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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아름다워 보이는 '형광 산호초'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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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3.22 16:08 9,4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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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보이는 '형광 산호초'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

[환경 다큐 보따리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

21.03.22 15:00최종업데이트21.03.22 15:00


나는 산호초가 해초나 해조처럼 바다식물인 줄 알았다. 해초(海草)나 해조(海藻)에는 초두머리(艹)가 있으며, 산호초에도 그게 당연히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산호초의 한자는 '珊瑚礁'다. 영어로는 어떨까? 해초는 seagrass, 해조는 seaweed다. 해초와 해조, 뭔가 식물스럽지 않은가? 반면 산호초는 coral reef이며 '동물'이다.
 
한자어 산호초의 '초'는 '암초(暗礁)'의 초(물 속의 돌)와 같은 글자다. 아하! 그럼 산호초는 돌덩이인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는 영화 초반, 산호초가 "식물 반(half)+동물 반"이라는 생물학적 진실을 알려준다. 무슨 반반(half & half) 피자도 아니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식물 같은 동물이 있을까 싶지만, 산호가 바로 그런 동물이다.

영화 안에서 산호 생물학자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라는 리처드(Richard)만큼 나도 깜짝 놀랐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며 상영시간은 89분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한국어 자막 없음).
 

<산호초를 따라서>  건강한 산호초를 배경으로 제작된 <산호초를 따라서> 제목 화면.

▲ <산호초를 따라서> 건강한 산호초를 배경으로 제작된 <산호초를 따라서> 제목 화면. ⓒ 넷플릭스

 
산호는 낮엔 광합성으로 살고, 밤엔 먹이를 사냥해 입(mouth)으로 먹고 위(stomach)로 소화하며 살아간다. 인간도 낮에 햇볕 아래서 비타민D를 합성하기도 하니, 낮에는 산호랑 똑같은 일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한편 산호초는 메트로폴리탄에 비유할 만하다. 육지의 거대도시 메트로폴리탄에는 주택, 사무실, 학교, 병원, 공원, 도로, 공장, 극장, 놀이터, 수영장, 운동장 등이 있고, 도시 주변으로 농경지, 공터, 강, 숲, 산맥, 시냇물 등이 있고, 경우에 따라 작은 소도시들을 거느린다.

산호초 메트로폴리탄도 그렇다. 서로 종류가 다른 산호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군락을 이룬다. 거기에 바닷속 생물들 중 25%가 입주해 들어온다. 산호초는 인간이 만든 방파제나 제방보다 견고하고 유연해 태풍이나 해일의 각도와 강도를 줄여준다. 또, 산호초 추출성분 중에는 암치료제도 있다.   
 
이쯤 되면 '훌륭한 동물'이라 칭송해도 부족함 없는 산호초는 바닷물 속에서 산다. 그래서 산호초를 만나려면 다이빙 장비를 갖춰입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헌데 이는 대중적인 체험이 아니다. 그래서 바닷속 사진가 리처드 비버스(Richard Vevers)는 가상잠수경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3초마다 360도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구글맵스처럼)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누구나 가상잠수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가상잠수경험은 물론 흥미롭고 신비롭다. 그러나, 바다는 흥미와 신비 그 이상의 '실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 우주의 행성 중에 바다가 있는 것은 지구 하나뿐이다. 바다는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전체 환경을 좌우한다. 바다는 지구의 날씨, 산소, 기후 등을 조절한다. 바다의 건강이 곧 지구의 건강인 것이다.
 
16살 때부터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던 리처드는, 바다생물들이 멸종해가는 것을 안타까이 지켜보던 끝에 < XL 캐틀린 씨뷰 서베이 프로젝트(아래, XL) >를 기획했다. 그런데 < XL >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처드는 산호의 백화현상에 주목하게 되었다.
 
백화현상의 전말은 이렇다. 어느 날 산호가 자기 몸의 기능저하를 감지한다. 광합성 기관에 고장이 생긴 것을 알게 된 것. 그러면, 산호는 고장난 부분을 해롭다고 느껴, 몸 밖으로 배출하기로 결정한다. 해로운 박테리아를 추적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려 마음먹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산호의 광합성 기능은 더 저하된다. 산호는 산 채로 백골이 되어간다. 이와 같은 산호의 백화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특정시기, 특정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는 전염병 같은 것일까? 산호 생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산호의 백화현상을 설명하는 영화의 장면들.

