요도 없죠. 그냥 누구나 아는 거죠. 2루를 가야만했어요.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죠. 만약 뛰지 않았다면, 그 대목에서 머뭇거렸다면. 우린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양키스라고 모를 리 없다.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타임을 불렀다. 마운드로 가서 뭔가 얘기를 나눈다. 조심하자는 말이리라.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초구에 단호한 스타트다. 폭풍 질주, 그리고 혼이 담긴 슬라이딩이었다. 아슬아슬한 세이프다. 펜웨이 파크는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곧바로 적시타(빌 멜러)가 터졌다. 4-4 동점, 연장이 필요해졌다. 빨간 양말의 기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리버스 스윕으로 시리즈가 뒤집혔다. 끝내 밤비노의 저주도 풀렸다.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위험한 대주자의 등장

어제(9일) 고척돔이다. 8회까지 2-2로 팽팽하다. 9회 초는 원정 팀 차례다. 타순이 별로다. 7~9번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만만치않다. 첫 타자부터 풀카운트 싸움이다. 7구째 반응이 놀랍다. 바짝 붙는 공에 간결한 스윙이다. 김재호의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곧바로 타임이 걸린다. 김재호가 이유찬으로 바뀐다. 위험한 대주자다. 종잡을 수 없는 달리기는 익히 알려졌다. 준플레이오프 때 이미 트윈스가 홀렸다. 그래도 설마했다. '이 대목에 쉽게 뛰겠어?'

상황이 급박하다. 흐름은 이미 베어스 편이 아니다. 다 이긴 줄 알았던 게임이다. 2-0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동점이 됐다. 8회 말 2사후에 일격을 당했다. 크리스 플렉센의 눈부신 호투가 날아갔다. 마무리 이영하의 비틀거림만 남겨졌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다. 이걸 놓치면 돌이키기 어렵다. 그 때부터는 완전히 상대의 게임이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어떻게든 상위 타선과 연결시켜야한다. 무엇보다 신중함이 필요했다. 경거망동은 철저히 경계할 처신이다. 아니나 다를까. 타석의 오재원도 같은 맥락이다. 보내기 번트 자세다. 차곡차곡, 하나하나, 조심조심. 그런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웬 걸. 예상은 무너졌다. 철저하게 어긋났다. 초구부터 스타트다. 김재윤이 왼발을 들자마자다.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이유찬의 (피아 모두에게) 위험한 달리기다. 그리고 그 도루 하나가, 피 말리는 1차전을 결정지었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달려야만 할 때

다시 2004년 보스턴이다. 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코 앞이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정신없이 바쁘다.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처분해야했다. 와중에 생각 하나가 스쳤다. '가을에 쓸 대주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옆에 있던 직원에게 불똥이 튀었다. "발 빠른 외야수 자원 좀 뽑아줘." 얼마 후 리스트가 손에 쥐어졌다.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이 데이브 로버츠였다. 곧바로 (당시 소속팀) 다저스와 접촉했다. 몇 번의 통화를 거치며 딜이 성사됐다.

"ALCS 4차전에서 데이브(로버츠)가 도루에 성공하던 순간, 그 때가 영화 필름처럼 떠오르더군요. 옆에서 리스트를 뽑아준 친구는 인턴이었어요." 그의 이름은 잭 스캇, 현재 레드삭스의 단장 보좌역이다.

반면 로버츠의 기억은 별로다. "보스턴행이 정말 싫었어요. 매일 (게임에) 나가야 하는데, 거기서는 자리가 없었죠. 기껏 대주자 밖에 안되니까요." 그렇다고 대충대충은 없다. 다저스 시절 34번 시도에 33번 성공, 옮겨서도 7번 중 5개 도루를 추가했다.

"(4차전 때) 대주자로 나가는데 한 사람이 떠올랐어요. 다저스 때 코치였던 모리 윌스예요. 그가 이런 말을 했죠. '언젠가 네게 그런 때가 올 거야. 큰 게임에, 아주 중요한 시간이야. 모두가 알고 있는, 네가 꼭 달려야만 하는 순간이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어요." (모리 윌스는 1960년대 6번의 도루왕을 차지했던 인물이다. 1962년에는 104개를 성공시켰다.)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가을 야구에 대한 접근법

사실 KT도 준비는 했다. 포수가 완전히 빠져앉았다. 공만 제대로 갔으면 달랐다. 2루에서 좋은 타이밍도 충분했다. 그러나 김재윤의 피치 아웃은 훨씬 빗나갔다. 장성우가 간신히 잡을 정도다. 그만큼 많이 빠졌다. 덕분에 '위험한 달리기'는 싱겁게 성공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다. 그 어렵던 1점이 수월한 작전으로 연결됐다.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외통수다. 내야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당겨야한다. 헐거워진 틈을 김인태가 뚫었다. 평소 시프트라면 2루수에게 막힐 코스다. 승부를 가른 3점째가 올라갔다.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그 결말 치고는 지극히 평범했다. 결승점은 허망할 정도로 손쉬웠다. 얼핏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그 이면은 다르다. 고도의 치열함과 강렬함, 단호함이 뒷받침됐다.

배짱? 뱃심? 사람들이 이해하는 보통의 방식이다. 그러나 <…구라다>는 다른 생각이다. 그걸로는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 이건 가을 야구를 대하는 전략의 차이다.

안전하게, 조심하면서, 실패하지 않고, 위험을 피해가면서….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다. 가장 강한 방식으로, 정면으로 부딪쳐야한다. 그래야 길이 열린다. 훨씬 독해야만 살아남는다. 그게 이맘 때의 섭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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