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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패러독스 (Paradox, 2018) - 음악이 우주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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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우주가 되리라
그동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봐왔던 관객들이라면, <패러독스>는 꽤나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거의 없는 내러티브와 갑자기 등장하는 음악들. 뛰어난 배경 앞의 조악한 세트의 부조화는 7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집중하기 힘든 아득한 감정을 선사한다. 공교롭게도 <패러독스>는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와 같은 웨스턴 뮤지컬인데, 웨스턴을 주 무대로 했던 <카우보이의 노래>와는 달리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려는, 어떻게 보면 실험 영화에 가깝다.
미국과 캐나다의 전설적인 뮤지션 닐 영의 후반기 음악들처럼 <패러독스> 역시(감독은 닐 영의 부인이자 배우 출신인 대릴 한나이다) 실험적인 영향이 가득하다. 영화는 사실상 이야기라는 줄기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구성하고, 보여주는가를 탐구한다. 그러니 사건이 있을 수 없다. 뮤지컬 영화나 음악 영화에서 흔히 볼 수는, 이야기를 위해 음악이 조력하는 형태를 거부한다.
음악의 세계에서 닐 영과 그 밴드들은 무법자가 된다. 음악의 힘으로 그들은 먹고 마시며 (씨앗)은행도 털고, 줄에 매달려 공중에 뜨기도 한다. 이렇듯 세속이 무화된 세계에서 이 무법자들에게 남은 건 오직 음악뿐인 것이다. 아니, 음악 밖에 남지 않은 세계로 무법자들이 들어온 것이라고 해야할까. 그것은 마치 음악가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세상이다. 세계와 멀어진 곳에서 그저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곳. 그야말로 음악이 우주가 된 세계. 이 세계를 교류하는 것은 은색 말의 엠블럼을 달고 있는 트럭뿐이다.
그런데 과연 이 영화가 세상과 떨어져있는 무릉도원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음악의 우주 안에서도 세상은 세계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역설, 즉 패러독스이다. ‘씨앗 은행’에는 결코 땅에 심어지지 않지만 이름은 ‘생명의 씨앗’인 역설이 있고, 누구 하나 지켜보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을 가득 찬 콘서트 장으로 데려가 버린다. (실제 닐 영의 콘서트를 차용했다) 여성들이 놓고 간 농산물은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손대지 않는다. 외부 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거부한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현대 사회가 가지고 오는 역설이다. 모든 생명을 움틔울 수 있는 씨앗은 돈처럼 저장되고, 세상과 멀어지고 싶지만 그 역시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갈망하고 대지는 이미 오염되어 탐스러워 보이는 농산물을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패러독스>의 세계는 천상의 공간을 만들어놓고는 그것을 구성하는 것이 사실은 현대 자본주의의 발밑에 있음을 폭로한다.
그래서일까. 감독은 영화에 기대하는 태도, 정확히 말하자면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상업 자본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들을 배제한다. 16mm 필름과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카메라를 혼용하며 아름다운 이미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이야기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세계의 다른 곳을 가리키게 만든다.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은 정치화되고, 무기가 된다. 그들은 무법자이지만 총이라는 폭력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각자의 악기를 들고 세상과 싸워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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