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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이준익 감독의 SF 드라마 도전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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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2.11.02 10:44 1,9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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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이준익 감독의 SF 드라마 도전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2-11-02 10:26:11 수정 2022-11-02 10:25:22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SF를 빌려 던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

 드라마 '욘더' 포스터 이미지.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 포스터 이미지. 티빙 제공

이준익 감독이 드라마를?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온 그가 드라마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 대한 기대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도 SF다. 어딘지 사극이 어울릴 것 같은 이준익 감독이 그려낸 SF는 무엇이 달랐을까.

 

◆불멸의 세계는 과연 아름다운가

 
 

안락사 법이 통과된 2032년. 심장암으로 고통스럽게 투병하던 이후(한지민)는 안락사를 선택하고 남편 재현(신하균)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제 이후가 떠나기로 한 날, 그 집을 방문한 바이앤바이의 세이렌(이정은)은 이후의 귀밑에 의문의 장치 브로핀을 부착한다. 그것은 기억을 업로드 하는 장치로, 이후가 죽은 후 재현은 바이앤바이에서 보낸 이후의 영상 메시지를 받게 된다. "여보 나야. 죽기 전에 자세히 얘기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 여기 있어. 여기로 떠나온 거야. 여기 기억나?"

그 영상 속에 아내가 서 있는 곳은 과거 재현이 그와 함께 갔던 숲이다. 재현은 혼돈에 빠진다. 그건 그저 기억을 재현해내는 가짜라 치부하지만 직접 찾아간 바이앤바이에서 직접 만난 아내는 진짜 같은 감정을 일으킨다. 가상현실로 구현된 거대한 방을 통해 마치 이쪽 세계에서 저쪽 아내가 있는 세계로 넘어 들어가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하면서 재현은 점점 과몰입하고 그것을 실재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가 SF를 통해 그려낸 세계는 이처럼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후에도 기억을 간직하고 보존함으로써 이어지는 세계다. 흥미로운 건 이 세계가 이준익 감독이 말한 것처럼, 현실-가상현실-메타버스의 차원으로 나뉘어 있고, 재현이 그 차원을 하나씩 넘어가며 경험하는 모험담(?)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남편이 어떤 단계를 넘어가는 서사는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인 하데스까지 찾아가는 오르페우스의 서사처럼 이미 고전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 고전적인 신화적 서사를 '욘더'는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같은 과학기술이 도래시킬 미래의 그림으로 그려낸다. 기억이 업로드되고 그것이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되는 세계. 그래서 재현은 바이앤바이의 가상현실 공간 속으로 들어가 아내의 기억으로 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현실감을 느끼며, 아내가 살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어떻게 느끼는가가 삶이라는 인식의 관점으로 보면 재현은 분명 아내와 만나는 그 시간이 진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상현실의 세계는 육체를 가진 재현과 이미지로 구성된 이후가 실제로 접촉할 수가 없다. 그 이질감은 이것이 진짜 삶이 아니고, 이후 역시 생명이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망자를 선선히 보내지 못하는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바이앤바이의 가상현실은 이제 욘더라는 메타버스로 이어진다. 욘더에는 망자들의 기억들로 구성된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육신을 벗어나야 한다. 즉,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재현은 이후를 만나기 위해 브로핀을 붙인 채 죽음을 선택하고, 그의 기억은 욘더로 옮겨져 그곳에서 드디어 아내를 만나게 된다.

기억으로만 구성되어 죽지도 사멸하지도 않는 욘더의 세계. 하지만 그것은 또한 성장하지도 않는 세계라는 점에서 재현과 이후를 절망에 빠뜨린다. 결국 불멸하는 죽음이 없는 세계는 역설적으로 삶도 없다는 걸 욘더는 보여준다. 그걸 깨닫게 된 재현과 이후는 '아름다운 소멸'을 선택한다.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이준익 감독의 SF드라마 도전

이준익 감독은 꽤 많은 영화를 히트시킨 영화감독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 대사수는 역사를 다룬 사극이다. '황산벌'(2003)이 그렇고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2005)와 '평양성'(2011), '사도'(2015), '동주'(2016), '박열'(2017), '자산어보'(2021) 등이 그렇다. 그래서 그가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 도전하면서. 그것도 SF라는 장르를 선택한 건 이례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욘더'를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SF이긴 하지만 그런 미래적인 시공간이 주는 화려한 볼거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대신 이준익 감독은 이 달라진 미래 환경(안락사 허용, 가상현실,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새로운 존재론적인 질문 앞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재현이 느끼는 감정은 퀴블로 로스가 말하는 '죽음의 5단계', 즉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의 과정을 담지만, 여기서 과학기술은 또 다른 욕망을 덧붙여 그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너무나 사랑해서 그 사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불멸의 세계는 그만큼 유혹적이다.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영화는 재현 앞에 놓인 새로운 세계가 부여하는 욕망과 그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감정을 따라가고 궁극적으로 '불멸의 욕망'이 갖는 그 허망함을 마주하게 한다. 영원히 살아있는 불멸이 아름다운 것처럼 착각됐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아름다운 소멸을 선택하는 그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 이것은 '욘더'가 SF 장르지만 멜로이자 휴먼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준익 감독의 이 낯선 도전은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평가하고 싶다. 즉, SF 장르로서 이토록 깊이 있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드라마로 그려냈다는 건 드라마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건 이준익 감독이 이 작품 역시 좀 긴 호흡의 영화처럼 접근해 연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상현실 스튜디오가 있는 바이앤바이라는 공간을 보면 마치 AI 소재의 영화 '엑스마키나'의 연구소 같은 느낌을 준다. 또 재현이 그 세계에 점점 과몰입해가는 과정은 영화 '허'를 떠올리게 한다. 여러모로 영화적 레퍼런스들이 이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극장에서라면 더 깊이 있는 몰입감 속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드라마라서 너무 느리고 무겁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시말해 드라마라는 시리즈로서 가져 가야할 대중적인 면들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앞으로도 이어질 영화감독의 드라마 도전

이준익 감독의 '욘더'는 앞으로도 이어질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도전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미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6관왕을 거둔 황동혁 감독 역시 영화감독이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도 우리에게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나 '공작' 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었다. 최근 방영된 '글리치' 역시 노덕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이고, 최근에는 신연식 감독이 송강호와 함께 '삼식이 삼촌'이라는 드라마를 시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OTT라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작된 이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감독들이 하고 있는 '시리즈'로 불리는 드라마 도전이, 단지 영화를 보다 긴 호흡으로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는 TV로 본다는 그 경험 자체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는 다른 호흡과 진행을 요구한다. 그저 시간에 맞춰 뚝뚝 끊어 놓는 차원이 아니라, 매회 전체 구성에 맞는 서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드라마의 방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지금껏 해온 관성이나 관습에 묶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파격과 실험 속에서도 대중성을 원한다면, 드라마라는 장르가 갖는 특징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드라마 '욘더'의 한 장면.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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