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데일리 서상현 기자 = 사회적 거리 두기가 4개월째 연장되며 ‘여행 금단 현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가 역시 이에 주목하고 있다. 여행 관련 신규 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여행 프로그램을 재편성하며 시청자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지를 꼼꼼히 소개하는 정보 전달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여행지의 소소한 일상 및 분위기를 담아 실제 여행하는 듯 여행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기존과는 다른 ‘자유로운 여행’ 담은 포맷의 신규 프로그램으로 MZ세대 겨냥

그중에서도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포맷으로 일상으로부터 훌쩍 떠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담으며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기를 담아내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소재와 포맷으로 방송가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7일 (목) 첫 방송된 시네마틱 로드무비 ‘잠적’은 세간의 시선이 일상이 된 스타가 ‘잠적’해 단 한 대의 자동차를 타고 홀로 떠나는 여행을 그려냈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SKY 채널이 공동 제작한 시네마틱 로드무비 ‘잠적’은 20대를 대표하는 차세대 배우 김다미가 대본은 물론 설정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았다.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힐링’의 시간을 엿보며 여행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김다미는 공개된 1화에서 “늘 준비되어 있는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달리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독특한 경험이 새롭다”는 멘트로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서승한 PD의 연출도 돋보인다. ‘탑기어 코리아’를 연출하며 마니아층을 모았던 서승한 PD만의 감각은 ‘잠적’의 차별화된 영상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PD 본인의 장르적 특기를 활용, 프로그램의 두 주축이 되는 배우와 차량의 영상미를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한 편의 영화를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김다미의 내레이션과 서정적인 BGM, 푸르른 풍경과 다채로운 자연의 소리 역시 감각적인 영상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꾸밈 없는 그녀의 로드트립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에 대한 로망이 다시 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1화를 시청한 네티즌들은 “나도 모르게 멍하니 지켜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김다미와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잠적’에 앞서 방영한 ‘트래블버디즈2: 함께하도록’ 역시 데뷔 17년간 한류 스타로 전 세계를 누빈 김재중이 의외로 낯선 여행지인 대한민국 전국을 여행하며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행 중 낯선 친구, 스쳐 간 친구, 친한 친구 등 다양한 ‘버디즈’를 만나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색적인 경험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 ‘힐링’ 소재 프로그램들 눈길… OTT&웹 제작 사례도 늘어

‘힐링’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도 눈길을 끈다.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두 배우가 낯선 시골 슈퍼를 운영하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어쩌다 사장’은 소소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힐링’을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 손현주가 MC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손현주의 간이역’은 명예 역무원이 된 연예인들이 전국의 간이역을 찾아다니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간이역을 지키고, 간이역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힐링’ 예능 프로그램이다. 간이역의 일상을 담는 잔잔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 수단 자체를 소재로 한 여행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인기다. 지난해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해 화제를 모았던 ‘바퀴 달린 집’이 인기에 힘입어 지난 4월 ‘바퀴 달린 집2’로 다시 시청자를 찾아왔다. 4월 새로 선보인 ‘기차로‘는 기찻길을 따라 떠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탐방하며 숨겨진 지역 명소를 들리고 사람들과 교감하는 기차 로드 버라이어티다.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자 웹 예능, OTT 플랫폼 제작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우정뿅즈의 인싸투어’는 절친한 친구 4인의 여행기를 담은 웹 예능이다. 지난해에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대만의 배우 류이호가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팬을 만나 우정을 쌓는 ‘투게더’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여행에 목마른 시청자들에게 자유와 힐링 등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 같은 여행 프로그램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여행 프로그램의 소재와 제작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여행의 '대리만족'을 추구하거나 지친 일상을 감성적으로 위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잠적’처럼 감성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ssh@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