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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파워 오브 도그’, 밧줄같은 건 침대 밑에 넣어둬[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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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2.26 07:22 6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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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밧줄같은 건 침대 밑에 넣어둬

[곽명동의 씨네톡]

22-02-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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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굳은 표정에 창백한 눈동자, 잘생긴 외모의 필 버뱅크(배네딕트 컴버배치)는 거칠고 오만한 카우보이다. 1925년 미국 몬태나의 부유한 목장주인 그는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는 길에 미망인 로즈(커스틴 던스트)가 운영하는 레드밀 식당에 들른다. 필은 로즈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가 여성스러운 면모를 보이자 잔인하게 조롱하며 상처를 주고 카우보이들의 웃음거리로 만든다. 로즈를 위로하다 사랑에 빠진 조지는 결국 결혼까지 하고, 필은 같은 집에 살게된 로즈를 교활하게 괴롭힌다. 필을 무서워하는 로즈는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의대생이 된 피터는 방학에 집으로 돌아와 필과 함께 어울린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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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억압으로 여성을 향해 ‘해로운 남성성’을 표출하는 동성애자 필 버뱅크, 그의 괴롭힘에 서서히 무너져가는 로즈, 그리고 엄마를 지키려는 아들 피터의 이야기를 시종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심리 스릴러다. 영화는 1967년 출간된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캠피온 감독은 “남성성에 대해 그토록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과 숨겨진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몬태나의 웅장하면서도 광활한 자연과 세 인물의 세밀한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서늘한 밧줄이 관객의 숨통을 조여온다.

종이꽃, 물컵, 피아노, 빗살=삐쩍 마른 피터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다. 과거에 엄마가 꽃집을 운영했던 영향을 받은 그는 예쁘게 종이꽃을 접어 식탁 위에 놓아둔다. 여성스러운 종이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필은 피터가 보는 앞에서 불에 태워 물컵에 넣는다. 피터에 대한 필의 조롱은 후반부에 대가를 치른다. 종이꽃이 물에 빠지며 최후를 맞게된다는 설정은 필의 운명을 암시한다. 로즈가 피아노를 칠 때, 필은 밴조를 연주하며 훼방을 놓는다. 피터는 초조할 때마다 빗살을 손톱으로 긁어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필이 밴조로 여성성을 억압한다면, 피터는 빗살로 반격을 준비한다.

수소와 토끼=필은 무려 1,500마리의 수소를 거세했다. 그는 맨손으로 성기를 잘라내는데, 동료들이 장갑을 끼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런 건 필요없다고 말한다. 과도한 남성성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그는 바로 그러한 남성성으로 인해 비극에 빠진다. 반면, 피터는 덫을 놓아 토끼를 잡는다. 토끼는 수소에 비하면 약한 동물이다. 아마도 피터는 겉보기엔 강인해 보이지만 내면은 나약한 필의 본성을 간파했을 것이다. 의대생 피터는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 토끼를 해부한다. 이때 피터는 장갑을 낀다. 술에 취한 로즈는 필이 애지중지하는 가죽을 인디언에게 팔아 선물로 장갑을 받는다. 장갑은 필의 공격성을 방어하는 모자(母子)의 강력한 무기다.

파워 오브 도그=영화 제목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의 시편 22편 20절 ‘제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저의 소중한 것을 개들의 힘(power of the dog)으로부터 구하소서’에서 따왔다. 여기서 개는 악을 상징한다. 필은 피터와 함께 산을 바라본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절친 브롱코 헨리를 언급하며 “저 산에서 브롱코가 뭘 봤는지 알아?”라고 묻는다. 피터는 “짖어대는 개요. 입을 크게 벌린 개 같잖아요”라고 답한다. 필은 놀란다. 그는 브롱코 헨리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하는데, 피터 역시 세상과 사람의 이면을 간파했다. 짖어대는 개의 운명은 이제 조금씩 파국의 길로 접어든다.

불행과 장애물=필과 피터는 울타리를 짓기 위해 말을 타고 들판으로 나간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 사이, 필은 “브롱코 헨리가 말해줬는데, 불행을 견디면서 어른이 된다고 하더군”이라고 말한다. 피터는 “아버진, 장애물이라고 했어요. 장애물을 없애 나가는게 인생이라고요”라고 답한다. 불행을 대하는 상반된 시선이다. 필은 동성애가 금지된 사회에서 불행을 받아들이다 점점 거칠어졌다(그는 그것이 어른이라고 착각했다). 반면, 피터는 의대생답게(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의 아버지도 의사였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엄마와 자신 앞에 놓인 불행(장애물)을 치밀하게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가죽으로 만든 밧줄=필은 가죽을 꼬아 밧줄을 만든다. 밧줄은 소를 길들이는데 유용한 도구다. 거친 남성성의 상징이다. 필은 피터에게 밧줄을 만들어준다. 아마도 소년의 여성스러운 태도를 없애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필이 정성스럽게 꼬아 만든 밧줄은 나중에 피터에게 건네진다. 피터는 밧줄이 필요없다. 그에겐 종이꽃이 있으니까. 누군가를 옭아매는 밧줄이 없어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는 장갑을 끼고 필이 만든 밧줄을 만지작거린다.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밧줄 같은 건 침대 밑에 넣어둬.”

[사진 = 넷플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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