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팁


정보소식아이들만 남은 세상…게임보다 흥미로운 ‘인간심리’ (한겨레)

페이지 정보

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15 05:54 7,600 0

본문

아이들만 남은 세상…게임보다 흥미로운 ‘인간심리’

 

등록 :2021-05-14 18:24수정 :2021-05-15 02:32

[드라마 덕후들의 OTT 충전소] 미국 드라마 ‘더 소사이어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이번에 소개할 드라마는, 관찰과 트로트만 넘쳐나는 요즘 예능프로그램 바닥에서 참신한 기획을 하고 싶어 하는 예능 피디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특히 출연자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은 피디에게 좋은 영감을 줄 것이다. 예능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처럼 출연자들이 극한의 상황에 부닥쳤다가, <대탈출>(티브이엔), <여고추리반>(티빙)처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어른이 사라지고 아이들만 남은 세상을 묘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소사이어티>(2019)다.

 

 

미국 코네티컷주 웨스트햄이라는 작은 마을에 언젠가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 어른들이 냄새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동안, 고등학생 200여명은 학교 수업의 하나로 캠핑을 떠난다. 폭우로 다시 돌아오니 냄새와 함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도로도 모조리 차단됐다. 전기와 수도는 그대로인데 인터넷은 끊겼다. 완벽한 고립.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이대로 영영 갇히면 어쩌나. 아니, 그 전에 여기서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걸까.

 

갇혀 있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은 곧바로 혼돈의 세상이 된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주인 없는 슈퍼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지만, 곧 약탈이 이어진다. 학생회장인 커샌드라는 혼돈의 사회에서 질서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지시를 좋게 보는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더 소사이어티>는 제목처럼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우선은 정치가 가동된다. 중요한 결정을 할 위원회가 구성되고, 경찰 역할을 할 가드들이 선발된다. 가장 중요한 식사와 집은 ‘모두가 전부를 공유’한다. 파리 코뮌이면서 러시아 소비에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적 자원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것은 공평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다. 누구는 더 필요하고, 누구는 더 갖고 싶다.

 

인간은 먹고 자는 것 말고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 ‘모두가 동시에 고아’가 돼버린 아이들은 종교를 복원하고, 애초 예정됐던 댄스파티도 개최한다. 모두가 파티를 즐기는 사이 학생회장 커샌드라가 총에 맞아 죽는다. 완벽한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범인은 분명 우리 중에 있다. 아이들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범인을 잡는다면 그를 단죄할 수 있을까? 학생회장이 사라진 상황, 새로운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고 권력은 온전히 이양될 수 있을까?

 

고립된 아이들에게는 하루하루 끝없이 사건이 터진다.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한다. 지금 미국 음악계를 통째로 씨ㅂ어먹고 있는 빌리 아일리시가 부른 ‘친구를 묻어라’(bury a friend)가 드라마 주제곡으로 쓰였다. 영화 <500일의 썸머> 감독 마크 웹이 드라마를 제작했다. 사랑하고 충돌하고 무리 짓고 배신하는 캐릭터의 심리 게임을 섬세하게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껏 방 탈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하러 자기 돈 내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건가. 문제를 열심히 풀어봐야 결국 처음 들어갔던 문으로 다시 나올 뿐인데. 아는 작가가 한심한 듯 되받아쳤다. “그럼 등산은 뭐 하러 올라갔다 내려옵니까? 골프는 뭐 하러 힘들게 공을 구멍에 넣습니까?” 뭔가 설득력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방 탈출 카페에 가봤다. 해보니 은근히 재미있었다. 여럿이 하다 보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특히 무리 속에서 리더가 생기고 리더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 각자의 개성 혹은 본성이 드러난다.

 

결국 <더 소사이어티>도 인간 본성에 대한 드라마다. 아직 미성숙한, 그래서 더 불안하고 격정적인 아이들을 통해 저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다. 어쩌면 <더 소사이어티>가 거대한 예능 기획이었어도 흥미로웠을 것 같다.

 

그나저나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저 고립된 세상은 왜 생겨난 것일까? 아이들이 옮겨진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옮겨진 걸까? 평행우주 속 어딘가로 떨어진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마지막 회(10부)에 나오니 정주행해보자.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예능 피디

추천 0

댓글목록

정보/팁


정보/팁 목록
번호 추천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게시물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 주간 조회수
  • 주간 베스트
전체 메뉴
추천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