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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3.09 18:44 1,49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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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당신'들에게!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앞으로 없어져야 할'편견에 대해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맞아 다시보는 '위대한 여성의 삶'
화가,대법관,전 퍼스트 레이디에서 작가로 활약한 실존 인물 3인의 이야기

입력 2021-03-09 18:30 | 신문게재 2021-03-10 11면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77년 UN이 공식 지정한 데 이어 한국은 2018년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삼았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날 미국의 1만 500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 여성의 선거권 쟁취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남성들의 연대와 지지가 한몫 했음을 강조하지만 여성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3년만의 변화는 놀랍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잇따라 출간했다. 젊은 페미니스트 9명이 쓴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는 정치, 범죄, 대중문화, 법, 여성학, 교육,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의 글을 담고 있다. 성평등 교육을 주장하는 초등학교 교사와 낙태죄 개정 법안을 연구하는 젠더 법학 연구자,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트랜스젠더 변호사 등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누락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인 미키 켄들은 페미니즘이 모두가 아닌 ‘백인 중산층 여성’에 맞춰져 있는 사실을 지적한다. 더불어 페미니즘이야말로 주거, 정치, 교육, 의료, 식량 불안, 젠트리피케이션, 범죄, 총기 폭력 등 거의 모든 문제가 다뤄야 할 이슈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점입가경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2080년 예상 노인부양률이 OECD 평균보다 낮은 23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비교·분석했다. 한국의 여성 취업지수는 우간다 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육아·가사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구간이 많아 국가경제의 일원으로 참여하던 생산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 즉 피부양인구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외교협회(CFR)가 발표하는 여성취업지수에서 한국은 69.9점(77위)을 받아 우간다(74.4점, 61위) 보다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가장 유명한 여성고용지수 중 하나인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2020)에서 한국은 OECD 최하위 였고 PwC가 발표하는 여성경제활동지수(Women in Work Index 2021)에서도 평가대상국 33개 중 32위였다. 남녀 임금격차 비율은 오랫동안 부동의 1위이다. 2019년 남녀 임금격차 비율은 32.5%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을 보이고 있지만 남녀임금의 차이가 커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저 불평만 하기에는 이미 앞서 걸어갔고 기꺼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롤 모델을 제시해주는 멋진 여성들이 있었다. 이들을 보며 우리는 기꺼이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딸에 대한 지독한 차별, 여자의 적은 여자?

 

헬렌
‘핀란드의 뭉크’로 불린 헬렌 쉐르백.그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젊은 에이나르와는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나눴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핀란드 화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국내에서 보게 될 줄이야. 지난달 25일 개봉한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핀란드 아트 소사이어티에서 커미션을 받는 인물화가 9명 중 유일한 여성 화가였던 헬렌 쉐르백(로라 비른)에 대한 영화다. 2020년 핀란드에서 개봉돼 코로나 19 여파에도 자국 흥행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핀란드의 뭉크’로 불리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19세기에 태어나 흔치 않은 여성 화가이자 인물화를 그렸던 헬렌의 삶은 차별 그 자체였다.

엄마는 어린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딸의 그림 실력이 못마땅하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평생 불편한 다리로 살아야 했다. 11살에 장학금을 받아 핀란드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동메달을 땄음에도 엄마는 딸의 재능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고스란히 전하는 이 영화는 한국의 ‘장남우선주의’를 보는 듯 불편하기 그지없다.

헬렌1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

돈이 되지 않는 그림 대신 잘 팔리는 자수나 놓으라는 엄마. 심지어 불편한 몸을 가진 딸에게 “집안일은 왜 하지 않냐”며 윽박지른다. 미술계를 떠나 외딴 시골마을에 사는 헬렌은 도심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오빠에게 자신의 그림을 건네지만 팔리지 않는다.


당시 자신이 겪은 가난과 절규를 독특한 화풍으로 소화해 온 헬렌의 그림을 주목한 건 당시 산림감독관이자 아마추어 화가인 에이나르 뿐이었다. 그의 설득으로 헬싱키에서 열린 헬렌의 대규모 전시회는 대성공을 거둔다. 당시 중년의 나이였던 헬렌은 우정을 나누려는 에이나르에게 끌리지만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육체적 쾌락 대신 평생 독신으로 살며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사실에 입각해 아련하게 마무리한다.

