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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거대한 대학 산업의 병폐,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비즈한국+매경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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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3.24 17:18 3,9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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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거대한 대학 산업의 병폐,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명품 고르듯 대학 고르는 미국판 '스카이 캐슬'…솜방망이 처벌 결말이 주는 묘한 씁쓸함

2021.03.24(수) 13:16:11

 

 

 


[비즈한국] ‘SKY 캐슬’이 방영되며 모두가 ‘쓰앵님!’을 부르짖을 때, 열광하면서도 못내 불편했다. 심지어 자식의 명문대 입성을 위해 엄청난 탐욕을 부리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묵인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개과천선을 거쳐 평안하게 사는 모습으로 끝나는 마지막 회에서는 더더욱. 드라마 작중 인물들이 드라마틱한 개과천선을 하는 것과 달리 현실은 변하지 않아서 더욱 씁쓸했을 수 있다. 우리는 드라마 전에도 정유라 사건을 겪었고, 이후에도 조민, 숙명여고 쌍둥이 등의 초대형 스캔들을 보아왔으니까. ‘미국판 SKY 캐슬’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던 입시 스캔들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이하 ‘부정 입학 스캔들’)도 이런 불편한 현실을 다룬다.

 

2019년 일어난 초대형 입시 비리 스캔들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부정 입학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19년 일어난 초대형 입시 비리 스캔들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부정 입학 스캔들'. 사진=넷플릭스 제공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Operation Vasity Blues)’라는 타이틀은 대학 운동선수들을 지칭하는 ‘바시티’를 지칭해 연방 검찰이 붙인 작전명.뇌물을 주고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 33명을 포함한 50여 명을 기소한 2019년의 대규모 입시 비리 사건으로, 부유한 CEO와 부동산 개발자, 변호사, TV스타 등이 대거 포함되어 미국은 물론 한국 언론까지 떠들썩했다. 입시 비리를 주도한 윌리엄 릭 싱어(이하 릭 싱어)는 일정 금액을 학부모로부터 받고 그 자녀들을 주요 명문대 체육 특기생으로 둔갑시킨다. 요트는커녕 물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아이가 요트 선수가 되고, 화장이 특기인 유명 인플루언서를 조정 선수로 만드는 식이다.

 

미국 대학은 여러 형태의 입학이 있는데, 그중 비인기 종목의 체육 특기생 입학 관련해서는 입학사정관 또한 전적으로 대학 코치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물론 대학에 돈을 내는 ‘뒷문(back door)’ 입학인 기여입학제는 합법이지만 금액 단위가 훨씬 큰 데다 100% 입학 보장이 아니란다. 릭 싱어가 만든 이른바 ‘옆문(side door)’은 고작(!) 수십만 달러 정도로 원하는 대학의 입학을 보장하니 양심을 접은 부유한 부모에겐 엄청나게 매혹적인 거래일 수밖에.

 

범죄의 전면에 서 있는 농구 코치 출신의 입시 컨설턴트 릭 싱어. 싱크로율 높은 재연배우가 연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범죄의 전면에 서 있는 농구 코치 출신의 입시 컨설턴트 릭 싱어. 싱크로율 높은 재연배우가 연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부정 입학 스캔들’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얼굴을 지나 초대형 입시 비리의 전면에 서 있는 농구 코치 출신 컨설턴트 릭 싱어가 학부모들과 전화로 명문대 입학을 거래하는 모습을 비춘다(물론 재연 배우의 연기다). 연방 검찰의 도청에 의해 구성된 실제 대화들은 자못 충격적.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약 3억 3800만 원~5억 6400만 원가량)의 돈을 내면 조지타운대, 보스턴 칼리지, 조지아 공대, 남가주대, UCLA, 버클리 등에 들어갈 수 있다. 모두 미국에서 톱20에서 톱50로 쳐주는 명문이다. 하버드에 뒷문 입학하려면 4500만 달러를 내야 하지만 릭 싱어를 통하면 120만 달러로 옆문 입학할 수 있다니 솔깃하지 아니한가. 아마 ‘SKY 캐슬’의 곽미향(염정아)이었으면 당장 1번으로 예약했을 것이다.

