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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퍼스트 매치 (First Match, 2018) - 세상을 향한, 첫 번째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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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탄소포인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1-16 14:11 3,597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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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첫번째 대결

<퍼스트 매치>의 제목을 1차원적으로 해석한다면, 다시 말해 레슬러로서의 첫 번째 대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장면은 영화 초반 너무나 빠르게 등장한다. 그러나 스쳐지나가듯 휙 지나가버리는 이 부분은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성인 주인공이 남성 레슬러를 극복하는 순간인데도 어떤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전을 위한 단련이나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시련 같은 것들이 그녀에게는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아무리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게 레슬링 기술을 배웠다지만, 모니크(엘비르 엠마누엘)는 어떤 계기나 특별한 기능도 없이 남성들을 쉽게 이긴다. 이는 <퍼스트 매치>에서 중요한 건 승리의 순간이 아님을 뜻한다. 내러티브의 구멍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그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에 가깝다.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모니크 그 자체다. 그녀는 애착 관계인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뭐든지 하려고 한다. 방황하던 모니크가 레슬링을 시작한 것도 아버지 때문이며, 자신을 이용해먹기 바쁜 아버지임을 알면서도 그녀는 링에 오른다. 모니크는 상승의 기쁨도 하락의 절망에 뒤섞인 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 이후, 그제서야 ‘첫 번째 대결’을 시작한다. 그것은 아버지 대럴(야히아 압둘 마틴 2세)로 표상되는 세상과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그를 극복해 낸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아버지를 ‘그림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대럴은 분명 딸을 격투장에 팔아먹을 만큼 못난 인간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가 모니크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모니크와 세상의 유일한 통로이자 그녀와 동료들의 만남을 가능케 했던 레슬링을 가르쳐 준 것은 대럴이고, 대럴과 모니크 사이의 정서적 유대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양가적 속성은 모니크를 바라보는 대럴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모니크를 자기 인생에서 떼어놓고 싶어하면서도 그녀의 경기를 보러 온다. 어쩌면 거리의 부랑자 같은 자신의 삶에서 모니크를 떼어놓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의 딸을 놓지 못한다. 이렇듯 부정할 수 없는 감정과 벗어날 수 없는 양가적 관계야말로 ‘가족’이라는 존재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카메라는 그 모든 것을 안고 가는 모니크를 비춘다. 그녀는 비로소 아버지에게 품고 있던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의 잘못도, 심지어 대럴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가 사랑했기에 벌어진, 순간이 빚어낸 비극일 뿐이다.

영원히 거부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아버지와의 대결을 끝내고, 모니크는 새로운 걸음을 걸어나가려 한다. 그러고 저 소녀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줄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들 역시 각자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니크가 마지막에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이는 그녀를 둘러싼 존재 중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려는 영화의 태도와도 닮아있다. 인간들에게 고통받으면서도 서로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지금 소녀의 뺨을 타고 흐는 눈물을 곧 누군가 닦아줄 것이라는 희망은 그 순간 등장한다. <퍼스트 매치>에서 ‘승리의 순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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