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블랙 코미디를 표방하며 지난달부터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빈센조'.

지난 14일 방송에서 주인공 빈센조(송중기 분)와 홍차영(전여빈)이 한글과 중국어가 함께 표기된 인스턴트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해당 제품에는 중국 브랜드명 아래 '차돌박이 돌솥비빔밥'이라고 적혀있었는데요.

방송 직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대표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 제품으로 노출한 '빈센조'의 PPL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됐습니다.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해당 기업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배치하는 광고 기법 PPL.

기업은 상품 인지도를 높이고 방송사나 영화사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발히 이뤄집니다.

최근 각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한국 프로그램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외국 기업이 우리 드라마에 PPL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그런데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무분별한 PPL은 시청자들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중국이 한복, 김치 등을 자국 문화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중국산 비빔밥 제품을 넣은 '빈센조'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일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두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가 보는데 한국 음식이 중국 제품으로 광고되는 건 보기 안 좋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에 해당 브랜드가 다른 제품에 '한국식 비빔밥', 김치를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됐는데요.

한 누리꾼은 "비빔밥이 우리 고유음식이라 한국'식'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그렇게 따지면 중국'식' 마파두부도 있겠다"고 강하게 비판했죠.

전문가들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차원이어도 제품 선정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드라마) 제작비 충당을 위해 선택한 상황이지만 최근 중국에서 김치,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 문화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 않나"라며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겐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최근 중국에서 하는 전파공정 문제와 섞어 생각해보면 오해 소지나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사전에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제작사가) 이걸 피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중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빈센조'뿐 아니라 국내 드라마의 맥락 없는 PPL은 종종 도마 위에 오릅니다.

앞서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도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중국 기업의 훠궈를 사 먹거나 중국 브랜드가 계속해서 노출되는 등 과도한 PPL 논란에 휩싸였죠.

이처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PPL은 역효과를 내지만 국내 드라마에 외국 제품 노출이 늘어났다는 건 한국 콘텐츠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시사하기도 합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 작품에 PPL을 하면 아시아권 다른 시장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한국 드라마나 콘텐츠들이 글로벌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외국 기업이 PPL을 통해) 제품을 한국 소비자 등에 소개하는 차원으로 관광이 활성화되면 반드시 그런 것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자본과 시청자들의 요구가 양립하는 상황.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은정 기자, 권예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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