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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죽음 앞 극한의 순간에도 ‘깐부’를 잊지 않을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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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0.09 11:53 33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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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으로 가득채운 한겨레 토요판 지면
[아침신문 솎아보기] 토요판 4면 털어 ‘오징어 게임’ 커버스토리 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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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겨레 2,3,4면을 모두 채운 '오징어 게임' 이야기.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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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 극한의 순간에도 ‘깐부’를 잊지 않을게

 

등록 :2021-10-09 10:15수정 :2021-10-09 10:47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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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 : ‘오징어게임’ 열풍 뜯어보기

 

2. 주요 등장인물인 상우(박해수), 기훈(이정재), 새벽(정호연·왼쪽부터). 넷플릭스 제공
2. 주요 등장인물인 상우(박해수), 기훈(이정재), 새벽(정호연·왼쪽부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서비스국 모두 1위 첫기록…달고나 등 소품도 전세계 인기

빈부격차, 불평등, 불공정 악화 빗댄 상징코드에 글로벌 공감대 늘어

“우리 사회 승자들, 패자 시체 위에 서 있다는 것 이야기하고 싶었다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작품뿐 아니라 이제껏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 콘텐츠책임자가 <오징어 게임> 공개 열흘 만에 내놓은 흥행 전망은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었다. 지난달 17일 첫선을 보인 한국형 ‘데스게임’ 장르물은 불과 20여일 만에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낸 수치를 보면, 신드롬이란 말이 생뚱맞은 ‘국뽕’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동영상서비스를 하는 83개국에서 최소 한차례 이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특정 영화·드라마가 서비스국 전체에서 1위를 기록한 첫 사례다. 전세계 시청자 수가 8천만명을 넘을 것으로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천>은 내다봤다.

 

제작비 200억원 정도가 투입된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넷플릭스의 주가가 12조원 늘었고, 검색 기반 웹사이트 구글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456만원, 456억원의 가치가 얼마쯤 되는지 알아보려 한국 원화 대비 국가별 환율 검색이 급증했다는 언론 보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7일엔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 등 출연배우 넷이 미국 최고 토크쇼 가운데 하나인 ‘더 투나이트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비대면 형식으로 출연했다.

 

세계 최대 영상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도 7일 현재 토마토미터 94%를 기록하며 3주 연속 90% 이상 최고 수준의 신선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로튼토마토에 점수를 준 비평가 33명은 “<오징어 게임>의 내용이 마음 약한 사람들에게 너무 잔인한 것일 수 있지만, 영화에 나타나는 날카로운 사회적 해석과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핵심 주제 때문에 (눈을 가리고도) 손가락 틈으로 영화를 보며 텔레비전에서 떨어질 수 없게 한다”는 넉넉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가 3일 프랑스 파리에 설치한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 앞에 대기줄이 길다. 연합뉴스
넷플릭스가 3일 프랑스 파리에 설치한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 앞에 대기줄이 길다. 연합뉴스

 

 

 

“잔혹하지만, 손가락틈으로 볼 영화”

 

오징어 게임은 1970~80년대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즐겨봤을 법한 놀이다. 전국에서 오징어이상, 오징어가이상, 오징어가생, 오징어다방구, 오징어땅콩, 오징어달구지, 오징어포, 오징어육군 등 무수히 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미묘한 이름 차이처럼 지역별 규칙도 조금씩 달랐지만, 땅바닥에 그리는 놀이공간이 오징어를 닮은 것만큼은 하나같았다.