 

릭 싱어의 의뢰인 중 하나였던 TV스타 로리 러프린(가운데). 인기 인플루언서인 올리비아 제이드(왼쪽)를 포함한 딸 둘을 남가주대학교 조정 선수로 부정 입학시켰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캡처

릭 싱어의 의뢰인 중 하나였던 TV스타 로리 러프린(가운데). 인기 인플루언서인 올리비아 제이드(왼쪽)를 포함한 딸 둘을 남가주대학교 조정 선수로 부정 입학시켰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캡처

 

릭 싱어의 기상천외한 방법은 대학 비인기 종목 코치들을 매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녀가 학습 장애를 가진 것처럼 위장하여 시험 시간을 더 부여받고,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원하는 장소에서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하여 ACT나 SAT 등의 점수를 높인다. 그나마 정답을 달달 외우는 노력이라도 한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은 이에 비하면 애교처럼 보일 정도(하하하). 재미난 건 이런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부모들이 심지어 자녀들에게 죄책감마저 제거시키려 든다는 것. 아들이나 딸은 단순히 컨설턴트의 지혜와 인맥을 활용했다고 알아야 할 뿐, 대리 시험 같은 비리가 끼어 있음을 철저히 모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부모들은 신신당부한다. 명문대를 가는 꽃길에 그 어떤 어두움을 드리우지 않겠다는 철저히 비뚤어진 부성과 모성이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펠리티시 허프만 또한 릭 싱어의 의뢰인임이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사진=넷플릭스 캡처

미드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펠리티시 허프만 또한 릭 싱어의 의뢰인임이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사진=넷플릭스 캡처

 

무서운 건 이 뻔뻔스럽고도 대담한 범죄 행각이 드러난 경로다. 릭 싱어는 물론 릭 싱어에게 의뢰한 학부모들, 그들의 자녀들, 릭 싱어에게 매수된 코치들에게서 이 행각이 발각된 게 아니다.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증권 관련 범죄로 체포된 사람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이 입시 비리의 꼬투리를 제보했고, 그것이 몸통인 릭 싱어로 향하게 된 것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한 이 거대한 카르텔은 제법 견고했지만, 꼬투리를 잡힌 릭 싱어의 태세 전환도 그만큼 재빠르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뢰인들을 기소하는 데 협조하기 시작한다.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새삼, 세상에 완전한 범죄는 없고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간단한 사실을 정작, 자식을 꽃길만 걷게 하고픈 비뚤어진 욕심으로 가득한 부자들이 애써 외면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이런 부정 입학 스캔들이 일어난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릭 싱어는 그 수요를 파고든 범죄자이고, 궁극적인 문제는 아이비리그, 톱10, 톱50 등 대학들의 줄을 세우고 그 줄에 어떻게든 올라타라고 손짓하는 대학 산업의 병폐에 있다. 그 손짓에 부단히 흔들리는 사람들의 탐욕에도 문제가 있고. 다큐 속 비리 인물 중 하나였던 인기 인플루언서 올리비아 제이드 같은 인물이 꼭 명문대에 가야 했을까? 대학의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21세기식 성공을 누리고 있었는데. 그건 그들에게 대학이 학문과 지식의 장이 아니라 에르메스 백 같이 자신을 빛낼 명품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리라. 씁쓸한 일이다.

 

FBI에게 자신의 범죄를 발각당한 뒤 적극적으로 그들의 수사에 협조한 릭 싱어. 그는 아직 형량을 받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인 상태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캡처

FBI에게 자신의 범죄를 발각당한 뒤 적극적으로 그들의 수사에 협조한 릭 싱어. 그는 아직 형량을 받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인 상태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캡처

 

더 씁쓸한 일은 이 거대한 범죄에서 정작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는 적다는 거다. 부유한 의뢰인들은 화려한 변호인들을 써서 몇 개월의 징역이나 적은 벌금형에 그쳤다. 망신은 당했을지언정 그들은 여전히 예전과 같이 살아간다. 릭 싱어는 연루된 이들의 기소를 돕는 조건으로 아직 형량을 받지 않고 자유의 몸인 상태다.대학들 또한 매수된 코치 등에서 꼬리를 자르고 해당 학생들을 퇴학시키는 선에서 선을 그었다. 과연 몇 년 뒤 또 다른 형태의 릭 싱어가 나타나지 않으란 법이 있을까? 

