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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안휘의 시시비비] 사탄의 빙의(憑依) (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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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11.23 06:37 6,33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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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사탄의 빙의(憑依)

  • 안휘
  • 등록 2022.11.23 06:00:00
  • 13면

 안휘 소설가

▲ 안휘 소설가


넷플릭스 영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재미있게 본 기억의 연장선상에서 ‘수리남’도 다 봤어요. 가만히 놔두면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돼 있는 시스템 덕분에 전편을 다 보는 일은 어렵지 않더군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사이비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 역 황정민의 소름 돋는 악역 연기였지요. 악독한 마약상과 목사라는 이중인격적 연기를 어쩌면 그렇게 실감 나게 소화하는지, 역시 황정민이구나 하는 생각을 사뭇 했네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마적 마약상 전요환이 눈가림 사목 활동을 하면서 “할렐루야!”를 외치는 모습은 참으로 천연덕스러웠어요. 문득 떠오르는 것은 사탄이 목사의 영혼에 빙의(憑依)되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감동적 자애 사상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소명을 맡은 성직자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사탄이 몸을 빌려 장난치기에 딱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우리는 사탄에 빙의된 타락한 성직자들을 정말로 보고야 말았지요.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는 글과 함께 전 국민이 함께 추락을 기원하자고 상상을 초월하는 선동을 했지요. 박주환 천주교 신부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포스팅하고 “비나이다~비나이다”라고 썼어요. 물의가 일었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회개했다는 말은 아직 안 들려오네요. 


두 신부의 언행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에도 크게 벗어났어요. 성직자는커녕 범인(凡人)들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참혹한 저주 망동을 한 거거든요. 김규돈은 자신이 SNS를 잘못 다뤄서 공개됐을 뿐이라는 야릇한 변명을 달았네요. 비행기가 추락하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며, 잘못도 아니라는 뜻이지요. 박주환이 무릎 꿇고 참회했다는 말도 그저 전언일 따름, 본 사람도 목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어요. 


이쯤 되니 ‘말세(末世)’라는 단어가 자꾸만 떠오르네요. 성직자의 영혼에 사탄이 빙의되면 더 무서운 이유가 따로 있지요. 신심(信心)에 투철한 이들은 목숨을 버릴지언정 십자가를 밟지는 않잖아요. 충격적인 물의를 빚은 두 성직자가 최소한 ‘확신범’의 범주에 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에요. 아무리 일부라 해도, 성직자들마저 이럴 지경이니 나머지는 오죽할까요? 


온 나라에 횡행하는 저주와 경멸, 협잡과 음모들이 공동체의 미래를 송두리째 갉아 먹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드시나요? 이대로 놔둬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거잖아요. 출구를 찾아야 할 텐데, 이기심에 찌든 민심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정치꾼들과 위정자들은 도무지 각성이 없군요. 나라가 망하고 나면 그 알량한 권력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요? 날뛰는 사탄들의 빙의를 일거에 정리해줄 참다운 지도자들은 정말 없는 건가요? 이대로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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