 

땅바닥에 지름 1m 정도의 동그라미와 이보다 서너배쯤 큰 삼각형, 사각형이 이어지도록 그림을 그려 안팎에서 몸싸움을 벌인다. 공격을 하는 쪽은 ‘쉼통’(오징어의 머리끝과 이어진 동그라미 공간)에서 출발한다. 상대팀과 몸싸움을 벌이며 오징어 몸통 공간을 지나쳐, 쉼통의 일부인 ‘만세통’을 밟고 “만세”를 외치면 승리한다. 거친 몸싸움이 동반돼 신체적 조건이나 운동능력은 생존과 직결된다. 적자생존의 냉혹한 어른들의 세계와 닮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황동혁 감독은 “현대 경쟁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인 것 같아 오징어 게임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얼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성기훈(이정재)은 자동차회사 ‘드래곤모터스’(용차)에 다니다 사측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파업에 나선 뒤, 회사에서 잘린 해고노동자다. 황 감독은 “국가권력이 노동자를 잔혹하게 진압했던 ‘쌍용차 사태’ 당시 노동자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훈은 통닭집도 차려보고 대리운전 기사도 뛰어봤지만 별 볼 일이 없었다. 16년차 해고노동자 신세에 파업 당시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다. 이혼당한 처지에 경마장을 전전하며 빚쟁이한테 시달리던 기훈은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를 주겠다는 의문의 게임에 뛰어든다. 참가자는 456명. 6가지 서바이벌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할 수 있다. 죽음의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설탕뽑기’(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를 거쳐 오징어 게임으로 최후의 승자가 정해진다. 어린아이 놀이를 빌렸지만 게임에서 지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잔혹한 죽임을 당한다. 어릴 적 게임에서 “죽었다”는 은유가 잔인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언론 <시엔엔>(CNN)은 더 간결하게 “빚더미에 앉은 참가자들이 큰돈을 벌려고 어린이 놀이를 하는 드라마”라고 풀이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빈부격차와 불평등, 현실 거울

 

이 드라마는 데스게임의 잔혹함과 서바이벌게임의 긴장감에 숨쉴 틈 없는 속도감을 더해 대중적 흥행요소를 갖췄다. 동화 같은 배경에 공포감 가득한 소품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균형감 있게 버무렸다. 여기에 아이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을 소재로 활용했다. 문화적 성향이 다른 나라 관객들도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대중 드라마 안에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꼬집을 상징체계를 구석구석 배치해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참가자들을 감시·관리하는 ‘가면남’ 얼굴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새겨진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게임에서 탈락한 이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폭력적 힘을 가졌지만, 정작 이들도 일꾼(동그라미), 병정(삼각형), 관리자(사각형)로 철저히 구분된 계급사회에 살고 있다. 자신의 계급을 얼굴 전면에 드러내고, 역전이 불가능한 계급사회를 고스란히 인정하며 기계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이들 위에는 사자, 곰, 표범 모양의 황금가면을 쓴 브이아이피(VIP)들이 존재한다. 456명의 참가자가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면, 가면남이 이들 위에 군림하고, 다시 가면남 위에서 브이아이피들이 게임을 즐기는 수직적인 세상이 현실과 닮았다.

 

“이 게임에서는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가면남’의 대장 격인 ‘프론트맨’(이병헌)이 경기 규칙을 어긴 이들에게 한 말이 드라마의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참가자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경기를 벌이고, 온전히 자기의 능력과 운에 따라 천문학적 거금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평등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게임의 룰은 프론트맨과 황금가면을 쓴 브이아이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약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강자들 사이에는 애초부터 서로 다른 규칙이 존재하는 불평등 사회인 것이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456’이란 숫자도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 게임에 참가한 전체 인원이 456명이다. 주인공 성기훈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에 적힌 참가번호가 456번이고, 참가자 한명에 1억원씩 상금이 책정돼 전체 상금 역시 456억원으로 정해졌다. 서바이벌게임 참가 이전 성기훈이 경마장을 전전하며 운 좋게 따낸 돈도 456만원이었다. 황 감독은 “2008년 처음 각본을 썼을 때는 1000명이 참가해 1000만원씩 해서 100억원으로 상금을 설정했다. 그런데 (준비기간) 10년이 지나니 100억원이 작더라. 역대 로또 당첨금 중 400억 받은 분이 있었고, 여기에 ‘56’을 덧붙여서 기억하기 좋은 숫자, 456으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관객들은 이 숫자가 123등이 되지 못한 ‘루저’들을 상징한다든가, “123과 789 사이의 보통 사람들마저 죽음의 경쟁에 내몰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제각각 의미를 붙이고 있다.

