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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스페인 최초의 미투, 그녀가 침묵을 깼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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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초의 미투, 그녀가 침묵을 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네벵카: 침묵을 깨고>

21.04.09 17:56최종업데이트21.04.09 17:56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네벵카: 침묵을 깨고> 포스터.?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네벵카: 침묵을 깨고> 포스터.? ⓒ 넷플릭스

 
2001년 3월 26일 스페인 레온주의 소도시 폰페라다. 시의원 네벵카 페르난데스가 수많은 기자 앞에 섰다. 그녀의 긴 성명을 옮긴다. 
 

"오늘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이 도시의 시의원 자리에서 사퇴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6살인 저에게도 존엄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몇 달 동안 직장 동료들과 저의 관계는, 특히 시장과의 관계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친구가 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스마엘 알바레스 시장은 친구 이상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몇 달씩 이어진 거절에도 목적을 달성했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2000년 1월 즈음에는 그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지옥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입니다. 추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시장의 추행은 손수 쓴 메모와 문자, 편지,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제 인격과 업무에 대한 심각한 무시로 이어졌고 육체적, 정신적 존엄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대우와 처사를 일삼았습니다. 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일을 잊고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지만 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이러한 이유로 오늘 저는 제가 태어난 도시인 기소의 시의원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합니다. 이미 법적인 신고 절차도 마친 상태이며 언젠가는 정의가 실현되길 바랍니다."


성명의 처음과 끝을 보면 시의원 자리에서 사퇴한다는 게 골자같지만, 들여다보면 이스마엘 알바레스 시장의 성추행 폭로가 그 중심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스마엘 시장은 곧바로 수많은 기자 앞에서 반박한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단 한 번이라도, 결코 그런 짓을 한 적 없습니다. 어느 때, 장소에서도 절대 없습니다." 이후, 네벵카의 지옥은 다시 시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네벵카: 침묵을 깨고>(이하, '네벵카')는 '스페인 최초의 미투'라고 재조명된 네벵카 사건을 20여 년만에 들여다본다. 당사자인 네벵카가 긴 침묵을 깨고 얼굴을 내밀었고 입을 열었다. 차마 생각하기에도 너무 힘든 그때를 다시 기억하고 가져오는 데에,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녀는 일련의 사건이 끝난 후 폰페라다에서뿐만 아니라 스페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말이다. 

네벵카 페르난데스와 이스마엘 알바레스

1999년 4월 어느 날, 네벵카는 카페에서 카를로스 로페스, 리에스코 그리고 이스마엘 알바레스를 만난다. 당시 그녀는 마드리드에서 학교를 다니며 석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부모님과 여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네벵카 가족과 인연이 있는 카를로스가 네벵카를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고, 이스마엘의 오른팔 격인 카를로스의 추천으로 네벵카는 이스마엘 팀에 합류하게 된다.

같은 해 7월, 이스마엘 알바레스는 압도적인 차이로 상대를 누르고 시장에 임명된다. 폰페라다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성실하게 시장에까지 올라온 이스마엘을 좋아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또한 그의 시장 임기가 폰페라다의 확장기와 겹쳤으니, 친근한 이미지에 진취적 이미지까지 덧입게 됐다. 네벵카가 보기에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마드리드에서 투병 중인 부인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모습에선, 그를 좋게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때 그녀의 귀에 이스마엘의 여성 편력 이야기가 들려온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거나, 밤 문화를 지극히 사랑한다거나 하는. 하지만 네벵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갖가지 소문이 으레 따라 붙기 마련이니 말이다. 머지 않아 네벵카 페르난데스 가르시아는 시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녀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조롭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에 부풀었다. 뜻깊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해 8월, 이스마엘 알바레스의 아내가 사망하고 만다. 한편, 네벵카와 이스마엘의 관계를 진전된다. 친구로 시작해 호감 있는 사이로 지내다가, 아내가 떠난 뒤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여기서 네벵카를 두고 그 누구도 '이상한' 말을 할 수 없다. 그녀가 이스마엘과 사귀었는데 어떻게 성추행으로 변질될 수 있냐는 맥락 말이다.

권력형 성추행

네벵카와 이스마엘의 연인 관계는 오래지 않아 깨진다. 이스마엘이 성적으로 네벵카에게 집착하는 걸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이별 이후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된다. 이스마엘이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네벵카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본인의 이미지를 챙기고 유지하면서 그녀의 이미지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최악으로 끌어내리고는, 뒤에서는 성적으로 추행하고 폭력까지 행사했다. 

네벵카는 움츠러들었다. 무엇보다 이스마엘이 성추행을 시도했을 때, 그녀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제지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신고하지 못했다. 흔히 성추행 피해자에게 던지곤 하는 말, '왜 거절하지 않았느냐,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가 통용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거절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고, 신고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다.

그녀가 당한 성추행 앞에는 중요한 단어가 붙는데, 바로 '권력형'이다. 명명백백한 권력형 성추행이 1999년 스페인의 소도시에서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정작 우리에게 특별한 건 사건 자체보다 네벵카에 가닿아 있다. 그녀가 참지 않고 용기 있게 결단해 알리고 또 신고 후 재판까지 진행하며 '끝까지' 나아간 데 있다. 2010년대 중후반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의 스페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기에서 왔다. 

여성주의 역사, 반권력투쟁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운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네벵카는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겠다. 

승리 이후

2002년 5월 29일 법원은 이스마엘 알바레스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그는 벌금 6480유로를 내야 했으며, 네벵카 페르난데스에게 배상금으로 1만2000유로를 줘야 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스마엘의 추종자와 매수된 자들이 광장에 모여 이스마엘을 응원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네벵카를 지지하는 단체에선 3백여 명이 와서 대치할 수 있었다. 성추행에 맞서는 이는 비록 혼자가 아니었지만, 성추행자를 추종하는 이는 너무도 많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스마엘 알바레스는 다큐멘터리 참여를 거부했다. 그는 염치도 없이 지난 2011년 독립당 소속으로 재선에 나서 다섯 석이나 얻어 냈다. 2013년엔 정계를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폰페라다에 살고 있다고 한다. 반면 네벵카 페르난데스는 재판에서 이겼지만 스페인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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