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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4등의 시대'가 온다... 10년전 韓드라마 '곰배령'이 브라질 시청자를 울린 이유는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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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의 시대'가 온다... 10년전 韓드라마 '곰배령'이 브라질 시청자를 울린 이유는

입력
2021.04.03 14:00
수정
2021.04.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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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의 한 장면. 화면 캡처

브라질의 50대 한 시청자는 지난해 한국의 국민배우 최불암이 출연한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을 시청했다. 이 드라마는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에 맞춰 채널A가 내놓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가족의 진솔한 이야기가 배어 있다. 그러나 10년이나 된 드라마를 브라질 시청자는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다름 아닌 넷플릭스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덕분이었다. 이 시청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선보인 가로형 추천 방식이 '곰배령'을 선택하게 했다. 만약 데일리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로형 차트만 보여줬다면 이 브라질 시청자는 죽을 때까지 '곰배령'이라는 드라마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순위 매기기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시스템이 아닌 시청 취향을 분석해 개별 이용자가 재미있게 볼 만한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다양하게 추천하는 방식이 어쩌면 한류 드라마 확산에 이바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절대평가와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와 취향을 존중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부상은 성공의 기준도 바꾸고 있다. 절대적 비교가 가능한 순위를 측정하는 '세로'의 시선에서, 다양성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가로'의 시선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연 '가로 세상'... K-콘텐츠 열풍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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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화, 로맨스영화를 즐기는 한 시청자의 넷플릭스 앱 첫 화면. 콘텐츠들이 가로형으로 소개되고 있다. 캡처

일렬 종대의 퇴보는 콘텐츠 영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데도 언제나 4등에 그쳐 메달을 받지 못하던 수영 선수를 통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영화 '4등'이나 가로로 나란히 서는 것의 의미를 담은 가수 윤종신의 노래 '세로'처럼, 일렬종대가 아닌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이 더 중요한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늘 타인의 평가나 세상의 기준을 염두에 두고 살던 습관에서 벗어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이 곧 개인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흐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취향 존중'을 내세우는 서비스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는 취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의 시조 격이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개개인의 시청 자유를 넘어 K-콘텐츠의 세계적 열풍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류가 팬덤 기반으로 확산했던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과 연령의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는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콘텐츠가 국가와 제작사, 투자사 등의 '계급장'을 떼고 편견 없이 수평적으로 맞붙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제공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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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이 첫 공개 이후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선택해 시청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이러한 결과는 실제 연구로도 나타났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넷플릭스 콘텐츠의 한국 문화 및 한류 선호도 증진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청 경험이 다른 장르로까지 이어져 한국 콘텐츠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브라질 시청자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거주하는 50대 시청자가 한국 공포 영화를 시청한 이후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까지 챙겨보는 결과도 나왔다.

홍 교수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창구의 등장은 한류를 팬덤 문화를 넘어 대중문화로 진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서비스들은 공간과 시간, 장르를 넘어 새로운 수용자와 가치를 형성하며 한류 확장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열화와 작별하는 플랫폼... 순위 숨기니 '숨은 보물' 찾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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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고안한 밀리 완독 매트릭스. 밀리의서재 제공

지난해 3월 국내에 소개된 에세이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는 서점가에서 소위 말하는 히트 도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서재'에선 인기 있는 책으로 분류된다.

보통 마케팅과 스타 작가 등이 판매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해 순위를 매겼지만 이곳에선 예외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아닌 새로운 지표를 내세워서다.

밀리의서재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 베스트셀러가 유일한 지표였던 출판계에 '완독 지수'와 '취향 지수'로 구성된 새로운 '독서 지수'를 선보였다. 밀리의 서재가 고안한 독서 지수는 개인의 취향과 더불어 실제 독서 패턴을 반영한 정보를 제공해 독서 행동에 더욱 밀접하게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완독 지수는 300만 명에 달하는 밀리의서재 누적 회원의 독서 관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완독할 확률 및 완독 예상 시간의 두 개 축을 기준으로 독서 패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트릭스를 도서마다 제공해, 본인의 상황에 알맞은 도서를 더욱 쉽게 선정할 수 있다.

밀리 완독 매트릭스는 완독할 확률 및 완독 예상 시간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밀리 픽'과 '홀릭', '히든', '마니아'로 표현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밀리의서재는 실제 독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할 뿐 완독할 확률이나 완독 예상 시간으로 책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베스트도서에 오른 것이다.

도영민 밀리의서재 독서라이프팀장은 "나만의 기준이 명확한 소비자들에게는 실용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완독 지수를 통해 세분화된 취향을 겨냥하는 다양한 영역의 도서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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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대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 이미지

음원시장도 순위가 아닌 개인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2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토종 음악 플랫폼들이 변화를 꾀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유로 회원만 1억4,000여만 명에 달할 정도의 공룡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의 최대 장점은 바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션 서비스다. 국내 출시 2개월 만에 40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다.

멜론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12월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을 장식하던 실시간 순위를 걷어냈다. 그 자리에 '○○○님이 좋아할 음악'을 배치해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기능을 넣었다.

지니뮤직은 '뮤직컬러'라는 초개인화 비주얼 큐레이션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용자의 감상 취향을 장르, 분위기, 감정 등 다양한 요소로 세밀화해 컬러를 입혀 표현하는 방식이다.

순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음악들이 숨을 쉬게 됐다. 국내 한 중소 음반제작사 관계자는 "그동안 음원 플랫폼의 순위를 위한 사재기 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차트가 점점 사라지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인디음악 등 인지도 없는 가수나 음원들이 더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형 시대는 수평 사회로 확장

'세상은 날 더디다고 비웃어/ 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 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 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 잡으라 해'

윤종신 '세로'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객관적이라 믿어지는 기준으로 서열화되며 순위가 매겨진다. 피터 에르디 미국 칼리마주대 복잡계 연구분야 특임교수는 저서 '랭킹'에서 "순위를 측정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진화의 결과처럼 당연한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1등에 목매는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노래로도 흥얼거려졌다. 윤종신은 2017년 발표한 '세로'라는 곡을 통해 순위만 따지려는 사회를 걱정했다.

그는 당시 이 곡에 대해 "언제부턴가 플랫하게 가로로 퍼져있던 콘텐츠들이 세로로 순위가 매겨지면서 위아래가 나뉘고, 불필요한 경쟁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로로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들이 자꾸 남을 밟고 위로 가려고 몸부림을 치니까 우리가 새로운 걸 만들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MZ세대의 등장은 '가로형' 수평적 사회로 확장을 앞당기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만큼 자신의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받기를 원하며, 직장에서도 수평적 관계를 통해 서열화에 반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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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에 수평적 시선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다. 최근 이들이 대기업들의 성과급을 둘러싸고 "성과급의 근거가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 순위의 대기업 입사도 선호하지도 않는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MZ세대가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진 기업(23.5%)'이 1위를 차지했다. 야근이나 주말출근 등 초과근무가 없거나(17.8%) 연봉이 높은(16.7%) 기업보다 더 선호했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바탕으로 취향과 진정성에 대한 욕구가 커진 MZ세대의 목소리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최근 MZ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과 평등에 예의 주시했다.

연구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을 살아가는 MZ세대에 공정성은 극도로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이며, 자신의 이익 보호와 관련된 절실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MZ세대가 조직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기업 문화도 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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