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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탈룰라 (Tallulah, 2016) - 무중력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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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인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3-31 09:52 37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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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의 책임

 

‘가족’, ‘부모’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단어들 중 하나에는 ‘책임’이 반드시 들어가 있을 것이다. 책임이라는 감정 때문에 가족 관계는 오묘해진다. 사랑으로 지속되는 여타 관계보다도 책임이 중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심지어 법률적으로도 가족이라는 관계는 보호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제도는 어느 정도 강제성마저 띈다. 그런데 여기, 가족이란 단어를 붙이기엔 책임감이 결여되어있는 사람들의 가족 이야기가 있다. 

 

<탈룰라>는 2년째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탈룰라(엘런 페이지, 이하 루)와, 그런 생활에 지친 남자친구 니코(에반 조니카이트)가 떠나면서 오갈 데 없어진 그녀가 그의 어머니 마고(앨리슨 재니)의 집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이, <탈룰라>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책임’이라는 단어와 결어 되어있다. 아기를 학대하다시피 방치하는 캐롤린(타미 브랜차드)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후 마고를 버리는 남편, 인사 한번 없이 떠나는 니코,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은 숨 가쁘게 옥죄는 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이 없는 탈룰라까지...

 

그런데 영화는 신기하게도 ‘책임’이라는 단어와 정반대의 뜻처럼 느껴지는, ‘버려짐’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탈룰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책임감 결여와 함께 각자의 층위에서 버려짐을 당한다. 그러니 영화는 어느 한쪽을 가리켜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탈룰라>는 책임감 없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그들조차 사실은 상처받는 인간이었음을 직시한다. 거기에 가족이라는 제도는 도피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들이 잘못한 게 있다면, 자신의 상처에 솔직한 대화를 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연히 만나게 된 매디슨을 갑자기 납치하는 루의 행동도 이해가 간다. 평생을 버려짐의 연속으로 살아왔던 루에게, 캐롤린이 방치하던 매디슨을 보는 순간 자신이 보이진 않았을까. 마고에게 거짓말이 들킨 루가 오히려 화를 내는 지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 분노는, 당신이라면 나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았냐는 울음에 가깝다. 

 

영화에서 핵심적인 것은 여성들의 행동이다. 각자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은 타인의 손을 놓지 않는다. 루는 매디슨과 도망가지 않고, 마고는 그런 루를 보듬어주며, 캐롤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매디슨을 찾으려고 뛴다. 이 지독한 세상에서 3명의 여성은 느슨하지만, 연결된 고리를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중력’의 존재도 의미심장하다. 지구라는 행성이 자신을 거부할 때, 무엇이라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루의 믿음이야말로 세계에 남아있는 마지막 보루와 같다. 그리고 그 믿음은 루를 거쳐 마고에게까지 전파 된다. (아마 캐롤린에게도 전파될 것이다.) 

 

그렇다면 <탈룰라>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솔직히 대화하며, 절실한 마지막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관계, 그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에 알맞은 정의라고 역설하는 영화일까? 아니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제도에서는 벗어날지 몰라도 결국 ‘유사 가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되돌리는 행위다. <탈룰라>는 ‘무중력의 책임’을 말하는 영화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정 부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위치가 아니라, 비록 단절되어 있는 상태 일지라도, 누군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나뭇가지가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에서 말하는 무중력의 책임이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캐롤린은 루에게 거부당하며, 마고는 혼자 공원에 있는(루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서로가 단절된 모습으로 증명된다.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서로를 위해서 무엇이 되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탈룰라>가 책임감 없는 사람들의 책임을 말하고, 상처를 가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말하며, 아무도 붙잡을 것이 없는 세상 속에 초라한 나뭇가지를 보여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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