 

‘부정 입학 스캔들’은 실존 사건을 재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상세히 들여다보며 흥미를 돋운다. 깊이 있는 해석이나 대안을 제시하진 않지만 적어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는 충분하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세상 어디나 썩긴 마찬가지구만’ 하는 체념지수가 높아지는 건 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매경프리미엄

‘스탠포드 입학 74억’ 펜트하우스·SKY캐슬은 어디에나 있었다
임형준   20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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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자료=SBS
▲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자료=SBS
“합격자는 원래 정해져 있었어. 정해진 애들 말고 그 밑에 구색 맞추는 천재들 뽑고 나면 네 자리는 없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예술 고등학교 입시에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인물이 불합격자에게 당당하게 던진 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자산가들의 입시 비리를 포함한 입시 전쟁이 그려졌습니다. 실기 시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도 보란 듯이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는 재단 이사장의 손녀, 실제로 일어났다면 국민적 공분을 살만한 장면입니다.

지나친 입시 경쟁과 부유층의 각종 부정이 펼쳐지는 자극적 드라마, 이런 이야기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인기를 끄는 건 아마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약 2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SKY캐슬’도 치열한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몰두하는 부유층의 모습을 그린 뒤 많은 이들로부터 “현실의 반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는 이런 ‘공정성 논란’을 겪으며 흔들려 왔습니다. ‘공정’에 대한 믿음을 깨부수는 일들은 유명인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뒤흔들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정들은 ‘SKY’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카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전 세계 최상위 집단들조차 비슷한 일들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美 뒤흔든 부정 입학 스캔들…‘바시티 블루스’
영화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 포스터. /자료=넷플릭스
▲ 영화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 포스터. /자료=넷플릭스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나라 전체를 뒤흔들 만한 부정 입학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기업인부터 유명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재력가들이 자식들을 명문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벌인 초유의 입시 비리가 세상에 알려진 겁니다. 여론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미국판 스카이 캐슬’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공개됐습니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실제 FBI가 사건 수사를 위해 도청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사건 당사자와 주변부 인물 일부가 직접 응한 인터뷰가 더해져 우리 시대의 교육 시스템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영화 내용은 짧게 정리하자면 ‘부유한 자들이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급하고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윌리엄 릭 싱어’라는 입시 브로커가 있습니다. 릭 싱어는 운동과는 관계가 없는 학생들의 부유한 부모로부터 수십에서 수백만 달러를 받고, 자식들을 ‘체육특기생’으로 둔갑시켜 한해에 약 700명씩 여러 명문대에 입학시킵니다. (미국 수사당국에 따르면 자녀의 스탠퍼드대 입학을 위해 650만 달러(약 74억 원)를 지급한 중국 재벌도 있었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수구나 요트 선수로 둔갑해 대학에 입학한 부유층 자녀들은 연습이나 시합에도 나가지 않고 대학 생활을 즐깁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이면서 이 사건의 실제 수사 작전명이기도 한 ‘바시티 블루스(Varsity Blues)’에서 ‘바시티’는 대학 스포츠팀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겉보기에 성공적이었던 릭 싱어의 입시 컨설팅 비결은 스포츠 종목 코치와 학생 선발 담당자 등 명문대 곳곳에 돈을 뿌리며 구축해둔 네트워크였습니다.

