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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승리호’ 속 미래는 얼마나 그럴듯했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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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13 14:21 3,6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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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승리호’ 속 미래는 얼마나 그럴듯했나?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입력 : 2021-02-13 14:00:00 수정 : 2021-02-10 15:11:20


 

지난 5일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드디어 개봉했다. 

 

극장 개봉 일정이 몇 차례 연기되다 넷플릭스 공개 소식까지 ‘승리호’ 소식을 전하며, 과연 공개 후 반응은 어떨지부터 영화가 담고 있는 세상까지 ‘승리호’의 미래를 궁금해 했더랬다.

 

여러 나라 넷플릭스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반응은 이후에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영화 속 미래를 좀 살펴볼까 한다. 얼마나 그럴듯했을까.

 

‘승리호’가 그려낸 2092년 지구는 살만한 곳이 아니다. 오염된 지구의 모습은 영화 초반 서울의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63빌딩이 까마득하게 낮아 보이고,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뿌연 먼지 속에 흐릿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방독면 수준의 기기들을 착용하고 다닌다.  

 

그래서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UTS(Utopia above The Sky) 위성은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이 가능한데, 지구인 중 일부만 거주가 가능하다. UTS는 화성에 푸르른 낙원을 막 건설했지만, 역시 선택받은 지구인인 UTS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보인다.

 

UTS 시민 여부에 따른 차별도 존재한다. 경찰 신고를 할 때도 UTS 시민이냐 아니냐를 가장 먼저 묻는다. 비시민은 포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고, 각종 금융 거래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UTS라는 연합 국가인지 다국적 기업인지 모호한 존재가 전 지구를 장악하고 있고, 대표인 설리번은 오만한 사명감으로 가득하다.    

 

오염된 지구, 우주 식민지, 선택받은 소수, 신처럼 행세하는 리더, 음모 등 SF영화에서 자주 보아온 디스토피아 설정이다. ‘승리호’를 보며 떠오른 영화들도 많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 ‘이온 플럭스’(감독 캐린 쿠사마, 2005) 등을 비롯해 ‘오즈의 마법사’(감독 빅터 플레밍, 1939) 까지도 떠올랐다. 

 

 

한국영화 ‘내추럴 시티’(감독 민병천, 2003), ‘원더풀 데이즈’(감독 김문생, 2003) 등에도 등장한 설정이지만, 한국영화로 볼 때는 익숙해지지 않은 설정이기도 하다. 미래의 일이니 팩트 체크가 불가지만, 왠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거다. 

 

뮤지컬영화와 함께 SF영화는 한국영화에겐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승리호’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미래 세계를 구축해 냈는지가 관심사였다. ‘승리호’는 그 장벽을 어느 정도 허물고 있는데, 언어의 역할이 크다. ‘승리호’에는 2020년 기준 다양한 국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등장한다. 무선 이어폰처럼 생긴 통역기를 착용만 하면 서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 각자 자신의 언어를 사용한다.   

 

할리우드 영화는 과거, 현재, 미래 언제가 배경이든 영어 영화를 만들어 내다보니, 미래의 우주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지구인 비지구인이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문화 중심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승리호’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 패권을 쥐고 있는 설리번과 주변 인물들은 (억양 있는) 영어를 사용해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방식을 보여주지만, 결국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설리번까지 한국인으로 설정해 한국인 중심의 미래 세계를 구축하지는 않았어도, 승리호 사람들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을 배치했고, 애매한 외국어(영어) 사용과 통역 상황을 제거해, 적어도 특정 언어권으로 통일된 세계를 그리지 않았다. 다양한 언어의 공존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 내내 들려오는 주인공들의 한국어 대사는 영화의 그럴듯함을 강화한다. 2092년 미래에도 나름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는 것으로 보이는데, ‘승리호’ 속 이름과 명칭은 오히려 촌스럽기까지 하다. 청소선 이름으로는 알파벳이나 숫자가 조합된 이름이나 영어 이름 대신 거창하게 승리호란 이름이 붙여졌고, 영화 내내 주인공들은 서로를 ‘장 선장’, ‘박 씨’, ‘태호’, ‘꽃님’, ‘업동’으로 열심히 불러댄다. ‘내추럴 시티’에서 알, 리아, 시온, ‘원더풀 데이즈’에서 제이, 시몬, 수하였던 주인공 이름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영화를 보며 100%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내는 건 어렵다.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라면 더더욱 그렇고. 기존 장르적 틀, 설정 안에서 얼마나 변주를 잘 해냈고, 얼마나 그럴듯하냐는 것이 핵심이다. 

 

‘승리호’는 적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는 미래 세계에 대한 이물감이나 오글거림을 다양한 언어, 특히 지극히 현재적인 우리말로 없앴다. 물론 더빙판이나 자막판을 보는 외국 관객들에게는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국 관객들이 그동안 가장 하기 힘들었던 몰입을 가능하게 해준다.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나저나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함이 매우 아쉽다. 금속성의 차가운 우주선 내부대신 무언가로 가득 찬 알록달록 색감의 누군가의 집 안 같은 승리호 내부, 스피드까지 가미된 우주 공간을 큰 스크린으로 본다면 더더욱 다른 생각 못하고 몰입할 텐데 말이다. 일단은 반복 관람으로 극복해 보기로 하고, 또 다른 이야기도 다음 기회로….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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