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1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가장 상업적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에 열리는 탓에 이제는 ‘오스카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매년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이 지난 24(현지시간)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 ‘365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닥터 두리틀’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눈길을 끌었다.

최악의 영화 후보 지명과는 별개로 ‘365일’은 폴란드 에로 로맨스 영화로 마피아 보스와 그에게 납치 당한 여성의 은밀한 로맨스를 그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다. 파격적인 설정과 높은 수위의 베드신으로 한국 넷플릭스 영화 순위 톱10에도 매주 빠지지 않았다. ‘닥터 두리틀’은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콤보상,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속편상 등 최다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다행히(?)속편상 수상에 그쳤다. 지구를 구하는 ‘아이언 맨’을 은퇴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야심차게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역을 맡아 왕국을 구하기 위해 동물들과 함께 놀라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2021년 최악의 영화로 꼽힌‘앱솔루트 프루프’.(사진제공=사무국)

 

그간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이 대부분 국내 개봉작에서 나왔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악의 작품상은 미국 대선을 다룬 다큐멘터리 ‘앱솔루트 프루프’로 영화를 찍은 마이클 린델은 최악의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침구업체의 CEO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2020년 대선이 중국의 해킹으로 인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음모론을 다룬다. 러닝타임이 무려 120분으로 한국 정식 개봉은 미지수다.

최고의 각축전은 여우주연상이다. 무려 3번이나 후보에 오른 케이트 허드슨이 영화 ‘뮤직’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자폐증을 지닌 이복자매를 돌봐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로 최악의 감독상과 조연상까지 거머쥔 탓에 더욱 시선을 모은다. 일부 언론에서는 완성도와 별개로 장애인을 비하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함께 후보에 오른 앤 해서웨이, 케이티 홈즈는 ‘마지막 게임’ ‘더 보이 2: 돌아온 브람스’로 색다른 연기 변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미나리’의 윤여정에게 트로피를 넘긴 글렌 클로즈는 ‘힐빌리의 노래’로 최악의 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 이야기에서 글렌 클로즈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여걸 할머니로 열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