▲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산호의 백화현상을 설명하는 영화의 장면들. ⓒ 넷플릭스

  
바다는 뜨거운 열을 흡수한다(지구 전체 열의 93% 흡수).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다가 날마다 '열일'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열을 흡수했으니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바닷물 속에 사는 산호의 몸에 이상징후가 발생한다. 마치 인간의 체온이 약간 올라 37도 정도면 비교적 괜찮다가, 열이 더 올라 38-39도를 지나 40도가 넘어버리면 치명적일 수 있듯, 산호도 똑같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산호는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간다. 산호의 백화현상은 1980년대 이후 관찰되기 시작했는데,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덩달아 심각해졌다.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왼쪽 사진은 바닷물 온도가 정상일 때, 오른쪽 사진은 바닷물 온도가 2도 올라 백화현상이 시작된 때.

▲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왼쪽 사진은 바닷물 온도가 정상일 때, 오른쪽 사진은 바닷물 온도가 2도 올라 백화현상이 시작된 때. ⓒ 넷플릭스

  
이러한 산호초 문제를 알리고자 기획된 리처드의 < XL >에 다큐멘터리 감독 제프(Jeff Orlowski)가 참여했고, 어항에 애완용(?) 산호를 키우는 '산호광' 잭('Coral Nerd' Zackery Rago)도 동참했다. 그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 XL >에 여러 모양으로 기여했다. 처음에 그들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빙하 근처에 자동저속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촬영하는 방식을 본따 < XL >을 진행하려 했다. 바닷물 속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험했으나, 여러 위험요인과 기술적 여건상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팀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바다에 들어가 직접 촬영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시간이 더 지난 지금은 여러 곳에서 자동저속카메라가 작동중이라고 한다).

팀원들의 직접 촬영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 산호의 구조신호(S.O.S.)는 절박하기 그지없었다. 백화현상을 겪는 동안 산 채로 썩어들어가는 산호가 발견됐다.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 목욕탕을 방불케 하는 지역의 바닷속에는, 하얀 백골의 산호초 사이사이에 형광색 산호초까지 보였다. 언뜻 보면 형광색 산호는 예쁘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예쁜 장면이 아니다. '산호가 스스로를 열에서 보호하려고, 말하자면 썬크림을 바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산호의 형광화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겉으로 예뻐 보인다고 예쁜 게 아니다.

▲ 영화 스틸컷 <산호초를 따라서> 산호의 형광화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겉으로 예뻐 보인다고 예쁜 게 아니다. ⓒ 넷플릭스

 
급기야 산호광 잭은 너무 우울해졌다. 그 무렵 그는 일명 '산호신(Coral Guru)'으로 불리우는 존 '찰리' 베론(John 'Charlie' Veron) 박사를 만난다. 베론 박사는 산호초의 백화현상을 발견해 학계와 세간에 꾸준히 경고해온 사람 중 하나다. 노년의 베론 박사는, 산호의 백화와 형광화 때문에 급우울해진 청년기의 잭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가 많으니, 이 지구에서 산호초가 완전히 죽어 없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아니죠. 산호초 문제를 세상에 자꾸 알려야만 해요. 그래야, 더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는 다큐멘터리 관객들을 향해, 희망을 역설한다.
 

"솔직히 나는, 내가 더 잘 알렸어야 했나, 나 자신에게 화가 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잭 같은 젊은이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찰리는 우울한 할아버지예요. 우리는 그보다 더 잘 해낼 거예요, 라고 말이죠."

 
아닌 게 아니라 잭과 리처드는 '국제산호초심포지엄'에 참여해, 그들이 찍은 영상자료를 성심성의껏 발표했다. 불과 2개월 만에 천천히 조용히 죽어가는 산호초의 모습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제노사이드(대량학살) 장면 같았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산호가 죽거나 썩어들어가자 그 곁을 헤엄치던 물고기들도 시나브로 사라졌다. 여러모로 산호의 구조신호는 명백했다. 이 엄청난 구조신호를 나몰라라 하는 건 '악마'나 할 짓이리라. 우리 인간들이 악마가 아니기를!
 
<산호초를 따라서>에 참여한 제프, 잭, 리처드는 다큐멘터리 제작 이후에도 산호 문제를 이슈화하는 일에 열심이다. 제프는 전세계 다이버들과 연대해 산호초 백화현상을 꾸준히 기록해 대중에게 알린다. 잭은 학교버스를 산호초버스로 개조해서 미국 전역을 돌며 아이들에게 가상잠수체험을 제공한다. 또, 리처드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디 오션 에이전시>를 설립해 '오직 단 하나의 고객-바다'를 위해 산호초 보호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호초를 따라서>의 마지막에 이르러 리처드는 강조한다. 사람들 사이에 기후변화를 위한 거대한 행동이 나타나고 있어서 우리는 우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간에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며, 머리가 없는 것도 아니니, 지금이라도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에 '다같이' 나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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