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무조사·구글 앱마켓 조사…정부, 글로벌 IT기업과 힘겨루기

국세청·공정위…전방위압박

신찬옥 기자  
입력 : 2020.09.08 17:47:27   수정 : 2020.09.08 20:31:31

◆ IT공룡 규제 ◆
 

최근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기업들에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최근 국세청이 넷플릭스의 조세 회피 혐의 조사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넷플릭스의 `해지·환불 약관`을 조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인앱결제 수단을 강제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처마다 문제가 되는 사안을 점검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외국계 기업들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리고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이용자 피해는 발생했지만 이용 제한이나 현저한 이익 저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일 열리는 2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계와 업계 일각에선 1심 판결이 국내 이용자가 기대하는 인터넷 품질이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외국 기준에 맞춰 판단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음달 30일 첫 재판이 열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도 관심사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한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캐시서버(오픈 커넥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망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체 캐시서버를 운영한다고 해도 동영상 서비스가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이 문제로 방통위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넷플릭스는 방통위 중재 결정이 나오기 직전에 소송을 제기해 중재를 중단시켰다. 업계에서는 방통위 결론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자 넷플릭스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먼저 소송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넷플릭스 손을 들어주면 역차별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