부정 입학 스캔들을 주도한 윌리엄 릭 싱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부정 입학 스캔들을 주도한 윌리엄 릭 싱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고등학교에서 스포츠 코치로 일하다 입시 컨설팅 사업에 뛰어든 릭 싱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부정을 주도했습니다. 미국의 입시에 쓰는 시험인 SAT와 ACT 감독관을 매수해 대리 시험까지 알선했고, 입시에 유리한 소수인종으로 학생들 신상 정보를 조작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하는 사진들은 합성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집에 있는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이 간단한 조작을 거쳐 청소년 대표팀 출신 수구 유망주의 훈련 모습으로 둔갑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최고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예일대와 스탠퍼드대는 물론 UCLA, 서던캘리포니아대, 텍사스대, 조지타운대, UC버클리 등 유수 대학으로부터 수많은 이들이 이렇게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약 30년 동안 이어진 릭 싱어의 행각은 좀처럼 발각되지 않다가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범죄에 관련된 인물들이 수사 기관과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꼬리를 잡힙니다. 그는 빠르게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게 적극 협조해 형량협상을 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직접 도청 장치나 몰래 카메라를 몸에 숨기고 입시 비리에 연루된 학부모들의 증언을 받아내며 수많은 범죄를 입증할 증거들을 제공한 겁니다. FBI와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은 부유층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 대학 체육 코치, 대입시험 관리 직원 등 50명을 사기공모·돈세탁·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거액의 돈을 주고 입시 비리를 저지른 학부모들은 유명 연예인고 법조인, 금융인, 기업인 등 유력 인사들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싱어에게 뇌물을 건넨 학부모들은 기소됐지만 수개월 미만 형량을 선고 받거나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일부는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명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던 펠리시티 허프먼은 2주 구금과 3만 달러(약 34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인기 시트콤 '풀하우스'에 출연했던 로리 로플린에겐 징역 2개월(보호관찰 2년)에 벌금 15만달러(1억7000만원)가 선고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릭 싱어는 아직 수감되지 않은 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들이 모두 선고를 받을 때 까지 수사 기관에 협조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판결이 일단락 된 후에야 재판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기여입학’ 있는 미국인데…왜 그리 충격 받았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부정 입학 관련 재판을 받은 지난 2019년 9월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부정 입학 관련 재판을 받은 지난 2019년 9월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우리나라와 달리 ‘기여 입학’또는 ‘기부 입학’으로 불리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거액의 돈을 기부하는 대신 입학 허가를 받는 방식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합법인 ‘기여 입학제(Legacy Admission)’는 동문 자녀를 입시에서 우대하는 제도로, 대체로 거액의 기부금을 낸 경우에 해당합니다. 프린스턴대에 따르면 기여 입학제에 따라 동문 자녀가 누릴 수 있는 효과는 SAT 점수로 160점 정도입니다. 만점의 10% 정도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부가 입학으로 꼭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수백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내고 이 정도의 유리함을 얻는 셈입니다.

릭 싱어는 "공부 잘해 들어가는 '앞문'은 어렵고 기여 입학은 수백만 달러를 쓰고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뒷문'이라면, 내가 만든 건 훨씬 적은 돈으로 합격을 보장하는 '옆문'"이라며 학부모들을 설득했습니다.

실제 녹취록에서 그는 학부모를 설득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를 통해 옆문으로 들어가면 하버드는 120만 달러죠. 뒷문을 이용하면 4500만 달러예요. 스탠퍼드는 5000만 달러. 올해 옆문을 이용하는 사람이 730명이 넘어요.”

2019년 릭 싱어 주도 부정 입학 스캔들을 보도한 CNN 뉴스. 입시 비리에 가담한 예일대, 스탠포드대 등 유수 명문 대학 이름들이 화면에 표시돼 있다. /자료=CNN 뉴스 갈무리
▲ 2019년 릭 싱어 주도 부정 입학 스캔들을 보도한 CNN 뉴스. 입시 비리에 가담한 예일대, 스탠포드대 등 유수 명문 대학 이름들이 화면에 표시돼 있다. /자료=CNN 뉴스 갈무리
기여 입학제는 미국에서 대학들이 손쉽게 막대한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제도이지만, 미국에선 이런 기부금으로 학교를 성장시키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교육 수준을 높인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실제로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는 동문 기부금 1위를 놓치지 않고, 아이비리그 대학 등 다른 유명 학교도 기부금액 최상위권을 유지합니다. 당연히 많은 돈은 세계적 명문 대학들을 만든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심지어 우리도 잘 아는 미국 대통령들 또한 기여입학제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은 존 F. 케네디와 조지 W. 부시가 각각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합격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입학에 성공한 것이 사실상 거액 기부 덕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제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서 릭 싱어 중심의 부정 입학 스캔들로 난리가 난 것은 부자들이 아예 반칙을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부나 고액 컨설팅으로 입시에 유리해지는 정도는 넘어가겠지만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겁니다.


