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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우리 처음 만났을 때 (When We First Met, 2018) - 한 가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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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을밤의 꿈
솔직히 까고 말하자면 ‘타임 리프’라는 소재가 진부해진 지는 오래되었다. 할리우드 SF의 한 갈래처럼 여겨지던 이 장르는 이제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어 우리에게 익숙해졌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역시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한, 흔하디흔한 타임리프물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그런 점에서 돋보이는 영화다. 물론 이 영화 역시 타임 리프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자신이 일하던 바에 있는 4컷 사진 기계가 타임머신 역할을 하고, 그것을 알게 된 노아(애덤 드바인)는 빗나가버린 에이버리(알렉산드라 다다리오)를 잡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라는 설정은 여타 영화들과 별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가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을 보면서 주목한 것은 사랑을 위한 노아의 맹목성이다. 영화 속의 노아는 에이버리와 연인이 되기 위하여 자기의 인생을 여러 번 바꾼다. 그는 나쁜 남자가 되기도 하고, 비열한 회사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그의 꿈이나 본성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에이버리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다. 노아는 단순히 그녀와의 하룻밤을 꿈꾸지 않는다. 설령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녀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남자가 노아다. 그의 사랑은 에이버리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데, 흥미로운 지점은 이 모든 상황이 오해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에이버리에게 맹목적이던 노아를 다시 돌아가게 하는 여정에 가깝다. 단지 사랑을 찾는 문제에서만이 아니다. 타인을 속이려고 시작했으나 결국 자신마저 속여, 자기도 모르는 새 완전히 변해버린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다. 영화는 그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처리하기는 하지만, 노아는 시간 여행을 거듭하면서 인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결정적인 장면은 뒤늦게 캐리(셸리 해리그)가 자신의 연인임을 깨닫고 캐리에게 다가설 때다. 그러나 바뀐 인생에서 노아와 캐리는 아무런 인연을 지니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 진정한 사랑조차도 자신을 속인 채로 다가선다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영화는 마치 운명론을 설파하는 듯 보이지만, 그보다는 자기 앞에 놓인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가깝다.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을 통해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어쩐지 맥빠지는 스토리 같긴 하지만, 역사를 함부로 바꿔선 안 된다’라는 거창한 이야기(본질은 같다)보다는 훨씬 개인적이라 좋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온 노아는 그제서야 에이버리의 약혼식에서 다시 캐리와 시작한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라는 제목은 이 장면에 이르러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영화가 빛나는 지점은 후일담이 나오기는 하나 그들의 결말을 전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운명의 갈래가 나뉘듯 그들의 운명 역시 나뉘겠지만 감독은 그 부분을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노아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기계는 더이상 필요 없으리라는 점이다. 노아의 삶에 인연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그는 한가을 밤의 꿈에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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