 

드라마를 찍는 세트장에 ‘경쟁사회’를 암시하는 오브제들이 두루 배치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참가자 합숙소로 가는 길은 계단과 사다리를 통해 점점 꼭대기로 상승하는 구조로 돼 있다. 게임장으로 이동하는 복잡한 미로복도도 위로 올라서지 않으면, 짓밟히는 경쟁사회의 단면이 담겼다. 가운데 공간을 비우고 침대 456개로 둘러싼 합숙소는 로마 시대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공간이다. 아울러 상대적 약자인 게임 참가자들에겐 녹색 운동복을 입힌 반면, 이들을 감시하는 가면남에게 핑크옷을 입혔다. 마치 ‘잔혹한 동심’ 같은 형용모순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도 언론 인터뷰에서 “유아적이고 연약하며 사랑스러워 보이는 핑크를 감시자들 의상 색으로 하면 공포감이 두 배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징어 게임>은 빈부격차와 현대판 계급 차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한국 콘텐츠라는 점에서 역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도 비교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수직적 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은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수직적 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넷플릭스 제공

 

로마 시대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합숙소. 넷플릭스 제공
로마 시대 콜로세움(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합숙소. 넷플릭스 제공

 

빈부격차와 불평등, 현실 비춘 거울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오징어 게임>의 불공정 코드는 다른 나라에서도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난 5일 <워싱턴 포스트>(WP)는 “<오징어 게임> 열풍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토피아적 히트작”(<월스트리트 저널>), “정말 끝내주는 작품”(<CNN>), “어린 시절 게임을 비틀어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뉴욕 타임스>)는 등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폭발적 반응은 문화적 따라하기 ‘밈’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빗대 몰래 퇴근하려는 회사 풍경이나, 설탕뽑기(달고나)를 따라 만들다가 냄비를 태워먹는 누리꾼들의 영상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성기훈의 참가번호가 새겨진 ‘456번 트레이닝복’과 달고나 뽑기게임 키트 등이 팔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 한 명을 빼고 모두 죽음을 맞는 데스게임이었을까, 혹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게임(서바이벌게임)이었을까. 목숨을 건 상황에서 끝내 동료와의 연대를 포기하지 않는 장면을 두고, <오징어 게임>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라는 색다른 의견도 있다. 정답을 알 수 없지만, 다만 황 감독은 “(6가지 게임 가운데) 가장 애정하는 게임이 징검다리 게임이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앞사람이 죽음으로써 (안전한 징검다리를 확인해) 뒷사람이 갈 수 있는데,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의 승자들이 패자의 시체 위에 서 있다는 것을, 패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는 애초 2008년에 구상되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제작돼 초대박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 이유는 두가지. 넷플릭스의 등장과 달라진 세상 때문이다. 황 감독 설명을 들어보자.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당시엔 난해하고 기괴해 만들 수 없다고 하더라. 당시에는 투자가 안 됐다. 서글프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바이벌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아울러 그는 “가상화폐, 부동산, 주식투자가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하는 (현실 속)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전세계 누구나 (이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잔혹동화에 가깝지만, 그래도 따뜻함을 품고 있다. 참가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깐부’(구슬치기 등에서 같은 편, 짝꿍, 친구, 동지를 일컫는 말)를 찾는다. 성기훈의 실제 모델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운데 이창근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드라마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 극단의 상황, 목숨이 오가는 그 순간에도 연민과 연대와 도움과 격려를 잊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도 성기훈은 돈 대신 사람을 택한다. 그리고 살자고 한다. 이 대목에서 감독의 생각을 읽었고, 눈물이 났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517.html#csidx5501f7d40945071a1e6c5b0de600f5b onebyone.gif?action_id=5501f7d40945071a1e6c5b0de600f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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