부정에 분노하지만 점점 인정하게 되는 ‘교육 격차’

초유의 부정 입학 스캔들은 기여 입학제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영화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에서도 이런 비판적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자막으로 등장하는 문구는 이렇습니다.

“릭 싱어가 만든 ‘옆문’은 이제 닫혔지만, 돈 낼 용의가 있는 이들을 위한 많은 ‘뒷문’은 아직 열려있다.”그렇다면 미국에서 기여 입학제 축소·폐지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 움직임은 이뤄지고 있을까요? 여론이 화가 나긴 했지만 기여 입학제 자체를 건드리는 것 까진 무리라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 사회는 이미 부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누리는 교육 기회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 겁니다.

고액 입시 컨설팅 등 발전해 가는 사교육 형태는 부유층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점점 더 특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의 이런 증언들이 등장합니다. “부유한 사람 대부분이 나 같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 반면 미국 전체의 85%는 이런 수준의 전문 지식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개인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할 경우 아무리 비용을 줄여도, 실력 좋은 컨설턴트가 아니어도 시간당 200~300 달러는 듭니다. 실력 좋은 컨설턴트일 땐 1500달러 이상도 각오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아주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부유층 자녀들은 고액 과외나 컨설팅을 받고, 그게 아니라면 부모의 직업이나 인맥을 활용해 입시용 ‘스펙’을 쌓고 있으니까요. 비교적 최근 일들만 따져 봐도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고등학생이나 학부생이 대학 교수인 부모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부모 지인이 일하는 기관에서 인턴·봉사활동 증명서를 쉽게 얻는 일들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런 행태는 최근 들어 더욱 큰 공분을 사고 있는데, 사실 많이들 그렇게 해왔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고 입시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입시 설명회를 열지 못하게 되자 서울의 한 대형학원에서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대면 대학 입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매경DB
▲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입시 설명회를 열지 못하게 되자 서울의 한 대형학원에서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대면 대학 입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매경DB
우리나라의 경우 수능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다시 수능 확대로 대입 제도를 개편하는 등 경쟁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어떤 쪽이 더 공정한가’를 두고 벌어지는 ‘학종 대 수능’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입시 제도가 자꾸 바뀌니 입시 컨설팅 등 관련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서울 강남3구’ 거주자 등 고액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특정 계층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계속해서 그렇게 바뀌어왔고, 결국 우리도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격차를 어느 정도 인정해가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입시 부정, 그래도 끊이지 않는다

언론들은 릭 싱어의 부정 입학 스캔들을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했지만, 비슷한 일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 미국에서 유사한 대규모 입시 비리가 추가로 알려지면서 불공정 이슈를 건드렸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감사국 발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부유층 자녀 64명이 공립 명문대학인 캘리포니아대(UC)에 부정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당국이 릭 싱어의 사건을 계기로 조사해봤더니 불과 1년 만에 더 많은 인원이 적발된 겁니다.

UCLA, UC버클리, UCSD(샌디에이고), UCSB(산타바바라) 등 4개 캠퍼스에서만 64명의 부정 입학자가 나왔습니다. 특히 UC버클리에는 42명이 부정 입학했습니다.

행태는 그전 입시 비리와 똑같았습니다. 부정 입학자들은 부모의 사회적 인맥과 대학기부금 제도 등을 악용해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특히 체육 특기생 입시를 활용한 경우가 22건이었는데, UC버클리에 입학한 체육특기생 1명은 최하 점수를 받고도 입학에 성공한 뒤 시합에는 전혀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유사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아예 멈출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교육도 대물림 되는 것이 점점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 이런 입시 비리에 시민이 불같이 분노하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부유층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할 겁니다.

입시 공정성이란 서민에게는 얼마 주어지지 않는 ‘경제적 기회’이기도 하죠. 우리는 교육 수준과 학벌이 실질적 계층 상승과 경제적 성공의 실마리로 작용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아마 좋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하나의 큰 축일 겁니다. 최소한 ‘노력하면 부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적지만 여전히 기회는 남아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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