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류 붐' 할리우드, 한국계 배우에 러브콜

K-콘텐츠의 전 세계적 관심과 기대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와 창작자들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영화 '기생충'으로 촉발된 이 흐름이 한국 IP(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넘어 이들을 향한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선정된 영화 '미나리', 제77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페어웰', 그리고 디즈니·픽사의 '소울'까지 그 중심에서 한국인들이 신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화가 있어 소개한다.

스티븐 연 오스카 남우상 도전
아콰피나 '인어공주'에 캐스팅
산드라 오 종횡무진 활약 펼쳐

한국문화·정서 오롯이 담아낸
넷플릭스 영화도 공개돼 주목

◆신한류 붐에 니즈 구체화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한국을 포함한 비영어권 배우와 창작자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일정 부분 허들로 작용했다. 하지만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면서 그들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문화를 다룬 콘텐츠들까지 할리우드에서 또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중심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는,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이민 2세대 한국계 배우는 누가 있을까.

아콰피나

먼저 한국계 최초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페어웰'의 주인공 아콰피나가 있다. 중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는 배우로 성공하기 전 래퍼로서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고, 유머러스한 이름을 생각하다가 생수 브랜드의 이름을 따서 '아콰피나'라는 예명을 지을 만큼 독특하고 유쾌한 성격을 지녔다. '오션스8'의 7인조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는 독특한 패션 감각의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첫 주연작 '페어웰'에서 할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의 거짓말을 밝히려는 손녀 빌리로 분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블의 히어로물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도 캐스팅된 상태다.

스티븐 연

스티븐 연은 '미나리'로 93년 오스카 역사상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에 도전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 영화에서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 역을 맡았다. 스티븐 연은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연기를 접하게 되면서 배우로서의 꿈을 품었고, 이후 다양한 연극과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러다 드라마 '워킹 데드'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는 '미나리'의 제작까지 맡아 제작자로서의 성공적인 데뷔도 이뤘다.

산드라 오

ABC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산드라 오는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다.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과 뜨거운 열연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동 중인 그는 2005년 '그레이 아나토미'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2019년에는 '킬링 이브' 시리즈로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특히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전하며 국내 팬들에게 많은 화제를 모았다.

켄 정은 코믹연기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진 케이스다. '행오버' 시리즈와 '트랜스포머 3'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시선강탈 신스틸러로 활약한 켄 정은 지난해 선보인 영화 '마이 스파이'를 통해 믿고 보는 코믹 연기 장인의 명성을 입증했다. 혁신적인 스릴러 '서치'에서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는 아빠 데이빗 킴을 연기한 존 조는 '아메리칸 파이'부터 '스타트렉' 리부트 전 시리즈까지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로스트'에서 배우 김윤진의 한국인 부부로 등장해 관심을 받았던 대니얼 대 킴도 '하와이 파이브 오'와 영화 '헬보이'를 비롯한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맹활약 중이다.

한국계 배우들 외에도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 창작자들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영화 '소울'에는 다양한 분야에 픽사의 한국인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코코' '토이 스토리 4' 등에 참여한 김재형 캐릭터 애니메이터를 필두로 장호석 익스텐션 테크니컬 디렉터,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정현 리드 테크니컬 아티스트 등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한 장면.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 문화와 정서를 곳곳에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라라 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드물게 아시아계 미국인을 여주인공으로 세워 큰 성공을 얻었을 뿐 아니라 지난 파트에서는 한국 음식과 요구르트, 마스크팩, 설맞이 한복은 물론 한국 특유의 정서인 정을 언급하는 등 여러 한국 문화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그간 시리즈가 보여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라라 진의 가족이 직접 서울을 방문하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소녀시대의 노래로 깜짝 흥을 돋우며 N서울타워, 동대문디지털플라자, 광장시장 등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를 다니면서 활기 넘치는 한국을 보여준다. 또한 라라 진이 K-뷰티를 대표하는 마스크팩과 귀여운 캐릭터 양말, N서울타워의 자물쇠를 선물하는 장면 등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한국의 문화를 오롯이 담았다. 제니 한 작가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한국이 어떤 곳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면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