안티 요키넨 감독은 헬렌의 개인사를 핀란드의 역사에 대입해 풀어낸다. 극 중 헬렌의 친구로 나오는 베르테르는 1892년 핀란드에 세워진 여성동맹연합의 창립 구성원이다. 여성의 권리개선, 성차별 해소 등을 목표로 창립된 여성동맹연합 등의 노력으로 핀란드는 1906년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일궈낸다. 그는 헬렌의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위로하고 결국 상처를 준 에이나르를 대신해 꾸짖으며 힘이 돼준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이름 앞에 ‘여성화가’라고 붙이려는 사람들에게 “왜 ‘여성’을 붙이느냐?”고 되묻는다.

전시회의 수익금을 오빠에게 주려는 엄마에게 “나는 오빠가 건물을 설계해서 번 돈을 한번도 탐내지 않았는데 왜 내가 그린 그림의 값을 줘야 하죠?”라고 일갈한다. 위대한 여성은 이렇게 자신을 질투하는 존재와 지지자 사이에서 탄생한다. 상처와 위로 사이에서 더욱 단단해진 영혼을 지닌 채.


◇반대의 목소리와 당당함…여성이 아닌 ‘인간의 매력’

긴즈버그
자신의 똑똑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남자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 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남편은 자신이 학위를 딸 동안 육아로 공백기를 가진 아내를 외조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지난해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아닐까. 차별이 합법이고 상식이던 시대에 태어난 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생전 무려 3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그를 롤모델 삼아 만든 ‘세상을 바꾼 변호인’까지 더하면 무려 4편이다. 그 중 2019년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세상을 뒤집은 대법관으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50년대 로스쿨 재학당시 상위 5%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지만 교직원들마저 ‘남자들 앉을 자리를 빼았는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는 여성과 소수자에게 부당한 법을 향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긴즈버그1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그는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법조인이었다. ‘양성평등’은 긴즈버그가 가장 추구했던 헌법의 가치였다. 오랫동안 남자만 입학을 허용했던 공립학교인 ‘버지니아 종합군사학교’에 여학생도 입학할 수 있는 문을 열었고 홀어머니만 받을 수 있는 정부보조금을 남자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유대인이자 여성, 아이 엄마라는 삼중고도 영화에 기록돼 있다. 재판 연구관으로 시작해 모교인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의 첫 종신 여성교수가 되기까지 긴즈버그는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은 걸려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던 것. 독보적인 진보의 아이콘답게 법원에서 성별(Sex)이 아닌 사회적 성(Gender)을 최초로 언급한 인물이기도하다. “나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모두가 은퇴를 꿈꾸던 60살에 미 연방 대법관에 지명된 후  주위에서 패소를 단언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러닝타임 내내 가득 차 있다. 긴즈버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지지 않는 삶의 방법’은 그를 밀레니얼 세대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긴즈버그를 래퍼의 이름으로 줄여 부르고 팬 블로그와 굿즈를 만들며 추앙했다. 법을 통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꾼 그는 암 투병으로 입원과 퇴원은 반복했지만 결코 사임하지 않았다.

 

버락
극중 파커 소이어스와 티카 섬터가 오바마 부부와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미셸 오바마는 남편의 대통령 퇴임 이후 더 바빴던 장본인이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부부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영화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에 담겼다. 1989년 여름 첫 데이트를 나선 하루를 담은 이 영화는 번번이 버락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미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넷플릭스
자신의 출간투어에 카메라를 대동한 거침없음은 스타성이 아니라 솔직함에서 나왔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당시 25세인 미셸은 시카고 법률사무소 ‘시들리 오스틴’의 변호사였고 28세인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 재학생으로 여름방학 기간 같은 사무실의 인턴으로 일했다. 엄밀히 말하면 사내연애의 시작인 셈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유명한 시카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관람한 뒤 시카고 남부 하이드파크 지구의 배스킨라빈스에서 첫 키스를 해 설렘을 더한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한 첫 데이트 일화로, 해당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는 기념 동판이 설치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퍼스트 레이디기에 앞서 두 딸을 둔 엄마이자 작가로의 모습을 집중한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이다. 동명의 자서전 출간 투어를 중심으로 책 속의 개인사까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출간 투어를 중심으로 하는 동시에 개인사를 비롯한 책 속 내용까지 보여진다. 두 딸을 키우느라 녹초가 된 자신에 비해 “쏘다니기 바빴다”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이 포착되는 식이다. 어쨌거나 8년 간의 백악관 생활 중 솔직하고 격의없는 태도로 미셸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으로 뽑혔다. 과거 조 바이든이 대권후보시절 러닝메이트로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스스로 정치 입문에 선을 그어 더욱 호감도를 높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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