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분홍 코에 작은 돼지꼬리를 단 아기돼지 페파는 하루종일 남동생 이름(“조지!”)을 부른다. 낙천적이고 호기심 많은 페파가 좋아하는 일은 동생을 챙겨주는 것. 동생 조지와 함께 진흙탕에서 뛰어노는 게 제일 좋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집 안에만 머물게 된 미국 어린이들을 영국에서 온 만화 영화 ‘페파피그’가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페파피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기돼지 페파가 남동생 조지, 마미피그, 대디피그 등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 어린이용 만화 영화다.
 
WSJ는 미국에선 팬데믹이 휩쓴 지난 1년 동안 페파피그가 광풍처럼 유행하면서 ‘페파 효과(The Peppa Effect)’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페파와 조지가 기분 좋을 때 내는 ‘꿀꿀’ 소리를 따라하거나, 영국식 영어발음·단어를 따라하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5살 대니의 부모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유려한 영국식 발음으로 “엄마, 안경점(optician)에 갈 건가요?”라고 물어 깜짝 놀랐다. 대니의 부모는 “아이가 쓰긴 어려운 단어여서 놀랐는데, 알고보니 페파피그에 나온 말을 따라한 것이었다”고 WSJ에 말했다. 대니는 주유소를 ‘개스 스테이션(gas station)이 아닌 영국식 표현인 ‘페트럴 스테이션(petrol station)’이라 하거나, 종종 “(영국인들의 취미인)차를 마실 건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시애틀에 살고 있는 도미니크 파는 언어 발달이 느린 세살배기 딸 헤이즐에게 페파피그로 언어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폐증인 딸이 처음 말한 단어가 페파 동생의 이름 “조지!”였기 때문이다. 페파는 에피소드에서 줄곧 동생을 부르며 살뜰하게 챙긴다.
 

코로나로 주로 집 안에 머물게 된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어린이 만화 '페파피그'. [페파피그 유튜브 채널]

 
2004년 5월 영국의 채널5에서 5분짜리 만화영화로 처음 방영된 페파피그는 지난해부터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고 한다. 현재 일곱번째 시즌이 올해 3월부터 방영되고 있다. 
 
페파피그는 팬데믹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을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TV 앞으로 몰려들면서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봤다. 미 컨텐츠 분석업체 패럿 애널리틱스의 올해 2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어린이 만화’ 2위에 올랐다. 1위는 ‘네모바지 스폰지밥’이었다. 페파피그는 만화 뿐 아니라 전체 컨텐츠 카테고리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TV쇼’ 50위를 기록해 전년도 103위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WSJ는 이 같은 ‘페파효과’를 놓고 “부모들은 동생을 돌보는 주인공 페파를 통해 동생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적 내용을 선호한다”며 “전염병으로 세계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외국의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컨텐츠 유통 플랫폼이 넷플릭스ㆍ유튜브 등으로 다양화 되면서 전세계로 시청자 층이 넓어진 영향도 있다. 미국에선 인기에 힘 입어 플로리다주 윈터헤이븐에 세계 최초로 ‘페파피그 테마파크’가 내년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출처: 중앙일보] ”그걸 본 자폐 딸, 말문 트였다“ 美 사로잡은 ‘분홍 아기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